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이희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오는 9월 7일 리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또다시 장도(壯途)를 준비하고 있었다. 리우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때 직접 리우를 다녀온 데 이어 약 한 달 사이 벌써 세 번째 리우행이다. 인천에서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는 비행시간만 24시간, 시차는 정확히 12시간이다. 1949년생으로 올해 67세인 그에게는 적지 않은 고역이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바로 다음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성패의 상당 부분이 그의 두 어깨에 달려 있어 리우행은 불가피하다. 리우에 가서 IOC 위원들과 국제경기연맹의 이해당사자들과 만나 평창의 성공 개최를 위한 긴밀한 대화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책무다. 지난 8월 3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평창올림픽 조직위 서울사무소에서 이희범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조직위 위원장실에서는 평창올림픽 30년 전인 1988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러낸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리우 다음 평창 순서가 다가왔다. “평창올림픽 개막은 2018년 2월 9일이다. 하지만 올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평창올림픽 경기장을 활용한 26개 각종 세계선수권대회가 평창에서 열린다. 특히 내년 2월에는 한 달에 11개 게임이 벌어지고, 매주 2.75개의 게임을 치러야 한다. 평창올림픽에 쓸 경기장도 먼저 사용하고, 일류선수 몇몇을 제외한 출전선수들도 그대로 온다. 이를 통해 평창올림픽에 앞서 빙질 등을 테스트하고 관중석, 음향시스템 등을 점검하게 된다. 사실상 하드웨어는 올해 10월까지 끝내야 하고,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등 외곽 인프라는 내년 6월까지 끝낸다. 조직위 입장에서는 사실상 올해 말부터 올림픽이다.”

- 리우에서 만난 IOC 위원들과 외국 매체들의 평창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 “리우에 간 가장 큰 목적은 IOC 총회에 평창의 진도를 보고하는 것이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한국에 신뢰를 보낸다’ ‘이희범 체제가 빠른 시간에 안정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대적으로 리우에 비해서 칭찬을 한 것 같다. 또 IOC 주관 옵서버 프로그램을 통해 연(延)인원 140명의 조직위 관계자가 리우에 다녀왔다. 이를 통해 일반인들은 못 보는 무대와 식당 뒤, 주방, 화장실, 침실 등 구석구석을 일일이 둘러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8시30분 열리는 IOC 위원장과 조직위원장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관했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제대로 하라’며 책상을 치면서 야단치는 것도 직접 지켜봤다. 이 밖에 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를 만났다. 요구도 많고 주문사항이 많았다. 그간 대화채널이 좀 막혔던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 많이 풀었다.”

이희범 위원장은 지난 5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조직위원장은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 등을 통솔해 한 국가의 올림픽 준비를 총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그간 수장이 수시로 바뀌며 몇 차례 내홍을 겪었다. 2014년 7월 김진선 당시 조직위원장(전 강원지사)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전격 사퇴했다. 이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위원장직을 승계했으나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로 인해 지난 5월에 전격 사퇴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장관, 한국무역협회 회장,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등 관가와 민간을 두루 거친 이희범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이희범 체제가 빨리 안정됐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평가는 이를 뜻하는 말이다.

- 리우올림픽이 당초 우려에 비해 큰 문제없이 끝났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평균 점수 이상은 했다고 본다. 우선 개막식 예산을 50% 이상 삭감해서 저비용, 친환경, 친라틴아메리카로 치러냈다. 또 각국의 정보기관들이 공조해 대(對)테러 정보수집 등을 통해 대형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냈다. 안전은 중요한 문제다. 특히 날씨도 많은 도움을 줬다. 폐막식 당일 주조종실에서 총감독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폐막식 당일 폭우가 쏟아져 우리를 바깥에 30분간 세워놓고 비상회의를 하더라. 7시30분쯤 폐막식 연기 결정을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7시45분쯤 비바람이 멎었고, 8시에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난리가 난 이런 과정들을 직접 다 지켜봤다.”

