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단이 휴스턴 중심가에서 시민의 축하를 받으며 우승 축하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11월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단이 휴스턴 중심가에서 시민의 축하를 받으며 우승 축하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얼마 전 막을 내린 113회 월드시리즈의 우승컵을 안은 주인공 휴스턴 애스트로스. 1962년 창단된 휴스턴은 창단 56년 만에 첫 우승 헹가래를 쳤다. 치열했던 이번 월드시리즈는 풍성한 기록과 뒷얘기를 남기며 시즌을 마감했다. ‘가을의 전설’로 부르는 월드시리즈는 끝났지만 미국에선 아직도 휴스턴 관련 흥미로운 얘깃거리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우선 허리케인 ‘하비’로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휴스턴 지역에 힘을 주기 위해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Houston Strong’이란 패치를 유니폼에 착용하고 매 경기에 출전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우승의 기쁨을 큰 상처를 입은 휴스턴 시민들에게 바친다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3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모든 스태프들이 휴스턴 시청 앞에서 운집한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축하 퍼레이드를 벌였다. 휴스턴 중심가는 완전 마비가 되었지만 시민들은 웃음꽃이 피어났다.

휴스턴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판매하는 한 비즈니스맨은 지난 5월 애스트로스가 우승하면 3000달러 이상 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대금을 환불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당시 이 약속이 현실이 될 거라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맨은 무려 10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되돌려주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쿨하게 자신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팀의 경사를 뛰어넘어 도시 전체의 축제이자 경사다.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개인적인 경사를 맞은 선수도 있었다. 팀의 주전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는 우승 축하 인터뷰 라이브에서 여자친구에게 챔피언으로 당당히 청혼을 하며 함께 자리한 팀원들에게 큰 축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더 관심을 끌었던 것은 휴스턴의 제시 크레인 구단주의 통 큰 씀씀이였다.

크레인 구단주는 팀 창단 이래 두 번째로 진출한 월드시리즈는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의 노력은 물론 구단의 모든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팀을 서포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풀타임 직원 250명을 다저스구장에 초대했다. 크레인 구단주는 직원 250명을 2개조로 나눠 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월드시리즈 1·2차전을 관람하게 해주었다. 물론 크레인 구단주는 이들의 여행 경비 일체와 입장권 모두를 부담했다. 일단 1차전 티켓 평균 가격은 1863달러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심지어 7차전 평균 가격은 2970달러로 3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재미있는 것은 이 가격이 직접 티켓을 구한 경우에 한정된 것이고 티켓을 판매하는 에이전트를 통해 구입할 경우 1차전 평균 가격은 3164달러까지 올라갔다는 것이다. 입석 자리가 888달러였고, 황금 자리로 볼 수 있는 더그아웃 뒤쪽 첫 줄 자리는 티켓 2장 가격이 3만7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결국 크레인 구단주는 평균 가격인 2000달러로 계산해도 50만달러를 그동안 고생했던 직원들을 위해 기꺼이 지불한 것이다.

이번 휴스턴의 우승은 많은 전문가들과 심지어 전문가들보다 더 정확하다는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열세인 팀을 ‘언더 도그(Under Dog)’라 부르고 도박사들은 숫자로 강팀과 열세팀을 분류한다. 플러스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팀이 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마이너스 숫자가 커지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월드시리즈에 돌입한 10월 23일 라스베이거스의 베팅 라인은 휴스턴이 +145이었고 LA 다저스는 -165로 뚜렷이 다저스의 강세가 점쳐졌다. 그랬기 때문에 휴스턴의 우승은 팬들에게 더 감격스럽고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크레인 구단주 50만달러 쾌척

물론 모든 휴스턴 선수들이 이 승리를 즐겼지만 그들 중에 특히 카를로스 벨트란의 소회는 남달랐다. 메이저리그 경력 20년 차로 40살의 벨트란은 일곱 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세 번의 월드시리즈 도전 끝에 마침내 감격의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었다. 무려 포스트시즌 65경기에서 .307 16개의 홈런 42타점을 기록하며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지만 우승과는 늘 인연이 멀었다. 하지만 20년의 기다림은 마침내 막을 내렸고 이제 은퇴를 목전에 두고 꿈을 이룬 것이다. 우승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팬들은 환호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워낙 이번 시리즈가 최종전인 7차전까지 갈 정도로 치열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많다 보니 TV 시청률도 2005년 이후 3번째로 높았다. 특히 13 대 12라는 월드시리즈 역사상 한 경기에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이 나온 5차전은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높은 시청률을 보장받는 ‘선데이 나이트 풋볼’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무려 19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7경기의 평균 시청률도 10.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작년 108년 만에 우승한 시카고 컵스와 1948년 이후 첫 우승을 노리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평균 시청률인 13.1%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애초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11월 3일 휴스턴 선수들은 퍼레이드를 가졌다. 이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일부 대학교 교수들은 수업까지 휴강하며 학생들이 퍼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퍼레이드는 중심가 20블록에 걸쳐 이뤄졌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휴스턴 도시 역사상 가장 크고 화려하게 퍼레이드를 계획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리고 운집한 수만 명의 관중들은 거대한 풍선 야구공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Let’s go Astros’를 연호하기도 했다. 이들의 축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매직킹덤에서 선수들이 직접 참여해 우승 축하 퍼레이드를 연결 시켰다. 이들은 미키마우스와 같은 기존의 디즈니월드 캐릭터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하며 광장을 찾은 많은 팬들의 축하를 받았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는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67년 만에, 그리고 지난해는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에 정상에 섰다. 휴스턴은 56년 만에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과연 내년 월드시리즈는 누가 어떤 스토리를 써내려가며 저주나 징크스을 풀어버리고 우승의 축제에 취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송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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