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46호] 2017.02.27

소수주주 보호보다 헤지펀드 악용 우려

위험한 상법개정안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photo 뉴시스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논쟁이 뜨겁다. 소수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가 입법 목적이다. 이 같은 목적에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개정안이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법개정안의 제도들은 우리나라에만 있거나 다른 나라에서는 기업의 선택에 맡겨놓은 것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들이다. 업종과 규모, 경영환경, 이해관계의 복잡성 등은 개별기업마다 각양각색이다. 제도를 획일적으로 강제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수주주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외국 투기자본에 악용되어 오히려 다른 일반 소수주주들이나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시킬 위험성도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는 경영진, 즉 이사를 선출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이사 선출 시 지배주주에 비해 소수주주들을 우대해 소수주주들이 선호하는 사람이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들이다.
   
   현재 상법에서는 모든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일괄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선임된 이사들 중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의 주주총회에서 다시 선임하도록 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대주주 영향력을 줄여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다. 모든 이사를 일괄 선임할 때는 대주주가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아 독립성 확보가 미흡하다며 감사위원이 될 이사와 일반 이사를 처음부터 분리 선임하자는 것이 개정안이다.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위함이다.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는 아무리 많은 주식이 있어도 의결권을 3%까지밖에 행사할 수 없다. 반면 3% 이상 가진 투기자본은 일명 ‘지분 쪼개기’로 3% 제한을 회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SK 경영권 분쟁에서 SK주식 14.99%를 보유한 소버린은 펀드를 5개로 쪼개 각 2.99%씩 보유하게 하고 모든 의결권을 행사한 반면 SK의 최대 주주 측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
   
   집중투표제는 1주에 선출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소수주주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자 중 한두 사람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현행법상 집중투표제를 원하지 않는 기업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하자 아예 강제적으로 의무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이다.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등 세 나라뿐인데 우리가 이들 나라를 따라가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특히 2006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던 KT&G가 헤지펀드인 칼아이칸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모회사 소수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도입으로 인한 이득보다 실이 더 크다. 다중대표소송 인정 여부를 법원의 해석에 맡기고 있는 미국에서도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 보유한 경우 허용하고 있다. 일본만 유일하게 상법에서 구체적으로 입법화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모회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모회사 자산액의 20%를 초과해야 하는 등 자회사의 규모가 모회사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경우에만 소송제기를 인정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남소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상법 개정안에서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또는 30%만 보유해도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남소방지 장치도 특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오랫동안 다중대표소송을 운용해온 미국에서도 이 제도가 주주 보호 기능은 미약한 반면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사에게만 이득이라는 비판이 있다. 또한 다중대표소송은 자회사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결정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합작투자 설립 등 자회사를 통한 다양한 투자 및 경영전략 선택에 제약을 줄 수도 있다. 투기자본이 모회사 소수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고 기업집단에 소속된 자회사들의 경영에 딴지를 걸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 확대를 위한 전자투표제는 현행법에서 개별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터키와 대만, 인도 정도가 최근 의무화했다. 주주들이 단기적 투자수익에만 주로 관심이 있어 주식보유 기간이 세계에서 4번째로 짧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상황에서 전자투표제를 강제한다고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율이 눈에 띄게 증가할지 의문이다. 실제로도 전자투표제를 실시한 기업들에서 극히 일부 주주만이 전자투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전자투표 시 사용되는 공인인증서 해킹 유출이 최근 3년간 7만건을 넘고 있어 공인인증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검토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회사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업 성장동력 지켜줄 방패 마련 필요
   
   결국 이번 상법개정안 반대 논리의 핵심은 소수주주 보호라는 입법목적과 달리 오히려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기자본에 이용되어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을 적대적 M&A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데도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20년 전이었다면 이러한 비판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헤지펀드가 급성장하면서 자본시장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요즘 헤지펀드들은 기존의 투기자본들처럼 많은 지분을 확보해 이사회의 과반수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빼앗는 식의 전략을 애용하지 않는다. 최소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만을 이사회에 진출시켜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상승시켜 단기차익을 취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헤지펀드들은 언론 매체나 반기업 정서 등을 적절히 활용하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한다. 또한 온갖 화려한 금융기법을 사용하여 법망을 교묘히 회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들은 공정한 경영권 경쟁을 위해 마련된 주식대량보유(5%) 보고의무를 교묘히 회피하는 등 경쟁질서를 훼손시키기도 한다. 여러 헤지펀드들이 5% 이하 지분을 보유하며 공시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가 별안간 함께 타깃 회사를 공격하는 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최첨단 금융기법을 활용해 보유한 주식과 의결권을 자유자재로 분리하며 의결권 보유기준에 따라 마련된 공시의무를 회피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미국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헤지펀드를 이익만을 추구한다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겠는가. 헤지펀드는 일부 투기성향 주주들에게 이익일 뿐 대부분의 주주들과 근로자, 회사의 장기 이익을 훼손해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기반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최근 헤지펀드가 급성장하자 세계 각국에서도 자국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적이다.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맞춰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우리도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창’만 날카롭게 할 것이 아니라 이들로부터 우리 기업의 장기적 성장동력을 지켜내기 위한 ‘방패’ 마련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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