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문경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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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재 분야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그래핀이 최초입니다.”

안종현 성균관대 교수(신소재공학과)는 삼성테크윈과 산학협동팀을 꾸려 지난해 세계 최초로 762㎜(30인치) 크기의 대형 그래핀을 만든 주역이다. 이 연구에는 같은 대학 홍병희 교수도 참여했다.

안 교수를 지난 2월 22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종합연구동에서 만났다. 그는 2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화이트보드에 그래핀 모형을 그려가며 열띤 목소리로 설명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우리의 그래핀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품질의 그래핀 대량생산에 성공하면 소재분야에서 최초로 원천기술을 갖게 된다.

안 교수는 “아직까지 그래핀을 투명 전극으로 사용하기 위한 대량생산 설비를 확보한 곳은 전세계에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IBM, 소니 등 미국과 일본의 대기업들은 그래핀의 상용화를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그래핀 국가 펀드(Fund)를 따로 만들어 연구를 진행할 정도라고 한다.

일본은 터치스크린에 많이 쓰이는 산화인듐주석의 대체재로 그래핀을 주목하고 있다. 희토류의 일종인 인듐의 거의 대부분이 중국에 매장돼 있고, 중국은 지난해 일본과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이 벌어지자 희토류 수출통제란 카드를 뽑았다. 인듐의 국제가격이 치솟았다. 일본은 인듐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았고 그래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핀은 거대 장치산업을 통해 생산됩니다. 질 좋은 그래핀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애당초 없던 설비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핀을 위한 기계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항상 앞서나가는 것이 사실 많이 어려워요.”

안 교수는 산업시장에서 소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업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철강이라는 소재가 뒷받침됐죠. 포스코 기업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자기기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그래핀이라는 소재가 든든한 지원군이 돼줘야 합니다.”

성균관대 연구동 실험실 벽면에는 762㎜ 크기의 그래핀이 붙어 있었다. 보기에는 단순히 투명필름처럼 보였다. 그는 “이 필름 한 장이 몇천만원짜리입니다. 이건 휘어지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의 시작”이라며 “적어도 5~10년 안에는 손목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터치스크린의 세계 시장만 하더라도 4조원대예요. 국가에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안 교수는 인터뷰 직후 그래핀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간다고 했다. 안 교수는 2010 노벨물리학상의 공동수상자인 노보 셀로프 교수를 위한 축하섹션의 발표를 맡을 예정이다. 안 교수는 “우리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그래핀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는 만큼 확신을 갖고 꾸준히 연구해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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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연 인턴기자·서강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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