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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7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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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올림픽기 들고 명예회복! 러시아에 부는 평창 바람

정병선  조선일보 스포츠부 차장 bschung@chosun.com

▲ 러시아 동계올림픽 선수들이 지난 12월 1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연합
‘40도 이하는 술도 아니고, 영하 40도 이상은 추위도 아니다.’
   
   눈밭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러시아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러시아의 겨울은 춥고 길다. 눈이 장마처럼 줄기차게 내린다. 모스크바는 1년 12개월 중 길게는 7개월이 겨울이다. 겨우내 집 주변 공원과 숲속에는 노르딕 스키를 즐기는 ‘모스크비치(모스크바시민)’들로 넘쳐난다. 얼어붙은 호수는 스케이트 인파로 꽉 찬다. 아파트 내 미니축구장은 스케이트나 아이스하키를 타는 어른 아이들로 북적인다. 북위 66도 33분 이북 지역인 북극권에 가면 길거리에서도 스키가 아닌 스케이트를 신고 다니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은 자연스럽게 동계스포츠와 접목된다. 러시아와 동계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 러시아인들이 특히 사랑하는 종목은 아이스하키, 피겨, 바이애슬론이다. 이 3개 종목은 러시아 방송이 겨우내 생방송하는 종목이다. 이 종목의 선수들을 모르는 러시아인이 없을 정도다.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다음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활동하는 무대다. 평창올림픽 참가가 예정됐던 러시아 선수단 규모는 725명이다. 올림픽 참가 2900명 중 40%에 이른다. 규모가 이러니 사실 러시아 없는 올림픽은 진정한 올림픽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1월 6일 러시아에 대해 국가 주도 도핑을 이유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금지했다. 이러한 조치는 러시아인의 가장 큰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러시아 국민 입장에서는 겨울 절정기에 즐기는 스포츠 축제를 날리는 허탈함을 감추기 힘들다. 물론 러시아는 러시아기가 아닌 올림픽기를 달고 선수 개별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지만 러시아 국민은 IOC 조치를 서방의 정치적 음해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지난 12월 12일 선수들의 올림픽 개별 참가를 최종 결정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는 205개(최근 도핑으로 박탈당한 11개 메달을 제외하면 194개) 메달을 따낸 전통의 겨울 스포츠 강국이다. 국가 메달 수에서 노르웨이(303개), 미국(25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메달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금 13, 은 11, 동 9개 등 총 33개 메달을 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노르웨이(금11 은5 동10), 캐나다(금10 은10 동5), 미국(금9 은7 동12)을 누르고 동계올림픽 20년 만에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사회에 스포츠강국 러시아를 알렸다. 하지만 IOC가 최근 도핑을 이유로 러시아가 소치올림픽 때 따낸 메달 중 금메달 4개 포함 11개 메달을 박탈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러시아는 금메달 수가 9개로 줄면서 총 메달 수에서도 미국에 뒤져 졸지에 4위로 내려앉았다.
   
   
   1992년엔 독립국가연합으로 참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러시아는 상위 입상이 예상됐다. 미국의 글로벌 데이터분석 업체 그레이스노트스포츠는 러시아가 평창에서 전체 102개 종목 가운데 금메달 6개를 포함해 21개 메달을 따낼 것으로 예상했다. 금메달 수에서는 8위, 메달 합계 기준으로는 5위 수준이다. IOC 징계 직후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전체 종목의 3분의 1가량인 32개 종목에서 메달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각 종목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톱 5에 든 선수들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평창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 메달을 딴다고 해도 메달 집계는 제로(0)다. 시상대에 러시아 국기와 국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도핑 파문으로 러시아 대신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러시아가 러시아기 대신 올림픽기를 달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올림픽 때도 소련이 붕괴(1991년)되면서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독립국가연합(CIS) 이름으로 참가했다. 당시 15개국으로 구성된 소련은 발트3국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가 독립하자 나머지 12개국이 독립국가연합 형태로 참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베르빌올림픽에서 독립국가연합은 금 9, 은 9, 동 8개로 독일(금10 은10 동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도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자국기와 국가 대신 올림픽기와 올림픽 찬가를 사용했다. CIS로 국제대회 참가는 1992년이 마지막이었다. 1993년부터는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IOC 회원국이 되면서 CIS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대 동계올림픽 성적과 전문가 예측을 참고하면 평창 대회의 종합 우승은 노르웨이와 미국, 캐나다의 3파전 구도가 예상된다. 러시아가 메달 집계에서 빠지면 이들 국가의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없는 올림픽이 올림픽인가’ ‘러시아 없는 경기가 경기인가’라는 인식이다. 더구나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선수들의 개별 참가를 막지 않겠다고 밝힌 뒤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는 무조건 가서 어떻게든 메달을 따 러시아의 존재 가치와 국격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이상한 올림픽 애국주의 물결로 변하고 있다.
   
   러시아 스포츠인들 사이에 불붙기 시작한 올림픽 애국주의는 정치인과 일반 국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4회 연속 챔피언의 주인공 알렉산드르 티호노프는 “러시아 선수들은 어떤 깃발 아래서라도 올림픽에 참가해야 한다”며 “시상대에 올라 ‘나는 러시아인이다’ 하고 소리치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OAR로 참가하더라도 세계의 스포츠팬들이 러시아 선수를 모르겠는가. 더 이를 악물고 나서 본때를 보여주자는 논리다.
   
   러시아가 현재 올림픽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인 분야는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비롯해 바이애슬론 남자 계주,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 단체전과 남자 스키애슬론 등 4종목이다. 특히 피겨의 경우 러시아는 최근 6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총 26개의 금메달 가운데 14개를 쓸어담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크로스컨트리 대부분의 종목과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 컬링 여자, 루지 남자 싱글, 스켈레톤 남자, 피겨스케이팅 페어, 아이스하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1500m에서도 3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다 빅토르 안(32·한국명 안현수)이 뛰는 쇼트트랙도 평창에서 분전이 예상된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결정이 부당하다 할지라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는 늦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창올림픽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메달을 따야 한다. 이는 러시아 정부를 위해서도 (IOC 징계에 대한) 복수도 아니다. 단지 러시아 국격을 위한 것이다.” 러시아 일간지 노바야가제타는 ‘반드시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러시아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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