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점프대.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점프대.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알펜시아리조트. 지난 8월 30일, 스키점프대 4층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자 아찔한 전망과 함께 다리가 후들거렸다. 늦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8월임에도 해발고도 700m에 자리한 때문인지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스키점프대 위에 설치된 전망대를 오가는 모노레일은 한여름에도 관광객을 가득 태우고 분주히 오갔다. 스키점프대 아래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이미 관람석을 갖추고 평창올림픽을 앞둔 막바지 정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스키점프 전망대에서는 알펜시아리조트 바로 옆 용평리조트도 내려다보였다. 1975년 국내 최초로 개장한 용평리조트는 한국 근대 스키의 발상지이면서 알펜시아리조트와 함께 회전, 대회전 등 알파인스키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전망대에서는 해발 1459m 발왕산 정상에서 산 아래로 아찔하게 내리뻗은 알파인스키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둥그런 ‘용평돔(Dome)’은 올림픽 참가선수들의 매끼 식사를 책임질 다이닝홀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이명원 매니저는 “용평돔은 1999년 강원도 동계아시안게임의 피겨스케이팅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라며 “저 주변으로 설상 경기 선수들이 사용할 600가구 규모의 선수촌도 들어선다”고 소개했다.

평창과 차로 30분 떨어진 강원도 강릉시. 강릉 종합운동장 옆 강릉 올림픽파크는 평창올림픽 기간 중 대부분의 빙상 경기가 열릴 곳이다.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가 열릴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비롯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세 개의 경기장은 이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들 경기장의 공정률은 각각 90%와 70%로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필요한 경기장은 모두 13개. 이 중 6곳은 신축 경기장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과 정선 알파인경기장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후 활용방안까지 결정된 상태다. 평창올림픽 조직위 송헌석 보도지원부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부터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공기 좋고 물 좋은 강릉을 찾는 전지훈련팀도 많을 것”이라며 “이 일대는 겨울스포츠의 메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리우올림픽 폐막과 함께 이제 관심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모아지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한국 첫 동계올림픽이다. 1972년 삿포로, 1998년 나가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국가별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치르는 겨울스포츠 제전이다. 평창올림픽 준비가 중요한 것은 2018년부터 시작되는 동아시아 3대 올림픽의 개막전 성격을 띠고 있어서다.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 2022년 베이징 등 한·일·중 3국에서 2년 간격으로 세계 최대 스포츠행사인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이 번갈아 열린다. 한 대륙에서 올림픽이 줄줄이 열리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신축 현장.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신축 현장.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평창·도쿄·베이징 2년 간격 올림픽

동아시아 3연속 올림픽의 서막이 열리는 평창의 스포츠 인프라를 잘 정비하면 적어도 향후 4년간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평창의 활용가치를 200% 극대화할 수 있다. 베이징과 거리가 가깝고, 시차는 1시간대에 불과해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하기에도 좋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전지훈련 장소를 물색하는 각국 선수단의 전지훈련 장소로 충분히 제공이 가능하다.

리우올림픽 폐막과 함께 평창올림픽 조직위도 이미 총력전 태세다. 조직위는 리우올림픽에 연(延)인원 140명을 리우에 파견해 미리 예습을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조직위 결성 이후 런던, 소치에 이어 세 번째 예습”이라며 “리우 때는 차기인 일본과 차차기인 중국도 비슷한 규모의 자국 조직위 인력을 파견했다”고 말했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설치된 평창올림픽 조직위 본부에는 600여명이 평창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귀양 아닌 귀양생활 중이다. 강릉사무소와 서울사무소까지 합치면 평창올림픽에 매달린 인원만 800명이 훌쩍 넘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 등 세종시에서 온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비롯 평창올림픽 로컬스폰서인 대한항공에서도 무려 30명의 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이후에도 계속 남아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파견한 인력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했다.

