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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0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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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블록체인 산업 주도권 美·日에 내줄 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정부가 판단하는 건 관치주의다. 관련 법 어디에도 암호화폐 거래에 관한 제재조항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암호화폐시장을 제도권 밖에 내버려둔 채 통제만 하려는 초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암호화폐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제도화를 통해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대신 명동의 사채시장처럼 단속과 통제만을 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현 단계에서 규제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암호화폐시장의 제도화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업계에서 활동했다. 2013년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을 창업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벤처기업을 하나로 묶는 한국블록체인협회 조직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13년 국내 최초의 비트코인 관련 서적인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을 펴내며 암호화폐 분야 전문가로 떠올랐다.
   
   -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미국은 비트코인 가격이 펀더멘털보다 과도하게 오르자 시카고선물거래소에 거래를 터줬다. 선물거래는 현물시장을 제어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비정상이 나타난다면 금융시스템을 통해 정상화될 것이라 믿고 있다.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구조다. 이런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대응은 앞선 기술과 인력을 용광로처럼 빨아들이는 원동력이다. 지금 한국은 기술도, 금융시장 현실도 잘 모르는 관료들이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한다. 국내 증권사의 시카고선물거래소 (암호화폐) 중계를 막은 것도 정부였다.”
   
   암호화폐시장에 대한 제도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지적대로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초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를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인가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법 개정 자체가 흐지부지돼 버렸다.
   
   - 블록체인이 인터넷의 등장처럼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나. “1990년대 중반 유니텔 같은 PC통신을 사용하던 시절 인터넷이 등장한다고 하자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 ‘PC통신망이 있는데 왜 인터넷이 필요하냐’ ‘인터넷이 보급되면 야동(야한 동영상) 천국이 될 거다’ ‘저작권 개념 없이 사이버 해적질이 만연해진다’는 식의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심지어 인터넷을 금지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도 ‘2005년쯤 되면 인터넷의 영향력이 팩시밀리 수준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5년 인터넷업체 ‘구글’의 시가총액이 미국 최대 미디어회사인 타임워너를 추월했다. 블록체인은 현재의 금융과 무역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이 중요한 이유가 뭔가.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이 ‘인포메이션 머신(Information Machine)’이었다면 블록체인은 ‘트러스트(Trust) 머신’이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블록체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암호화폐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세상이 바뀔지 예단하기 어렵다. 블록체인이 발전하면 기존에 지대(地代)를 통한 수입원, 제3의 공증기관과 관련 종사자들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적어도 블록체인은 기존 중계자들보다 더 나은 신뢰를 담보하고 있다.”
   
   -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변화의 사례를 설명해달라. “암호화폐 중 하나인 파일코인은 프로토콜 랩스라는 미국 회사가 만든다. 네이버나 구글은 자신들이 구축한 테이터센터에 이용자의 데이터를 보관, 관리하는데 앞으로는 파일코인이 이를 대체할 수 있다. 전 세계 각 가정의 컴퓨터에 남아 있는 저장공간을 하나의 스토리지처럼 구조화하는 블록체인 프로그램을 구동하면 일반 가정의 컴퓨터 유저들은 그 대가로 파일코인을 받게 된다. 우리는 네이버만큼 믿을 만한 곳이 어디 있냐고 말하지만 랩스가 내놓은 파일코인은 네이버보다 더 보안성이 뛰어나다. 스토리지 규모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에어비앤비의 가치가 세계 체인호텔을 다 합친 것보다 커진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피카소 그림도 증권화와 유동화를 통해 쪼개 팔 수 있다.”
   
   - 경제학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까닭은 뭐라고 보나. “기술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무지(無知)에 그 원인이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단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게 화폐냐 아니냐를 두고 교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새 기술의 산물을 기존 관념으로 해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장부 기록 방식과 이를 통한 집합적 금융 플랫폼이다. 화폐냐, 자산이냐, 재화냐의 논쟁으로 끌고 가는 건 옳지 않고 이득도 없다.”
   
   김 대표는 정부가 암호화폐시장을 조기에 제도화하지 않으면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일본에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국내 암호화폐시장이 꽤 커졌기 때문에 상식 선에만 규제가 이뤄지면 전 세계에서 돈과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다. 지금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크고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교환하는 게 편리한 일본은 규제 환경도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 암호화폐의 가치가 계속 상승할까.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겠지만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주목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게 아니고, 미래 기술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현재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는 빗썸, 코인원 등의 거래소를 통해 매매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수년 내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암호화폐 거래소는 인출권을 사고파는 과정에 ‘디파짓(보증금)’을 보관하는데 여기서 해킹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일종의 오프체인 형태의 거래인데,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사이의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개인 대 개인의 거래가 더 활성화할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의 역할은 줄어들 것 같다. 올해 고객의 디파짓이 필요 없는 이른바 분산거래소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암호화폐의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 차이가 있나. “암호화폐는 비트코인 계열과 이더리움 계열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강화한 코인 등으로 나뉘어진다. 암호화폐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트코인은 화폐 단위로 주고받는 블록체인을 말하다. 이더리움은 여기에 프로그램을 얹어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일종의 애플리케이션 기능이 부가됨으로써 계약의 체결이 가능하다. 글로벌 회사들이 이더리움에 더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시, 모네로, 지캐시 등의 코인은 프라이버시가 강화된 암호화폐다. 하나 더 추가하면 아이오타처럼 사물인터넷에 적용할 암호화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법정화폐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형과 중앙집권형을 절충한 하이브리드 암호화폐도 있다. 리플이 대표적인데, 장기적 관점에서 하이브리드 암호화폐의 경쟁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것은 반대한다. 정부 돈은 비효율을 초래한다. 정부 지원 때문에 관련 산업의 창업비용만 높아지게 된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벤처정책처럼 창업비용을 낮추는 데 정부가 힘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실패에 대한 기회비용이 낮아져 많은 사람이 도전하게 되고 민간자본의 투자도 수월해진다. 정부가 정말 블록체인 산업을 제도화하겠다면 글로벌 시각에서 규제를 만들고 의료기록 등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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