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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4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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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 기업공개 앞둔 메이퇀 13억 소비패턴을 바꾸다

백춘미  통신원 

▲ 메이퇀 오토바이 배달원 photo 바이두
요즘 상하이의 어느 상점에서든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은 ‘퇀거우(團購)’다. 퇀거우는 공동구매를 뜻하는 중국말이다. 쉽게 말해 공동구매 사이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해당 상품을 선구매한 뒤 매장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종업원들이 먼저 손님들에게 돈을 아끼라며 퇀거우를 권하는 일도 부쩍 잦아졌다. 종업원들이 퇀거우 여부를 물어보면 이는 곧 ‘메이퇀(美團)’이란 중국 최대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서비스)을 선택한 뒤 결제했느냐고 묻는 말이기도 하다.
   
   메이퇀은 중국에서 ‘퇀거우’와 동의어로 통한다. 2007년 미국의 ‘그루폰’이 소셜커머스란 업태를 처음 선보인 이후 중국에서도 퇀거우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백단대전(百團大戰)’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백단대전은 중일전쟁 때 팔로군(인민해방군의 전신) 100개 연대(團)가 일본군을 상대로 치른 유명한 전투다. 한때 100여개가 넘었던 퇀거우 업체들의 사투를 빗댄 것이다. 메이퇀은 퇀거우 ‘백단대전’의 최종 승자다. 메이퇀과 다중덴핑(大衆点評) 등 중국의 양대 퇀거우 사이트가 모두 메이퇀 산하다.
   
   9월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를 앞둔 메이퇀은 요즘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IT기업 중 하나다. 중국의 모바일 경제를 일으킨 1세대 IT 기업이 ‘BAT(바이두·알리바바·텅쉰)’였다면, 메이퇀은 2세대 IT주자인 ‘TMD(터우탸오·메이퇀·디디)’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바이두(검색)·알리바바(전자상거래)·텅쉰(메신저)·터우탸오(뉴스)·디디(차량공유)처럼 전문 분야가 확실한 다른 IT 기업과 달리 한마디로 업태를 딱 정의 내리기 힘든 것이 메이퇀의 특징이다.
   
   메이퇀은 2010년 베이징에서 소셜커머스 업체로 출범한 직후, 배달앱(2013년), 소비자리뷰(2015년), 제3자 지불결제(2016년), 차량공유(2017년), 공유자전거(2018년)까지 문어발 진출을 거듭했다. 모바일에서 메이퇀 앱을 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고, 모두 다 있다’란 문구처럼 거의 모든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메이퇀 없이는 중국에서 소비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하다.
   
   메이퇀의 폭발적인 성장은 숫자로 드러난다. 매년 급성장하는 이용자 수, 가맹점포 수, 거래금액 등이 이를 입증한다. 2015년 2억600만명이던 이용자 수는 지난해 3억1000만명으로 늘었다. 가맹점포 수는 2015년 300만점포에서 지난해 550만점포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막대한 이용자와 가맹점을 기반으로 메이퇀 플랫폼상에서 일어나는 거래금액은 2015년 1610억위안에서 2016년 2370억위안, 지난해 3570억위안(약 58조원)으로까지 급증했다. 2016년과 2017년의 연간 성장률만 각각 46.8%와 51%에 달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13억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을 바꾼 메이퇀의 창업자는 푸젠(福建) 출신으로 칭화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왕싱(王興)이다. 1979년생, 만 39세에 불과한 왕싱은 미국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돌아와 2010년 베이징에서 메이퇀을 창업했다. 2013년에는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고, 2015년에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소비자리뷰 사이트 다중덴핑을 인수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차량공유(우버) 서비스에 진출했고, 지난 4월에는 중국 2위 공유자전거 업체 ‘모바이크’를 인수합병하면서 재차 덩치를 키웠다. 왕싱은 중국 IT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포식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물론 메이퇀의 신사업 진출과 거듭되는 인수합병을 두고 자금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메이퇀은 폭발적인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수합병과 출혈경쟁에 쏟아부은 막대한 보조금 등으로 지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은 339억위안이었는데, 영업적자만 189억위안(약 3조원)에 달했다.
   
▲ 메이퇀 CEO 왕싱 photo 바이두

   공격경영으로 물가 끌어내려
   
   하지만 중국 최대 부자인 텅쉰(텐센트) 마화텅(馬化騰)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왕싱은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위챗)을 가진 텅쉰은 메이퇀에 막대한 ‘실탄’을 공급해온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창업 초 알리바바 마윈(馬云) 회장의 투자로 사업을 키운 왕싱은 지금은 마윈과 결별하고 마화텅과 제휴했다. 왕싱은 지난해 12월 상하이 근교의 저장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 직후 중국 IT기업인들의 뒤풀이 자리에서 가장 상석에 앉은 마화텅의 오른팔 자리에 앉았다. 당시 자리에 마윈은 없었다. ‘양마(兩馬)’를 정점으로 한 중국 IT 업계의 경쟁구도와 서열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들은 메이퇀발(發) 가격경쟁을 즐겨왔다. 메이퇀의 공격경영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3월 메이퇀이 상하이에서 차량공유 서비스(우버) 진출을 선언하고 엄청난 보조금을 퍼부었을 때 상하이 시민들은 버스만큼 저렴한 가격에 고급 우버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다. 급기야 막대한 보조금은 기존에 우버 서비스를 제공해온 ‘디디’와 기존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상하이시 당국까지 개입한 끝에 규모가 줄었지만, 소비자들로부터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음식배달 역시 마찬가지다. 메이퇀은 배달시장을 놓고는 알리바바 계열의 ‘어러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결국 두 업체의 배달경쟁은 단돈 1위안이라도 배달비를 낮추고 단 1분이라도 배달시간을 줄이려는 경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빠르면서도 결제가 편리한 배달앱을 선택해 음식 배달을 시키고 있다. 배달앱 시장에서는 메이퇀이 어러머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 밖에 공유자전거 ‘모바이크’를 인수한 다음에는 지난 7월부터 대여보증금을 무료로 하는 등 중국 소비자들은 메이퇀발 가격경쟁에 따른 효과를 온몸으로 체감 중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소비자의 힘이 미약했다. 여전히 공급자 위주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를 이용해 판매자(공급자)들이 형편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기 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제는 메이퇀과 같은 플랫폼상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결정과 소비지출이 일어나니 가격과 서비스를 두고 옥신각신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소비자들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점과 댓글로 응징하면 그만이다. 이 같은 소비패턴의 변화는 중국 전 업종의 서비스 수준을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끌어올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혁신성장의 방법으로 플랫폼 경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소비자 편익보다는 업계질서와 과당경쟁, 약자보호 등 갖가지 미명을 핑계로 메이퇀과 같은 혁신적인 플랫폼의 출현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메이퇀이 최근 역점을 기울이는 우버 서비스만 해도 한국에서는 여객운수법 위반으로 국토교통부 규제 대상이다. 메이퇀의 제3자 지불결제와 여수신 업무는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위배될 공산이 크다. 한국에서도 과연 메이퇀과 같은 플랫폼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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