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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1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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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황제주의 굴욕 액면분할 100일

삼성전자 주식 265만원서 4만원대로 재상장 100일 만에 주가 15% 추락

조동진  기자 

사고 싶지만 누구나 마음껏 사기 힘들었던 황제주에서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국민주로 변신한 지 100일이 지났다. 삼성전자 주식 이야기다. 자본시장,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로,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무려 20%(보통주 기준)에 이른다. 삼성전자 단 한 개 기업이 전체 한국 주식시장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렇게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건 2000년 초·중반부터 부각된 성장성과 수익성이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삼성전자는 TV와 세탁기, 냉장고 정도를 만들던 흔하디 흔한 종합가전 업체였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 이후다. 당시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던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렇게 키운 덩치를 바탕으로 2000년 초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휴대전화 시장이 빠르게 커졌고,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D램 등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최근까지도 삼성전자가 덩치를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이 됐다. 이런 성장 과정을 통해 지난 20여년간 삼성전자의 덩치는 빠르게 커졌다.
   
   
   황제주로 오르기까지
   
   이를 수치로 보자. 1998년 25조7723억원이던 매출액(연결 기준·이하 동일)이 2001년 46조4437억원을 넘어섰고 7년 뒤인 2008년에는 121조294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연매출액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어 2010년에는 연매출 150조원, 2년 뒤인 2012년에는 연매출 200조원대를 넘어섰다. 2012년 연매출 200조원 시대를 연 이후 조금 주춤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중반 전 세계에 분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다시 239조5753억원까지 급증했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 삼성전자의 덩치가 9배 이상 커진 것이다.
   
   덩치가 커진 만큼 수익성도 증가했다. 1998년만 해도 영업이익 2조8662억원에 당기순이익이 3622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2001년 영업이익 3조9514억원에 당기순이익 역시 3조550억원이 넘는 흑자 기업으로 반전됐다. 연매출 150조원을 넘겼던 2010년에는 17조2965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에 당기순이익도 16조1465억원을 넘어섰다. 2012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9조493억원과 23조8452억원으로 급증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영업이익은 초호황세를 탄 메모리반도체 시장 덕분에 무려 53조645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42조1867억원이나 됐다.
   
   이런 삼성전자의 성장세와 수익은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이 됐다. 2011년 11월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통상 1주당 주가가 100만원 이상인 주식을 지칭)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어 2012년에는 12월 13일 주가가 153만3000원을 기록해 처음 150만원대에 들어섰다. 2017년 3월에는 200만원 고지까지 넘었다. 2017년 11월 1일에는 1주당 286만1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주춤하긴 했지만 꾸준히 1주당 200만원대 중반 가격을 유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거나 소유하기 위해서는 다른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기 위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증권사들의 빗나간 전망
   
   이랬던 삼성전자 주식 상황이 올해 급반전됐다. 지난 5월 4일 삼성전자가 기존 1주당 5000원이던 주식의 액면가를 50분의 1인, 1주당 100원으로 대폭 낮춰 주식시장에 재상장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은 변화가 없지만 주식 수가 5월 4일부터 50배나 증가한 것이다. 덩달아 5월 3일과 비교해 5월 4일부터 거래되는 주가 역시 1주당 5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 4월 27일 1주당 265만원을 기록한 후 거래정지 상태였다가 지난 5월 4일부터 50분의 1 가격으로 낮춰 다시 거래가 시작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최대 기업의 주식을 주당 5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관심이 폭발했다.
   
   당시 많은 증권사와 리서치센터,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을 향해 ‘1주당 매매 가격이 낮아지고,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많아졌다’는 점을 들어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고 기대심리가 커져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와 함께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이고, 이 상황에서 많아진 유통량이 거래를 활성화시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식의 전망을 쏟아냈다.
   
   그런데 260만원대 황제주에서 4만~5만원짜리 속칭 국민주로 변신한 지 꼭 100일이 된 지난 8월 14일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은 상당수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장담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횡보’ 또는 ‘침체’로 불릴 만큼 답답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3일까지 265만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를 50분의 1로 축소하면 5만3000원이 된다. 즉 5월 4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의 등락 기준은 5만3000원이 된다. 그런데 5월 4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종가 기준)는 단 한 번도 5만3000원을 넘지 못했다. 재상장 첫날인 5월 4일 5만1900원으로 1100원 하락했고, 다음 거래일인 5월 8일 5만2600원까지 오르긴 했지만 5만3000원을 넘지 못했다. 재상장 이후 종가 기준 최고가는 5월 25일 5만2700원에 불과하다. 장중 최고가 역시 5만3000원이다.
   
   오히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들어 급락세다. 6월 8일 주가가 4만원대로 추락한 후 단 한 번도 5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 이후 하락을 이어가며 재상장 100일째인 8월 14일에는 4만5150원까지 추락해버렸다. 불과 100일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14.81% 이상 급락한 것이다.
   
   
   외국인·기관 팔고 개인들만 사들여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는 왜 맥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이 ‘내다버리듯’ 삼성전자 주식 팔아치우기에 나서고 있다. 5월 4일부터 8월 14일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4465억7564만원어치를, 기관투자자들은 무려 2조3998억9769만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반면 5월 4일부터 8월 4일까지 주식시장에서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만 유일하게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산 삼성전자 주식은 무려 2조8252억5487만원어치가 넘는다. 지난 100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내다판 삼성전자 주식 전부를 기업·시장·업황 분석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이 그대로 사들인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이런 행보는 ‘260만~270만원짜리이던 황제주식을 4만~5만원대에 싸게 살 수 있다’는 심리가 집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50분의 1 액면분할’이 결정된 직후부터 쏟아져나온 상당수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의 주가 상승 전망과 투자 의견, 그리고 이를 그대로 대중에게 전한 일부 언론들의 행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액면분할과 재상장 이후 단 100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2조8465억원어치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운 이유는 뭘까. 일단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자 주 수익원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경고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계 대형 증권사와 투자사들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고점을 지나 수요 감소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수요 감소 상황에 빠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기업이 삼성전자다. 메모리반도체 사업 의존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삼성전자는 화웨이와 오포 등 중국 후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 상당 부분을 잠식당하며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고전하는 실정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사실상 회복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추락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맥을 못 추는 상태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수퍼 호황은 최근 몇 년 삼성전자의 고속성장과 엄청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줬다. 하지만 이것이 향후 반도체 시장의 부정적 전망과 함께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등 투자주의 경고
   
   최근 몇 년 삼성전자를 사실상 먹여살려온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이 전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품 가격 추락, 재고 증가, 중국 등 후발 주자들로 인한 시장 과열’ 등의 전망과 분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8월 들어 삼성전자에 대해 ‘주의(cautious)’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투자의견을 낮춘 미국계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가 취한 이 조치는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악화에 삼성전자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외국인과 한국의 기관투자들 역시 이 점에 주목했다. 물론 한국계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호황이고, 조금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향후에도 당분간 좋은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성장세와 수익성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며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단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때문에 생긴 주가 저평가 상태”라는 식의 분석과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주당 260만원을 넘던 황제주의 ‘액면분할 100일 여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주로 변신한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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