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
[2485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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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게놈 해독 40주년 내 유전체 분석 비용 4조원서 10만원 시대로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60명분의 염기서열을 48시간 만에 해독 가능한 미국 일루미나사의 ‘노바 시퀀서’. photo ICR홈페이지
올해는 생명과학의 전설로 불렸던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1918~ 2013)가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개발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3년 완성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30억 염기쌍을 해독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기술 덕분이다. 그렇다면 게놈 해독 기술은 얼마만큼 발전했고, 해독된 개인 유전체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시퀀싱 기술의 발전
   
   1953년 4월 25일, 제임스 왓슨(James Watson)과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은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DNA 사슬 두 가닥이 나선처럼 꼬여 있는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4가지 염기로 이뤄진 DNA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생명의 비밀을 캐는 연구에 힘을 쏟았다. 문제는 이 염기서열을 어떻게 분석(시퀀싱)하느냐는 점이었다. 이때 염기서열을 손쉽게 알아내는 기술(Sanger sequencing)을 개발한 사람이 프레더릭 생어이다. 시퀀싱은 유전자라는 ‘책’에 쓰인 ‘문장’이 뭔지를 알려주는 방법. 생어 시퀀싱의 핵심은 DNA 중합(重合)효소가 DNA를 복제할 때 OH기(수산기)가 없는 특정 핵산이 끼어들면 중합이 끝나는 점을 이용해 염기서열을 찾아내는 것이다. DNA 중합효소는 DNA가 한 가닥 있을 때 여기에 상보적(相補的)인 나머지 한 가닥을 만들어 두 가닥의 DNA를 만든다. 이 원리를 이용해 몇 번의 복제 과정을 거치면 원하는 DNA 염기서열을 알 수 있다.
   
   생어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1977년 DNA 5386개로 이뤄진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 파이엑스(φX)174의 게놈(DNA)을 완전히 해독해 게놈 해독 시대를 열었다. 이것이 1세대 DNA 해독 기술이다. 이 업적으로 그는 1958년에 이어 1980년 두 번째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1981년에는 염기 1만6569개로 이뤄진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해독했다. 이는 인간의 전체 게놈 정보를 해독하려는 ‘게놈 프로젝트(HGP·Human Genome Project)’로 이어졌다.
   
   결국 HGP는 사람 한 명분의 유전체 전부를 읽어내는 작업이다. 하지만 생어 시퀀싱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한꺼번에 30억쌍의 게놈을 읽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혈액세포에서 얻은 DNA를 잘게 잘라 수억 개의 DNA 조각을 만들고, 한 번에 한 조각씩 염기서열을 해독한 후 다시 합성하여 한 명 분량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썼다. HGP는 13년간 38억달러(약 4조1800억원)의 예산을 들인 끝에 2003년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30억쌍의 인간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 또한 엄청나다. DNA 정보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결국 더 싸게 더 빨리 해독하는 기술 개발이 관건으로 등장했다.
   
   다행히 HGP를 통해 시퀀싱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DNA를 동시에 해독하는 ‘병렬 해독 기법’이 개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숫자 10개가 위에서 아래로 나열되었을 때 이 합을 구하려면 맨 위부터 하나씩 더하면 된다. 이것이 생어 시퀀싱의 방법이다. 그런데 만약 1만개, 10만개의 숫자 열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다면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저렴한 비용에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병렬 해독이다. DNA를 조각내 많은 수로 복제한 뒤, 염기에 빛을 내는 물질을 달아 광학 기기로 한꺼번에 여러 개의 염기를 읽어들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2세대 DNA 해독 또는 ‘차세대 시퀀싱(NGS)’이라고 한다.
   
   차세대 시퀀싱은 특별한 기술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단지 생어 시퀀싱의 데이터 출력량을 훨씬 초과하는 여러 시퀀싱 기술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병렬 시퀀싱 기술은 세계 여러 회사에서 몇 가지가 개발되었는데, 그중 하나인 ‘454 시퀀서’를 이용해 DNA 이중나선 구조를 처음 밝힌 제임스 왓슨의 DNA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처음으로 해독 비용을 150만달러(약 16억5000만원)로 뚝 떨어뜨렸고, 왓슨은 ‘세계 최초 게놈 지도 보유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현재는 미국의 게놈 해독 장비 개발사인 일루미나가 게놈 해독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전체 해독 장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루미나는 2014년 유전체 해독 기간을 2주, 비용을 100만원대로 떨어뜨린 장비를 제작해 저렴한 유전체 해독 시대를 실현시켰다. 올해 1월에는 60명분의 염기서열을 48시간 만에 해독 가능한 ‘노바 시퀀서(NovaSeq)’를 내놓았고, 또 100달러(약 11만원)로 1명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할 수 있는 장비를 제작 중이라고 밝혀 3~4년 뒤에는 유전체 분석이 본격적으로 의료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 해독된 염기서열. photo biogene.com

   앤젤리나 졸리의 활용 사례
   
   그렇다면 해독된 개인 유전체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개인에게 특정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미리 알아내거나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개인별 맞춤의료’가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미국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술이다. 이미 해독된 인간의 표준 유전체와 졸리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그녀의 ‘브라카(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음이 발견돼 유방암 예방 조치로 절제술을 받은 것이다. 이 소식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래 의료의 핵심은 유전체를 초고속, 초정밀, 저비용으로 읽어내고 이를 표준 유전체와 비교하여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개인의 게놈 정보는 유전 질환은 물론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같은 흔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뿐 아니라 졸리처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질병도 조기에 찾아내 예방할 수 있다. 특히 희귀 질환자와 70%의 암 환자에게 유전체 의학 기술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미래회의(WFS)는 2025년쯤이면 유전자 기술이 20세기 미국·소련 우주전쟁처럼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 인구의 증가로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초고속 유전체 해독 기술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현재에도 유전체 의학이 환자의 치료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유전체 데이터가 구축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은 약 200만명. 하지만 더욱 더 많은 환자의 데이터가 구축되어야 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일반인도 부담 없이 유전체 해독을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비용의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개인별 맞춤의학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시퀀싱’ 열풍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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