- 리우올림픽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점은 무엇인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리우 조직위원장에 공로메달을 주었다. 하지만 IOC 위원장이 ‘개도국에서 올림픽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등 속을 많이 썩였다. 개막식 첫날 자원봉사자의 25%가 ‘노 쇼(No Show)’를 했다. 2년 전 모집을 하고, 1년간 온라인, 1년간 오프라인 교육을 했다. 하지만 대우가 나빴는지 25%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군과 경찰을 대체투입했다.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영어 등 의사소통이 안 됐다. 일부 경기장은 보안검색장비가 부족해 입장에만 2시간이 걸렸고, 4만명이 환불하는 소동도 있었다. 교통체증이 심각해 경기장을 이동하는 데 2시간 이상 걸렸고, 버스운전사가 엉뚱한 곳에 내려주는 일도 있었다. 경기장별 참가자도 저조했다. 안전문제 때문에 선수들의 선수촌 밖 외출을 통제했다. 관광객이 80만명이 왔다는데 거리는 죽어 있었고, 효과가 반감됐다.”

- 리우올림픽 폐막 때 일본이 선보인 동영상이 화제였다.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이 궁금하다. “10만명이 들어가는 경기장이었다. 아베 총리의 등장은 나도 모를 정도로 ‘특급 기밀’ 깜짝쇼였다. 007작전을 통해 운동장 한가운데 나타났다. 일본다운 IT기술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 경기가 안 좋고 기업들이 어렵다. 기업 후원금 모금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후원 목표를 1500억엔(약 1조6000억원)으로 정했다. 한데 지금 현재 3조5000억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1억3000만달러(약 1450억원) 이상 ‘1군(Tier)’의 경우 15개 기업이 모였고, 5000만달러(약 550억원) 이상 2군에도 24개 기업이 들어왔다. 놀랍게도 2군 후원기업 중에는 요미우리, 아사히 등 언론사도 4곳이나 된다. 민간기업의 참여가 활발하다. 한데 평창올림픽은 후원 목표가 9400억원인데 80%에서 허덕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덜 적극적이다. 특히 공기업들이 경영평가 탓에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올림픽 준비의 어려운 점은 결국 돈 문제로 귀착된다. 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만 해도 국가적 사업으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시성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일부 비판적 여론 탓에 평창올림픽의 경우 국가와 지방이 대략 75 대 25 정도로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치르는 강원도나 평창, 강릉, 정선은 재정적으로 넉넉한 동네가 아니다. 산업기반이 사실상 전무하고 인구마저 부족하다.

결국 조직위는 지원의 상당부분은 국내 민간기업들로부터 끌어와야 한다. 하지만 IOC의 기업스폰서 카테고리 규정 탓에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광고효과 등을 노리고 평창올림픽에 지원을 하려 해도 ‘글로벌 스폰서’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일례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평창 조직위 본부 1층에는 ‘글로벌 스폰서’인 맥도날드가 입점해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맥도날드와 경쟁관계에 있는 ‘롯데리아’는 사실상 입점이 불가하다.

자동차의 경우도 올림픽 글로벌 스폰서는 일본의 ‘도요타’다. 로컬 스폰서인 현대차는 도요타의 허락 없이는 차량 등을 조직위에 지원할 수 없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차량으로 ‘도요타’를 타고 다니는 것은 국민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현대차는 도요타의 양해를 구한 끝에야 평창조직위 측에 차량을 지원할 수 있었다. 또 국내 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이 주력 업종이 상당 부분 겹치는 탓에 지원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LG의 경우 비주력 건설 계열사인 서브원이 평창조직위 측에 조직위 본부 건물을 지어주는 것으로 지원을 대신할 수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본부 호텔이 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알펜시아리조트.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평창 동계올림픽 본부 호텔이 될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의 알펜시아리조트.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 제2영동고속도로, 고속철 등 교통대책은 충분한가. “나도 어젯밤 10시 넘어서 평창에서 서울로 올라오는데 횡성까지 엄청나게 막혔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강릉까지 KTX가 들어오면 달라진다. 평창올림픽에 투입되는 예산 13조원이 과잉투자라고 하는데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 중 11조원이 인프라 투자다. 여름휴가철이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5시간이 걸린다. 이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나. 여수엑스포 때 여수까지 KTX가 개통되면서 여수가 얼마나 좋아졌나. 평창올림픽은 그간 경부축에만 한정됐던 성장축을 동해축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이는 지역균형발전 예산으로 봐야지 올림픽 예산이라고 과잉투자라 한다면 좀 억울하다.”

