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가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의미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을 기존의 인공지능에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이 접목된 것이라고 말한다. 1950년대 처음 제시된 기존의 인공지능과 질적으로 다른 최근의 인공지능을 가리켜 ‘지능정보기술’이라고 명명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는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지능정보기술원(AIRI)의 책임자인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원장은 지난 12월 20일 기자와 만나 “지능정보기술을 연구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그게 무슨 기술이냐’며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새해에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우리 기관의 이름을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능정보기술원은 2016년 3월 발표된 알파고 후속 대책으로 설립된 기업형 민간 연구소다.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 등 대기업 7개사가 각각 3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미래부가 공식석상에서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것은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2016년 신년사에서다. 최 장관은 신년사에서 “지능정보기술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정보보호 등을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래부는 최근까지 관련 정책을 발표할 때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미래부 내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래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됐던 과학 관련 부처에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조직의 기능이 합쳐져 만들어진 거대 부처다. 알파고 쇼크 등으로 인해 인공지능 관련 부서의 목소리가 커지자 미래부 내부의 통신 전문가들이 과학기술 쪽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정보화 사회’라는 용어와 맥이 닿는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 의견은 2016년 10월 미래부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미 백악관은 빅데이터가 접목된 최근의 인공지능을 가리켜 MLAI라는 용어를 쓴다. MLAI는 ‘Machine Learning based AI’의 약자로, 기계학습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용하는 지능정보기술보다 분명한 용어다. 빅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다는 최근 인공지능의 특징을 명확히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업계의 선두주자인 구글, 애플 등이 모두 빅데이터를 모으기 유리한 플랫폼 기반 ICT 기업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부 권용현 지능정보사회추진단 총괄기획팀 과장은 전화통화에서 “지능정보기술은 현재 인공지능 관련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모두 플랫폼 기반 ICT회사라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용어”라며 “개념을 누군가가 좋아해서 정의했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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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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