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47호]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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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370원(1월 3일)→1670원(1월 16일)→56원(3월 2일) 한진해운 참사로 본 개미들이 망하는 공식

photo 뉴시스
파산이 선고된 한진해운이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 2월 22일 780원이던 한진해운 주가가 정리매매 기간인 3월 2일 현재 56원까지 폭락했다. 거래일 기준 단 5일만에 주가가 무려 92.82%나 폭락한 것이다. 사실 이런 주가 폭락은 2월 17일 서울중앙지법의 파산 선고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개미들도 충분히 예측했던 폭락이다.
   
   그런데 법원의 파산 결정에 따른 이번 폭락보다 개미투자자들을 더 큰 충격에 몰아넣은 사건이 있다. 한진해운 주가를 둘러싸고, 지난 1월 4일부터 1월 중순까지 벌어진 비정상적 주가 급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간 한진해운 주가는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할 만큼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 이 폭등은 대박의 꿈에 젖어 있던 개미들을 유혹했다. 이 유혹을 억누르지 못한 개미들이 침몰하던 한진해운에 대거 올라탔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반쯤 지난 3월 2일, 한진해운 주가는 56원으로 추락했다. 한진해운이 말 그대로 수많은 개미들의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어버렸다.
   
   개미들과 한진해운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1월 상황을 재구성해 보자. 지난 1월 3일 한진해운 주가는 370원(종가 기준)에 불과했다. 그랬던 한진해운 주가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게 1월 4일부터다. 이날부터 ‘사겠다’는 매수 주문이 갑자기 쏟아지며 주가가 폭등했다. 그리고 1월 16일까지 불과 9일간의 거래 동안 무려 4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1월 3일 370원이던 주가는 불과 5일 만인 1월 10일 1100원까지 폭등했다. 무려 197.3%나 오른 것이다. 그리고 다시 1월 12일에는 1430원(종가 기준)으로, 1월 16일에는 장중 1670원까지 폭등했다. 1월 16일 장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1월 3일 이후 9일 만에 주가가 무려 341.35%나 폭등한 것이다.
   
   이랬던 한진해운 주가가 약 한 달 반 만인 3월 2일 껌 한 통도 살 수 없는 단돈 56원으로 추락했다. 1월 16일 장중 최고가 기준으로 한 달 반 만에 무려 96.65%나 주가가 대폭락한 것이다.
   
   
   개미 거래량이 총 거래의 99.7%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기간 동안 한진해운 주식을 사들인 게 사실상 개미들뿐이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들은 개미들이 사들인 만큼 한진해운 주식을 팔아치웠다. 한진해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1월 4일부터 16일까지 대박을 좇던 개미들이 사들이 한진해운 주식이 얼마나 될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 기간 한진해운 주식의 총 매수금액은 1조754억4613만원(만원 이하 절사)이었다. 놀랍게도 이 중 개미들이 한진해운 주식을 사는 데 쏟아부은 돈이 무려 1조694억3359만원을 넘었다. 한진해운 주식을 사들인 이들의 99.44%가 개미라는 뜻이다. 또 다른 통계가 있다. 같은 기간 개미들이 순매수한 한진해운 주식은 94만1118주에 이른다. 반면 외국인은 51만9301주, 기관(기타 법인 포함)은 36만1817주를 팔아치웠다.
   
   개미투자자들이 만들어낸 이해하기 힘든 통계는 또 있다. 장중 주당 1670원까지 폭등했던 지난 1월 16일 한진해운 주식 거래량은 무려 3억2265만1168주다. 상장된 한진해운 주식이 2억4526만9947주인데 이보다 훨씬 많은 주식이 이날 단 하루에 거래된 것이다. 그런데 이날 개미들이 사들인 한진해운 주식이 무려 3억2185만주에 이른다. 이날 하루 한진해운 주식을 사들인 99.75%가 오직 개미들이란 의미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이 침몰하던 한진해운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려 발버둥치던 와중에 개미들만은 거꾸로 침몰하던 난파선으로 몸을 던졌다는 말이 된다.
   
   개미들이 한진해운 주식을 도박하듯 이렇게 사들였지만 비정상적으로 폭등하던 주가가 정점을 찍자 대박의 꿈에 젖어 있던 개미들의 꿈은 금방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장중 주당 1670원까지 폭등했던 1월 16일 이후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정점을 찍은 지 불과 며칠 뒤인 1월 23일 한진해운 주가는 900원으로 내려앉았고, 2월 2일에는 780원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2월 2일 한진해운 주식을 갖고 있던 개미들은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중앙지법이 “채무자(한진해운)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큰게 밝혀졌다”며 “회생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쉽게 말해, 법정관리를 중단하고 파산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결정으로 2월 3일 한진해운 주식 거래가 전격 중단됐다. 침몰하던 한진해운 주식을 끊임없이 거래하던 개미들이 갖고 있던 주식을 팔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지난 1월부터 한진해운의 비정상적 주가 폭등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다. 한국거래소는 수차례 비정상적 주가 폭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한진해운에 요구했다. 또 1월 5일 투자경고종목으로, 1월 12일에는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다. 비정상적 폭등으로 인한 ‘투자유의’ 주식으로 분류해 1월 11일과 1월 13일에는 거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더구나 2월 2일 법원이 파산시키는 게 낫다는 결정을 내리기 직전이던 1월 31일에도 한진해운을 재차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었다.
   
   한국거래소만 투자 위험 경고를 했던 게 아니다. 한진해운을 실사한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12월 이미 ‘한진해운의 청산가치가 1조7980억원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상태였다. 사실상 머지않은 미래에 법정관리 중단과 파산 등 청산절차에 들어갈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하라는 시장 경고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강하게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미들이 지난 1월 초부터 침몰하던 한진해운에 대거 올라탔다. 그 결과는 1월 16일 이후 주가가 폭락했고, 2월 3일 주식거래 정지, 2월 17일 파산 선고, 2월 23일 파산 전 정리매매와 또다시 폭락으로 이어졌다.
   
   
   12월부터 울린 투자 위험 경고 무시
   
   기관과 외국인이 손도 대지 않던 파산 직전의 한진해운 주식에 개미들은 왜 뛰어들었을까. 사실 시장 관계자들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한다. 단지 1월 초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기존 자산 매각 관련 이슈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자산을 모두 매각해도 파산 직전의 한진해운 상황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게 기업과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것이 한진해운 주가 상승이나 상황 개선에 절대 호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월 한진해운 주가 급등과 개인투자자들의 사자 열풍은 특별한 이슈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벌어진 이례적 현상”이라며 “주당 300~400원, 비싸야 1000원짜리 주식을 사놓으면 혹시라도 이 주식이 단기간에 600~700원 혹은 2000원쯤 쉽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집단적 기대감이 개미들 사이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기대심리가 있는 상태에서 주당 300~400원쯤 하던 한진해운 주가가 1월 초 단기간에 오르고 거래량까지 많아지니,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개미들이 자신도 쉽게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달려들었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특히 ‘오르면 바로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위 단타 거래에 능하다고 자신하던 도박성 강한 개미들이 한진해운 주식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과는 개미들의 계산과 완전히 달랐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 가치나 내실에 투자하기보다 ‘분위기만 잘 타면’ 또 ‘나는 주식 실력이 좋으니 몇백원짜리 주식을 단숨에 1000원짜리로 만들어 금방 대박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개미투자자들이 다수 몰려들었을 것”이라며 “그동안 수없이 반복됐던 전형적인 개미들의 투자 실패 공식이 한진해운 파산 과정에서 또다시 나타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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