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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28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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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재웅의 ‘타다’ 이번에는 택시 업계 넘을까

배용진  기자 

▲ 지난 10월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사옥 앞에서 택시단체 4곳이 연합한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출시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photo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사람들은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느라 불편하고, 택시기사는 낮은 처우에 지쳐 있고, 택시회사들은 기사를 못 구해 차를 놀리고 있고,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기업들은 정부와 택시 사이에 끼여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고생하고 있죠. 정부는 혁신기업들이 마음 놓고 혁신을 하게 하고, 그 결실을 사회와 잘 나누면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존 산업을 연착륙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같이 머리를 맞대봤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8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날 이 대표가 이끄는 차량공유 기업 쏘카의 자회사 VCNC는 ‘타다’라는 차량호출 서비스를 출시했다. ‘타다’는 승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11인승 승합차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운송 서비스다. VCNC는 “데이터 기반 배차로 기존 택시의 한계로 꼽혀온 출퇴근·심야시간 승차난을 해소하고 운전기사 교육·검증을 통해 안전한 운송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요금은 동일거리 기준으로 택시보다 약 20% 비싸다.
   
   현행법은 렌터카가 운전자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여객운수법 시행령을 통해 11~15인승 승합차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차량 비용이나 유지비 측면에서 승용차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타다’가 승합차를 이용하는 이유다.
   
   
   택시 업계가 이재웅 견제하는 이유
   
   택시 업계는 ‘타다’의 등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는 VCNC가 ‘타다’를 공개한 당일인 지난 10월 8일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신산업·공유경제·승차공유, 대단히 새로운 서비스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법의 맹점을 찾아 이익을 창출하려는 사실상 일반인을 고용한 택시영업과 다를 바 없다”며 “‘타다’는 불법 여객운송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4개 단체에 속한 택시기사를 합하면 총 25만명 정도가 된다. 택시 단체들은 “공유경제의 미명하에 택시산업 죽이는 불·탈법 승차공유를 퇴출시키기 위해 거센 투쟁 중에 있는 이런 시기에, 혁신성장본부 공동 민간본부장에 선임된 쏘카 대표의 자회사가 위법한 승차공유 유사택시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였다”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이러한 행보가, 승차공유로 사회적 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 있는 혁신성장본부 공동 민간본부장의 입장에 과연 적합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택시 업계가 비판하는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다. 이 대표는 27세이던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해 2008년까지 대표를 맡은 벤처 1세대의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 4월부터 쏘카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쏘카는 모바일 커플 앱 ‘비트윈’으로 유명한 VCNC를 인수해 주목받은 바 있다. VCNC는 쏘카에 합병되기 전 이미 소프트뱅크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KTB네트워크 등으로부터 약 155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커플 앱을 주력으로 개발한 스타트업답게 데이터 보안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VCNC가 쏘카에 인수되면서 박재웅 VCNC 대표는 쏘카의 CSO(최고보안책임자)를 맡았다. 당시 이재웅 대표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데 VCNC가 그 분야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왔다고 할 수 있고,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팀이라서 쏘카의 서비스 업그레이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VCNC 인수 이유를 밝혔다. 업계에서도 “쏘카가 기술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승차공유 분야는 그간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스타트업의 무덤’이라고 불려왔다. ‘풀러스’ ‘럭시’ 등 승차공유를 내세운 국내 스타트업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유상운송’이라고 판단하면서 서비스에 제한을 받아왔다. 이 분야 국내 1위 스타트업인 ‘풀러스’는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 70%를 구조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를 우회해 승차공유 시장을 뚫으려는 움직임은 계속돼왔다. 국내 스타트업 ‘벅시’는 공항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11~15인승 대형 승합차를 좌석 단위로 빌려주는 카풀 서비스인 ‘벅시’를 출시했고,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인 ‘차차크리에이션’은 고객이 렌터카를 빌린 뒤 대리운전 기사에게 운전을 맡기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는 ‘차차’를 출시했다. 하지만 ‘차차’ 역시 지난 7월 국토부로부터 유사운송 서비스라며 ‘불법’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승차공유 업체들과 택시 업계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지난 10월 9일까지 1년간 활동해온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4차위는 출범 초기 일종의 끝장 토론인 ‘해커톤’을 내세우고 첫 해결 과제로 ‘승차공유 분야에서의 합의점 도출’을 꼽았다. 벤처 1세대로 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온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장 위원장은 1997년 네오위즈를 창업한 후 벤처투자자로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세계적으로 흥행한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게임업체 ‘블루홀’도 공동창업했다.
   
   
   초라한 1기 4차산업혁명위원회
   
   4차위는 출범 초기부터 규제 개혁 토론장에 택시 업계를 불러들이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숙명여대 교내 디자인 동아리를 ‘브랜드호텔’이란 이름의 스타트업으로 전환시킨 김수민 의원(바른미래당)이 총대를 메고 승차공유 업체들과 택시 업계 인물들을 초청하는 공청회를 열었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과 불참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의원실에는 택시 업계 종사자들의 항의 전화와 방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공유차량을 두고 갈수록 첨예하게 입장이 부딪치는 당사자들 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주체로는 국토교통부가 꼽힌다. 4차위는 자문과 조정 기능을 가질 뿐 아무런 집행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4차위는 민간 위원들이 모인 자문기구라 정책설립, 집행능력이나 강제력이 없다.
   
   하지만 국토부는 그동안 승차공유 업계로부터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토부는 택시 업계의 주무부처라는 특성상, 문화체육관광부는 호텔 업계의 주무부처라는 특성상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공유경제 업계 종사자들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와 문체부가 승차공유와 숙박공유를 담당할 게 아니라 공유경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따로 만들고 국토부·문체부와 부처 대 부처로 맞붙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한 기업인을 행정부 고위직으로 등용하기 어렵게 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행정부 임명직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시행되는 주식백지신탁제도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을 임명할 당시 민간 업계에서 장관으로 물망에 오르던 이들이 여럿 있었지만 결국 국회의원 출신의 홍종학 장관이 임명됐다.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시킨 인물들은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장관에 임명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보유 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공유경제 분야에서는 성공한 기업인을 고위직으로 등용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타트업과 일부 대기업이 승차공유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는 승차공유 확대가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4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 굴지의 완성차 제조업체 도요타와, 일본을 대표하는 이동통신 회사이자 벤처투자 회사인 소프트뱅크가 제휴했다. 두 회사는 모네테크놀러지라는 새 회사를 합작으로 설립해 2020년 중반부터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세계의 승차공유 유니콘기업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교통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업계 패러다임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필요할 때만 불러서 ‘사용하는 것’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빈방을 여행객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숙박 공유와 마찬가지 패러다임이다. 하지만 우버를 비롯한 공유경제 업계가 ‘파괴적 혁신’이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택시 업계, 호텔 업계 등 기존 업계에는 막대한 영향을 미친 것 역시 사실이다. 택시 업계가 수년간 국내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를 막아온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공유경제와 관련한 전략부터 세우고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내 첫 숙박공유 스타트업인 ‘코자자’를 설립한 조산구 위홈 대표는 “현재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는 카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가 차원의 전략하에 계획을 만들어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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