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포츠
[2471호] 2017.08.21

작아서 무섭다! 김선빈의 역설

김승재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tuff@chosun.com 

photo 뉴시스
프로야구 ‘작은 거인’ 김선빈(28·KIA)이 생애 첫 타격왕의 꿈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6월 15일 타율 0.369로 이대호(롯데·당시 0.364)를 2위로 밀어내고 타격 1위로 올라선 그는 두 달째 이 부문 선두를 지키고 있다. 타율 3할을 한 번도 넘지 못한 연봉 8000만원의 김선빈이 나성범(28·NC), 김태균(35·한화), 최형우(34·KIA) 등을 따돌리고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 것이다.
   
   유격수 김선빈은 수비 땐 몸을 날려 타구를 잡고, 공격 땐 거침없는 슬라이딩으로 득점 기회를 만든다. 단신(165㎝)에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모습은 미국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2루수 호세 알투베(27·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똑 닮았다. 알투베도 165㎝ 키에, 최근 3년 연속 200안타를 칠 만큼 타격 능력이 뛰어나다. 김선빈은 올해 삼성의 고졸 신인 김성윤(163㎝)에게 ‘최단신’ 타이틀을 내줬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신 선수다. 팬들은 그의 활약을 지켜보며 “스포츠는 역시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고 박수를 보낸다.
   
   김선빈은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 특성상 9번 타자로 많이 나왔다. 수비 때 에너지를 쏟는 만큼, 공격 때는 ‘조금 쉬어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구단의 배려가 무색하게 김선빈은 올 시즌 9번 타자로 나왔을 때 타율이 0.372로 더 높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공포의 9번 타자’다. 8월 12일까지 36타점을 올려 10개 구단 9번 타자 중 가장 많다. 김기태 KIA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4번 타자를 시켜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말할 정도다.
   
   김선빈의 시즌 후반기 타율은 0.434 (53타수 23안타·이하 8월 15일 성적 기준)로 ‘신들린 듯한 타격감’을 보이며 시즌 타율 0.389로 고공행진 중이다. 일각에선 “지금 추세대로라면 1982년 백인천(당시 MBC 청룡) 이후 첫 4할 타율까지 넘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선빈은 전남 화순고 시절 작은 키에도 투수와 4번 타자를 도맡았다. 정확한 타격 능력과 펀치력이 강점이었던 그는 ‘희생 번트’를 한 번도 대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프로에 입단해선 높은 벽을 절감했다. 2013년 딱 한 번 타율 0.300을 찍어 봤지만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기록이고, 나머지 시즌은 2할 중·후반대에 머물렀다. 주변에선 ‘저렇게 작은 선수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는 키가 작다고 좌절하는 대신 방법을 찾았다. 그는 “한 번도 내 키를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걸 고민할 시간에 나에게 맞는 타격 자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2015~2016년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며 프로에서도 통할 타격 자세를 만들기 위해 숱한 실험을 했다. 입대 전까지 주로 밀어치는 타자였던 그는 지금은 당겨치는 타구도 자주 생산한다.
   
   그가 올해 ‘해결사’로 자리 잡게 된 건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몸쪽 공 대응 능력을 높인 이유도 있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스프링캠프 때 팔꿈치를 몸에 붙인 채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키는 타법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타격할 때 몸이 따라나가지 않고 좀 더 하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좋은 타구를 많이 만들고 있다.” 상무 시절 기른 파워도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군 복무 기간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체중을 63㎏에서 77㎏까지 불렸다. 체력과 근력이 늘면서 타구에 힘도 붙었다.
   
   
   타격 1위 달리는 165㎝ 타자
   
   심리적으로도 유리한 싸움을 끌고 간다. 김선빈은 타석에 들어서면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추는 특이한 타격 자세를 취한다. 몸을 잔뜩 움츠려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다. 다른 타자라면 스트라이크가 될 공이 김선빈에게는 볼이 된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던질 곳이 좁아지니 부담스럽다. 그를 상대했던 넥센 유망주 김성민은 “어디에 던져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김선빈을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로 꼽았다.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김선빈이 단신이란 신체 조건을 역이용해 치기 쉬운 공을 유도하고 있다. 요즘 말로 하면 투수랑 심리전 ‘밀당(밀고 당기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한쪽 얼굴을 감싸는 이른바 ‘검투사 헬멧’을 쓰게 된 것도 바꾼 타격 자세와 관련 있다. 그는 “몸을 낮추니 투수의 공이 빠져 얼굴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투사 헬멧을 써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감도 생겨 타격이 더 잘됐다”고 했다.
   
   9번 타순에서 고감도 타격을 뽐내며 KIA의 선두 질주를 이끌어준 덕분에 그의 몸도 더 귀하게 대접받는다. 그는 입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즌마다 20~30개의 도루를 했지만 올 시즌에는 3개에 불과하다. 김기태 KIA 감독이 ‘부상 위험이 있으니 무리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루에 성공하면 정말 짜릿하지만, 시즌 마칠 때까지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니 도루 욕심은 내려놓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KIA의 거침없는 상승세의 중심엔 김선빈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KIA가 잘나가는 비결은 강력한 선발진과 최형우로 대표되는 공격력, 그리고 공·수·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김선빈의 활약이 합쳐진 결과”라며 “김선빈의 영리하고 화려한 플레이는 노력이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김선빈은 군 복무를 하고 결혼도 하면서 야구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결혼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해졌고, 상무 시절 관중 없는 경기를 2년 동안 해보니 재미가 없었다”며 “잘하는 이유가 기술적인 것보단 마음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야구팬들은 KBO리그 역사상 최단신 타격왕 탄생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담담하다. 그는 “원래 목표는 규정 타석을 소화하면서 3할 타율을 치는 것이었다”며 “후반기 끝날 때쯤이라면 모를까 지금 타율은 언젠가 떨어질 테니 당장 큰 욕심은 없다. 팀 1위를 하루라도 빨리 확정하는 게 최고 과제”라고 했다.
   
김선빈은?
   
   1989년 12월 18일생. 165㎝ 77㎏
   전남 화순초-화순중-화순고 졸업
   2008년 KIA 입단, 유격수·9번 타자
   연봉 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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