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의 몰락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가 2년을 넘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등 몇몇 경제 대국이 펼쳐온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경제는 불투명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출구전략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금리 현상과 과도한 통화 공급은 인플레이션의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를 억누르는 인플레이션 압박은 이 지역 국가들의 긴축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운동은 유가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중국 역시 물가 상승에 따른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결국 양적 성장에서 한발 물러서, 성장률을 축소하더라도 사회 전체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질적 성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강하게 제기되면서 과잉 유동성의 폐해는 전(全) 지구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 유럽 몇 개 국가의 심각한 국가재정 파탄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는 재건과 복구 시작에 따른 경기부흥의 기대보다는 경제대국 일본의 마비가 불러온 전세계적 공급망의 훼손과 장기적인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을 더욱 크게 느끼게한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들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위기로 이어지며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본질은 세계 금융위기의 수습책으로 등장했던 저금리, 유동성의 과잉 공급, 재정지출의 확대 등 불가피한 후유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후유증은 세계 경기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지에 대한 진단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후유증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경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인 ‘더블딥’의 수준을 넘어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왜냐하면 각 국가와 경제권들이 이미 생각해 낼 수 있는, 대응 가능한 경기 부양책을 거의 다 소진해 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대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차 위기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먼저 미국 경제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막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지만 고용과 소비만을 볼 때 개선의 여지가 비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이외 또 다른 경제 대국들의 상황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미국이 걷고 있는 경기회복의 궤적을 유럽과 일본이 따라갈 것인지를 봐야 한다. 유럽은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각 국가별로 그 편차 역시 크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그 주변 경제권은 미약하게나마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지만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은 구제 금융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흑 속을 헤맬 만큼 회복과 불안요소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국가 재정 문제와 지진의 여파로 장기적인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겨우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이 지진 복구 수요로 나타날 수 있는 토목·건설 등 재건 경기 정도이다.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경우 물가로 대표되는 폭발성이 큰 인플레이션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들 국가의 정부가 시작한 긴축과 물가 사이의 시차를 감안할 때 이머징마켓에서는 2분기 말쯤 물가 상승 고점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계 각 국가와 경제권의 상황들은 이제 막 시작된 2011년 2분기의 세계 경제를 회복과 혼란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둬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핵심은 과잉유동성이 만들어낸 물가와 인플레이션일 것이다. 이 인플레이션의 강도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2분기 이후의 세계 경제를 점쳐 볼 수 있을 듯하다.

홍성국

대우증권 전무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부장,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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