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53호] 2017.04.17

황재균 울린 ‘바늘구멍’ 메이저리그 뚫는 법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 (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너리그의 황재균 photo 연합 / (우) 미네소타 트윈스 마이너리그의 박병호 photo 연합
KBO 리그 출신인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에 고무된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국내 프로 출신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그 결과 사상 최다의 선수들이 진출했다. 오승환과 김현수는 곡절은 있었지만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무난한 활약을 했던 이대호는 국내 프로야구로 유턴을 했다. 반면 출발이 가장 좋았던 박병호는 시즌이 갈수록 부진에 빠져 마이너로 강등된 이후 손가락 수술을 하며 시즌을 접었다.
   
   2017 시즌을 앞두고 진출에 성공한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황재균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황재균은 .349 5홈런 15타점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첫 참가한 선수 중 팀 내 최고의 활약 선수에게 주는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자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와신상담한 박병호는 시범경기에서 .353 6홈런 1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그렇지만 두 선수 모두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도대체 메이저리그의 벽이 얼마나 높고 두껍기에 이런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로스터에도 못 들어가는 걸까?.
   
   일단 아마추어 드래프트부터 급이 다르다. 매년 6월이 되면 메이저리그 30개의 구단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뽑는다. 각 라운드마다 한 명씩 지명하며 총 40라운드가 진행된다. 그리고 보상 선수 지명제가 있어 전체적으로 지명되는 선수는 12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각 팀은 루키(lookie)리그 쇼트시즌과 롱시즌을 거쳐 로 싱글A와 하이 싱글A 차례로 올라간다. 이런 4단계를 거치면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치게 된다. 선수들은 보통 이런 6단계의 경쟁을 이겨내야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기회를 잡게 된다. 2012년 ‘고교야구 웹’에 따르면 고졸 선수 중 대학을 선수로 갈 확률은 불과 5.6%였다. 그러면 메이저리그의 아마 드래프트 40라운드에 들어갈 확률은 겨우 0.5%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 중 실제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갈 확률 또한 만만치 않다.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1라운드 지명 선수는 66%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2라운드 출신은 절반이 안 되는 49%로 떨어졌다. 3~5라운드 선수는 32%로 다시 확률이 뚝 떨어진다. 6~10라운드 출신 선수는 20%로 메이저리그에서 점점 멀어진다. 11~20라운드 지명 선수의 확률은 11%, 21~40라운드 선수는 7%에 그치는 것이다. 가장 낮은 루키 리그를 기준으로 한 팀 로스터 25인 중 단 하루라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아 보는 선수는 팀당 한 명꼴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론 4%의 확률이다.
   
   
   평균 연봉 400만달러의 메이저리그
   
   이것으로 끝인가? 2017 시즌 개막전을 기준으로 드래프트에 포함되는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을 제외한 외국 출신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9.8%에 이른다. 자체 아마추어 드래프트로 만족하지 못한 채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와 같은 중남미 국가 유망주와 한국, 일본, 대만의 프로나 아마추어 선수들을 스카우트해서 팀의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결국 본토 선수 입장에서는 자체 경쟁도 치열한데 외국에서 스카우트해온 선수들까지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황재균의 경우는 이런 인터내셔널 스카우트의 예이다. 황재균은 국내 프로 경력이 9년에 달한다. 이런 선수를 데려갈 때는 즉시 전력감이란 판단이 우선시된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바로 주전 자리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스프링 트레이닝의 시범 경기를 통해 실력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개막전 로스터 25인을 추리기 위해 기존의 40인 로스터 외에 초청 선수라는 이름하에 각 팀은 20여명의 선수들을 초청해 총 60여명의 선수들이 경쟁에 돌입한다. 일반적인 팀들은 25인 로스터 중 21~22명은 거의 확정이 되어 있다. 결국 두세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것이다.
   
   황재균의 주 포지션 3루를 포함해 샌프란시스코의 내야진은 이미 주전이 확정되어 있었다. 황재균은 이런 상황을 알고 일단 내야 벤치 멤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한 것이다. 그 자리의 경쟁은 치열했다. 우선 기존의 벤치 멤버인 코너 길라스피는 이변이 없는 한 자리가 확보되어 있었기 때문에 남은 한 자리를 놓고 황재균은 검증된 메이저리그 베테랑들과 경쟁을 해야 했다. 우선 17년 차 베테랑 지미 롤린스는 2007년 내셔널리그 MVP 수상을 비롯해 3번의 올스타, 4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수퍼스타 출신이고 고든 베컴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망주 출신으로 두드러진 수상 경력은 없지만 8년 차의 베테랑이다. 황재균을 대신해 로스터에 남은 애런 힐은 13년 차 선수로 2009년 36개 홈런을 포함 3번이나 20개 이상 홈런을 기록한 선수이다. 이들 베테랑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3월 25일까지 로스터에 포함될지 여부를 팀이 결정 내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들은 다시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고 다른 팀과 접촉할 수 있다. 한번 놓치면 경험이 풍부한 선수와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단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구단은 롤린스, 베컴과는 이별을 고하고 힐을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당장은 메이저리그 경험을 우선시한 것이다. 자국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했든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를 선택하다 보니 경쟁은 더 심화된다.
   
   지난해 이런 경쟁을 이겨낸 박병호는 로스터에 들어가 4월 한 달 동안 6개 홈런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타율이 떨어져 1할대에 접어들자 결국 6월 마이너에 떨어졌고 손가락 수술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겨우내 흘린 땀방울은 시범 경기 맹타로 이어졌고 당연히 로스터 재진입을 현지에서도 예상했지만 충격의 마이너행 소식을 접했다. 일단 구단은 지난해 마운드의 부진으로 9연패로 시즌 출발을 했고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투수 한 명을 더 포함시켜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임 사장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당시 계약선수인 박병호를 제외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에서 주인공 알리사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성공 확률이 낮은 ‘좁은 문’에서 자신만의 만족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그 길에 이르지 못한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지만 바늘구멍과 같은 좁은 문이다. 하지만 성공했을 때 그 결과는 달콤하다. 평균 연봉이 400만달러가 넘으며 명성도 따른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고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다시 확률과 싸우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아야 열리는 문을 오늘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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