- 고급 숙박시설 등 외국인 수용 인프라가 부족해 보이는데. “하계랑 동계랑 좀 다르다. 릴레함메르(1994), 나가노(1998), 평창 등 대개 동계올림픽은 특성상 산을 낀 소도시에서 열린다. 밴쿠버(2010)를 제외하면 다 그랬다. 숙박 문제는 동계올림픽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평창의 경우 1시간 거리에 확보된 전체 숙소는 모두 8만실이다. 일단 IOC로부터 총량은 OK를 받았다. 하지만 의뢰인별 요구 수준에는 잘 맞지 않는다. 대부분 5성급 숙소에, 한꺼번에 투숙을 요구해 문제다. 일례로 미국 NBC방송은 리우에 2200명을 보냈다. 2~3개 호텔로 분산 수용한다고 해도, 10개 이상 나누는 것은 불가하다. 정 안 되면 숙박료를 조금 낮춰주거나, 원거리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셔틀버스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외국인을 위한 식당과 먹거리 다양화도 필요해 보이는데. “올림픽, 패럴림픽 기간에는 외국인들이 약 50일 정도 머문다. 기자들은 한 달 전부터 1만4000명이 온다. 맨날 한우, 황태, 오삼불고기, 횟집만 갈 것인가. 프랑스, 이탈리아 식당 한 곳 없다. 내가 인근 면장과 이장들을 직접 소집해서 타박을 준 적도 있다. 이렇게 올림픽을 치르겠냐고 말이다. 한 번은 인근 식당에 예약을 하고 갔는데 딴사람이 앉아 있더라. 벨을 열 번 눌러도 종업원이 안 온다. 식당 서비스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좌식 위주의 식당을 신발 신고 테이블에 앉아 먹는 식당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문체부와 강원도에서 하고 있는데 결국 답답한 것은 조직위니까 계속 잔소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의 말처럼 일선 시·군에서 챙겨야 할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까지 많은 잔소리를 필요로 한다. 일례로 올림픽 본부 호텔이 들어서는 알펜시아리조트와 가장 가까운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횡계시외버스터미널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표기는 고사하고, 화장실도 터미널 건물 바깥에 떨어진 시골 터미널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외국인도 많이 찾아올 텐데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며 “횡계뿐만 아니라 경기장이 들어서는 봉평, 정선, 강릉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올림픽 흥행을 위해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왜 성공했나. 우리가 4강까지 올라가서다. 결국 국민들 가슴속에 올림픽의 성공은 금메달을 몇 개 땄느냐, 몇 위 했느냐로 기억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 오후 경기단체연맹을 소집했다. 메달 따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사실 전 세계에 한국 교민들 중 다른 나라 팀에서 뛰는 사람이 많다. 이들 교민을 데리고 오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이 밖에 D-500(9월 27일), D-1년을 기점으로 대대적 홍보도 병행할 생각이다.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전국적으로 이슈화하는 작업도 들어간다. 올림픽은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장(場)이자, 한 국가의 국력을 대변한다. 요즘 국력은 IT니까 이를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연계할 계획이 있나. “2018 평창, 2020 도쿄, 2022 베이징 등 한·일·중 세 나라가 올림픽을 연달아 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역사적 사건이다. 사실 동북아 세 나라가 갈등도 있고, 협력도 해왔지만 스포츠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한·중·일 3국 올림픽 조직위원장 회의를 제안했고, 지난 7월에 컨퍼런스 콜도 열었다. 일본 측 조직위원장을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맡고 있다. 워낙 거물이라 잘 안 나서려 해서 아쉽게도 리우에서는 모임 성사가 안됐다. 그래도 한·중·일 간 협력할 부분이 많고, 일본 조직위 측 인사들은 수시로 한국에 들어온다. 중국 측 관계자도 경기장별로 배우자는 요청이 많이 온다. 중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3억명의 동계스포츠 인력을 양성한다고 한다. 스키장도 대대적으로 짓겠다고 하는데, 나는 ‘중국이 직접 짓기보다 평창의 시설을 이용해라’고 할 것이다. 인력 협력, 시설 협력이 중요하다. 한·중·일 3국의 올림픽 시설을 동시에 둘러보는 투어프로그램 같은 것도 가능하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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