리우올림픽은 경기장과 선수촌 등 하드웨어의 미숙한 준비로 시작부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은 일단 하드웨어 차원에서는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될 듯 보였다. 평창의 설상경기장과 강릉의 빙상경기장은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차질 없이 완공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사실 평창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려왔다. 하지만 캐나다 밴쿠버에 밀렸고 4년 뒤인 2014년에도 러시아 소치에 밀린 삼수생이다. 이에 2009년에 이미 일부 시설을 완공하고 일부 종목의 국제대회를 치러내는 등 상당한 노하우를 쌓았다. 시설 면에서는 오히려 노후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선수촌 등 숙박시설 확보도 큰 문제가 없다. 빙상경기에 참가할 선수들이 주로 이용할 강릉시 유천택지지구의 선수촌 아파트. 강릉 올림픽파크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는 2300명의 선수들을 수용할 수 있는 922가구의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다. 이미 최고 25층 중 16층가량이 올라간 상태로 2017년 9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사 관계자는 “리우올림픽 때 선수촌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공기단축을 위한 야간작업을 하는 등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평창올림픽 폐막과 함께 일반에 분양되는데, 입지조건이 좋아 벌써부터 강릉 부동산 경기를 이끌고 있다고 한다.

급증하는 관광객을 수용할 숙박시설 건립도 한창이다. 알펜시아리조트 내에는 평창올림픽 본부 호텔로 사용할 인터컨티넨탈호텔과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홀리데이인호텔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에 올림픽 특수를 겨냥한 고급 호텔도 우후죽순 지어지고 있다. 경포대 해수욕장 앞 옛 현대호텔 자리에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이 재건축한 씨마크호텔이 자리를 잡았다. GS그룹 계열의 라카이 샌드파인리조트 등 콘도미니엄 형태의 숙박시설도 들어섰다. 인근에는 534실 규모의 스카이베이 골든튤립호텔이 한창 신축 중이다. 경포대 해수욕장 바로 아래 강문해변에서는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돼온 옛 효산콘도 자리에 1091실 규모의 대형 특급호텔인 세인트존스호텔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또 강릉 주문진항에서도 342실을 갖춘 강릉밸류호텔 신축이 진행 중이다. 평창올림픽과 함께 싸구려 모텔과 민박집 일색이던 강원도 해변 풍경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교통대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국토부에서 교통정책을 총괄하던 여형구 전 2차관이 평창조직위 사무총장으로 이동한 후 각별히 챙긴다는 후문이다. 서울, 수도권에서 평창과 강릉을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 곳곳에는 도로공사 표지판과 삼각대가 들어섰다. 편도 2차선의 영동고속도로는 수시로 1차선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3월부터 평창올림픽의 주간선도로가 될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의 전면 개량공사에 나서면서다. 강원여객의 한 버스기사는 “영동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며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 이상 더 걸린다”고 말했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원주에서 강릉까지 직접 연결되는 120.7㎞ 복선전철이 들어선다. 사업비 3조7846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오는 2017년 6월 완공 예정이다. 원래 평창과 강릉은 서울, 수도권과 직접 연결되는 철도가 없었다. 그간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충북 제천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강릉까지 빙 둘러 다니다 보니 소요시간만 5시간30분 이상이 걸렸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40분에 주파하는 고속버스와 경쟁이 될 수 없었다. 2017년 6월 철도를 완공하고 시험운전을 거쳐 12월쯤 개통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는 KTX로 1시간1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그간 영동고속도로 하나에만 의존했던 강원도 교통망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정작 문제는 착착 진행되는 하드웨어보다 겨울스포츠에 대한 식어가는 관심이다. 일례로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스키인구는 감소세에 있다. 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키장을 찾은 인구는 511만명에 그쳤다. 2013년(631만명), 2014년(558만명)에 이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고급 스포츠인 스키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정반대 현상이다. 하계올림픽과 달리 동계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라도 하려면 적어도 스키를 타거나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 위를 누빌 수 있어야 한다.

스키인구의 저변이 줄어드는 것은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젊은층과 여성인구 유입이 중요한데 정작 겨울철에는 골방에서 컴퓨터게임에 몰두하고 따듯한 동남아로 떠나는 등 스키를 외면하는 추세”라며 “대형 동계스포츠 스타의 부재도 원인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올림픽의 성공 개최는 한 국가의 종합 국력을 드러내는 척도다. 평창올림픽 개막은 2018년 2월 9일이다. 앞으로 500여일 정도 남았다.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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