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photo 뉴시스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photo 뉴시스

최순실 국정농단이 주식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특히 요동치는 주식들이 있다. 대선 테마주들이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지지율이 폭락할수록 여·야 잠룡(潛龍) 관련 테마주 급등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관련 테마주가 강세다. 문 전 대표는 현재 차기주자 지지율 1등을 달리고 있고,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대표적 인물이다. 10월 20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관련 테마주들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사실상 친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관련 테마주들은 폭락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추락하고 있다. 문재인씨와 함께 야권의 또 다른 대선 후보로 거론돼온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관련 테마주들은 다른 차기주자 테마주들과 달리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끈다.

문재인·유승민 테마주 폭등

최순실 국정농단이 본격화하며 일제히 급등한 문재인 테마주 중 가장 큰 폭등세를 보이는 것은 고려산업이다. 고려산업은 두 가지 이유로 문재인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하나는 고려산업의 최대주주인 금강공업의 사외이사인 이모씨가 문재인씨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이 부각됐다. 또 고려산업 본사와 부산 공장이 문재인 전 대표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구에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배합사료 제조와 판매, 농축산물 가공업을 하는 고려산업의 주가는 8월 말까지도 1900~2000원대를 오르내렸지만 9월 19일 2700원으로 상승했고, 10월 4일에는 3870원까지 올랐다. 한 달 만에 99%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본격적인 폭등이 아니었다. 10월 25일 “최순실에게 연설문 등 도움을 받았다”며 청와대 문건이 최순실에게 건네졌음을 시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 대국민 담화 직후 본격적으로 폭등하기 시작했다. 10월 25일 2930원이던 주가는 26일과 28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11월 2일에는 6240원까지 폭등했다. 8월 31일 1945원이던 주가가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지고 곧바로 최고 6240원으로 221%나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주가 폭등을 틈타 오너일가인 전재근씨와 임원들이 주식을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하락했다. 11월 9일 현재 주가는 4770원이다.

오래전부터 문재인 테마주로 꼽혔던 바른손과 우리들제약 등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드러난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8월 31일 7750원이던 바른손 주가는 10월 31일 1만4000원으로 두 달 만에 81%나 폭등했다. 11월 9일 현재 1만2500원이다. 우리들제약 역시 급등락하고 있지만 8월 31일 1만5900원이던 주가가 약 두 달 후인 11월 3일 1만9600원까지 급등했다. 11월 9일 현재 1만6800원이다.

유승민 테마주도 문재인 테마주 이상으로 급등했다. 유승민 테마주는 대부분 ‘유승민 동문 기업’들이다. 대표나 오너가 유 의원과 비슷한 시기 석·박사 과정을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에서 함께한 기업들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산서비스를 대행하는 대신정보통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이재원 대표가 유 의원과 거의 같은 시기 전공은 다르지만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에서 석·박사 과정을 다녔다.

대신정보통신은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PC에서 확보한 청와대 문건을 보도하기 시작한 10월 20일 이후 본격 상승했다. 10월 20일 주당 1735원이던 주가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청와대 문건을 건넸음을 인정한 10월 25일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10월 26일 2245원으로, 11월 3일에는 2795원까지 급등했다. 거래일 기준 10일 만에 62%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11월 9일 현재 주가는 2175원이다.

삼일기업공사도 유승민 테마주다. 삼일기업공사 박종웅 대표도 유 의원과 비슷한 시기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캠퍼스 석·박사 과정을 다녔다. 삼일기업공사는 10월 26일부터 폭등했다. 10월 25일 3705원이던 주가가 26일 4050원으로, 11월 3일에는 5090원까지 올랐다. 거래일 기준 7일 만에 37% 이상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11월 9일 주가는 3865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손학규씨 관련 테마주는 10월 20일 정계 복귀 선언 시점과 JTBC의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보도 시점이 겹치며 차기주자 테마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손학규 테마주로는 판유리 가공사인 국영지앤엠과 자동차 부품사 유니크 등이 있다. 국영지앤엠은 최재원 대표가 손씨와 서울대 정치학과 65학번 동기라는 이유로, 유니크는 안영구 회장이 손 전 대표와 경기고·서울대 동창이란 이유로 손학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손학규 테마주들은 손씨의 정치 복귀 선언 당일과 박근혜 대통령의 2차 대국민 담화가 있던 11월 4일 이후 급등했다. 하지만 곧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친박과 함께 폭락한 ‘반기문 테마주’

현재 가장 큰 충격에 빠진 것은 반기문 테마주다. 친박계의 지지를 받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반기문 테마주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반 사무총장의 외조카 장모씨가 대표이사인 의류 제조사 지엔코가 대표적인 반기문 테마주다. 지엔코의 주가는 10월 초부터 폭락하고 있다. 9월 21일 7500원이던 주가는 10월 25일 박 대통령 첫 대국민 담화 다음 날인 10월 26일 4640원으로 추락했고, 11월 4일에는 4275원까지 폭락했다. 두 달이 안 돼 43%나 폭락한 것이다. 11월 9일 현재 주가는 4555원이다.

또 다른 반기문 테마주 한창과 성문전자도 동반 폭락했다. 9월 20일 1만4050원이던 성문전자 주가는 11월 4일 7500원까지 추락했다. 한창 역시 9월 19일 7270원이던 주가가 11월 9일 4100원으로 폭락했다. 9월 19일 이후 44% 이상 추락한 것이다.

차기주자 관련 테마주 중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안철수 테마주다. 다른 차기주자 테마주들과 달리 최순실 국정농단 속에서도 주가에 큰 변화가 없다. 이와 달리 야권 차기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테마주들은 요동치고 있다.

여·야 잠룡들과 학연·지연·혈연으로 엮이면 일단 차기주자 테마주로 떠오르지만 이들 기업이 실제 여야 잠룡들과 얼마나 깊숙한 관계인지는 전혀 확인된 게 없다. 실체보다 친분과 인연에 기댄 막연한 기대감이 차기주자 테마주의 본질이다. 이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나 경영진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왜곡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지며 급등락하고 있는 차기주자 테마주들의 주가 역시 기업 가치와는 무관하게 왜곡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주가 급등주와 거래량 급증주에 현혹되기 쉬운 개인투자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키워드

#증시
조동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