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왼쪽)은 사분오열되었던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사진은 지난 4월 3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최희섭을 환영하는 장면. ⓒphoto 연합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왼쪽)은 사분오열되었던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사진은 지난 4월 3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최희섭을 환영하는 장면. ⓒphoto 연합

2015 프로야구 개막 이후 모든 사람이 KIA가 달라졌다고 얘기한다. 김기태 감독이 가져온 변화다. 그는 어떻게 KIA를 바꾸었을까?

시작은 작년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日向)에서 펼쳐진 마무리 캠프에서 한 김 감독의 약속이었다.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웃는 얼굴이었다. 훈련기간 내내 함성과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낙오 없이 훈련을 완주하면 내년 전지훈련에 모두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은 부상자 없이 훈련을 완주해 감독을 놀라게 했다. 김 감독은 구단에 요청해 인원을 늘려서 오키나와 전지훈련 명단에 모두 포함시켰다. 전지훈련 분위기는 마무리 캠프와 다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전지훈련 참가자들을 불러 전체 훈련을 했다. 개막전 엔트리 27명은 정해졌고 절반이 2군으로 내려갔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선수들에게 “2군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마무리훈련과 전지훈련까지 고생했던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 도중 선수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벤치로 불러들이는 이른바 ‘즉결 처분’이 없다. 선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실수한다고 빼버리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마음이 다치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로 필요하다 싶으면 혹독한 과정도 안겨준다. 좌완 임기준이 4월 8일 NC와의 첫 선발경기에서 사사구를 남발하는 등 부진하자 120개의 볼을 던지게 하면서 7회까지 마운드에 오르게 했다. 선발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경기를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한 것이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LG 시절 김기태 감독과 함께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렇지만 김 감독님과 함께했던 선수들은 다들 즐거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선수들을 생각해준다. 그라운드에서 감독님에게 인사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만큼 선수들이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이든 주체는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베테랑의 마음을 얻을 줄 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자율 훈련이 일례이다. 고참 선수들은 수비, 타격, 주루 등 기본적인 훈련 스케줄을 소화한 뒤 낮 1시에 숙소로 돌아간다. 오후 강제훈련이 없다. 알아서 훈련하라는 것이다. 고참들도 자연스럽게 훈련에 매달린다. 자발성이 작용한 훈련의 효율성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최희섭과 김원섭이 주전으로 돌아오고 주장 이범호가 솔선수범하면서 팀을 이끄는 결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교감 능력도 뛰어나다. 훈련시간에 부단히 움직이며 선수들과 말을 섞는다. 유머 감각이 있어 듣고 있으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고졸 신인 황대인을 붙잡고 “부상의 정의가 뭔지 아냐?”고 대뜸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는 “뼈가 부러지거나 또는 전치 3개월 판정을 받거나 몸에 칼을 대야 부상이다”라며 웃긴다. 선수들은 감독이 살갑게 자신을 챙겨준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는 독재자가 아니다. 코치들에게 권한을 대폭 넘겼다. 선수들의 훈련과 기용에 코치들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코치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신생팀 kt 특별지명을 앞두고 외야수 이대형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뺐는데 코치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코치들이 인정받아야 팀이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야구에 대해서는 대단히 진지하고 엄격하다. 그라운드에서는 짝다리와 팔짱,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는 혼이 난다. 침을 뱉거나 염색과 수염 기르는 것도 안 된다. 야구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는 것이다. 시쳇말로 “쪽팔리는 야구 하지 말자”고 말한다. 남자답게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는 야구를 주문한다. 투수들은 피하지 말고 맞더라도 정면승부를 하고 타자들도 적극적인 타격이나 적극적인 주루를 좋아한다. 실패하더라도 과정이 좋으면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는 결코 서두르거나 일희일비도 하지 않는다. 긴 호흡을 갖고 멀리 깊게 보고 밑그림을 그리며 뚝심 있게 밀고 간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KIA는 대외 연습경기에서 9전 전패를 했다. 당장 KIA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런데도 김 감독은 웃었다.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며 실력을 닦도록 했다. 젊은 투수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맞는 것도 좋은 공부라고 생각했다.

작년 가을부터 김기태 감독을 곁에서 지켜본 구단 간부는 이런 소감을 밝혔다. “부임 이후 팀을 바꾸는 과정을 보면 대단하다. 지도자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 우선인데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배려해주면서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치밀하게 그림을 그리고 움직이는 뚝심도 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그는 “어떤 팀이든 48승과 48패는 한다. 나머지 48경기를 가지고 어떤 성적을 내는가가 중요하다. 24경기를 이기면 4강에 갈 수 있다. 나머지 승수만 더 챙기면 된다”고 말한다. 투수들에게는 이렇게 주문한다. “통계를 보면 언제든 점수를 줄 수 있다. 타자와는 10번에서 7번 이상 이길 수 있다. 피하지 말고 승부해야 한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 KIA는 난파선이나 다름없었다. 선수단은 구심체 없이 사분오열되어 있었다. 패배 의식에 젖어 있었다. 만년 하위팀의 전형적인 분위기였다. 기둥 내야수 김선빈과 안치홍은 군입대를 결정했다. 모두가 팀을 떠나고 싶어했다. 그런데 5개월 만에 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개막 이후 KIA를 상대한 A팀 감독은 이렇게 평했다. “우리는 훈련할 때 상대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팀 분위기가 어떤지 파악할 수 있다. 작년까지 KIA 선수들은 무언가 무거워 보이고 의욕이 없어 보였다. 지금의 KIA는 그것이 없다. 김 감독이 선수들을 한곳으로 모으는 데 성공한 것 같다.”

그렇다면 KIA는 4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 분명 외형적으로 KIA 마운드는 달라졌다. 윤석민이 미국에서 돌아와 소방수로 나서면서 뒷문도 강해졌다. 불펜진이 탄탄해졌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의 구위도 나쁘지 않아 양현종까지 가세한 선발진은 제법 힘을 갖추었다. 투수놀음인 야구에서 마운드의 강화는 중요한 변화이다. 쉽게 연패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운드가 강해졌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4강 후보는 아니다. 개막 6연승 기세를 올렸지만 이제 초반일 뿐이다. 경기를 거듭하면 수비와 공격에서 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의 야구와는 분명 다른 야구를 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김기태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KIA 야구의 미래는 아주 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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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OSEN 야구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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