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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9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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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th 창간 특집 | 과학이 설 자리가 없다]한국 미래 먹여 살릴 차세대 기술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지난 9월 13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ICT융합엑스포’를 찾은 관람객이 증강현실을 이용한 클라이밍 게임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이 시작된 지 52년(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출범한 1966년이 원년). 그동안 어떤 신기술들이 한국을 먹여 살렸을까. 그 시작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꼽힌다. 1970년대 초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한국 경제는 탄력을 받아 급격히 성장했고, 건설업은 여전히 한국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다. 그 뒤 국산 자동차 포니의 개발로 자동차산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우리의 생활양식이 빠르게 변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과학기술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D램 메모리 개발로 반도체 최강국으로 도약해 컴퓨터 혁명에 일조했다. 지금도 반도체산업은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핵심 중 하나다. 이후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이 상용화돼 개인용 휴대전화 시대를 열었고, 이 기술은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효자산업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담수화 설비, 해양플랜트, 한류 산업 등이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덕분에 지금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과학기술들이 한국을 먹여 살리게 될까.
   
   
   드론 타고 자율주행차 타고 출퇴근
   
   전문가들은 앞으로 50년간 한국을 먹여 살릴 핵심 과학기술로 드론·자율주행차 등의 ‘무인이동체’, 5세대(5G) 통신·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지능화 인프라’, 맞춤형 헬스케어·스마트시티·가상증강현실 등의 ‘융합 서비스’, 지능형 반도체·첨단소재·혁신신약·신재생에너지 등의 ‘산업기반 기술’을 꼽는다.
   
   먼저 ‘무인이동체’를 살펴보자. 무인이동체는 한마디로 운송체계를 바꾸는 기술이다. 기계의 자율화·무인화가 확대되면서 2030년에는 전 세계 무인이동체 시장이 2742억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특히 드론(무인기)은 이미 세계적으로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해 2020년이면 세계 드론시장이 5조원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드론 기술 경쟁력 세계 6위를 목표로 삼아 2022년까지 약 45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드론이 주로 산업 또는 촬영용으로 활용되어왔다면 요즘 주목받는 기능은 ‘배달’이다. 교통체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실제로 미국에서 도미노피자는 드론으로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을 배달하는 데 성공했는가 하면 디트로이트 지역에서는 무인 꽃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중국도 드론 음식 배달 상용화가 시작됐다. 일상적으로 드론 배달 음식을 먹는 날이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우정사업본부가 처음으로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범 운행 중이다. 전남 고흥에서 약 4㎞(왕복 8㎞) 떨어진 섬 득량도에 소포와 등기 등 우편물 배달에 성공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세종우체국도 드론 택배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세계 전문가들은 10년 후면 드론을 타고 출퇴근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멀고 먼 이야기 같았던 자율주행차도 어느새 현실 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자율주행기술은 센서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판단’한 후, 조향과 제동 등으로 차를 적절히 ‘제어’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현재 운전자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율주행기술(레벨2)이 상당 부분 완성된 상태다.
   
   독일의 아우디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인 자율주행차도 등장시켰다. 2016년 초 800㎞의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 주행에 성공한 것.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할 수 있는 레벨 3(레벨 3까지는 운전자가 필수) 수준의 자동차는 2020년쯤에, 시내처럼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의 완전 자율주행차(레벨 4·5)는 2030년이면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미 일반도로에서 500만㎞가 넘는 거리의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2040년경에는 전 세계 차량의 75%가 자율주행 차량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1890억달러, 2035년엔 1조152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할 시기다. 우리 정부는 세계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에 2022년까지 약 5770억원을 투자한다. 라이다·레이더 등 자율주행 핵심부품 기술 개발을 비롯해 자율차와 도로가 소통하는 스마트도로 등을 구축한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된 지능화 인프라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되었기에 획기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에 인공지능이 결합된 ‘지능화 인프라’는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회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은 말 그대로 사물끼리 인터넷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만 인터넷을 통해 교신했다면, 앞으로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기계(사물)끼리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신하여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하자는 것이 사물인터넷의 핵심 개념이다.
   
   또 지금은 차원이 다른 빅데이터(BIG DATA) 시대다. 세계는 ‘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자’ 사이의 오랜 싸움터다.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에 비해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집하거나 분석하기 어려운 데이터 집합체를 말한다. 인터넷,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오가는 모든 메시지, 이미지, 그리고 영상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는 미래사회는 사물인터넷처럼 다수의 사물들이 협력하는 협업 지능형 사물 모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카메라센서를 포함한 ‘컴퓨터 비전(Vision)’ 기술이 더해진 로봇 청소기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집안을 스스로 탐색하며 청소를 마친다. 또 농작물을 자동으로 수확하는, 보다 지능적 방식의 독립형 농기계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은 “우리 정부도 초연결 지능화 인프라를 통해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G,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기술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인프라로 보고 선도적 지원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가 목표다. 5G 상용화는 2019년 3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5G 상용화 설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또 분야별 빅데이터 전문센터를 3개 이상 육성하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확실히 구분해 블록체인이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의 안정성과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유망기술로 이용되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특히 5G 인프라를 2022년까지 전국망으로 확대하고, 아울러 3000만개의 사물인터넷 연결기기를 보급해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빅데이터 분야에 약 1170억원, 인공지능 분야에 약 4120억원, 지능형 로봇 분야에 약 5660억원, 차세대통신(5G) 분야 연구개발에 약 576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능화 인프라는 한국 경제를 또 한 번 대도약시킬 그야말로 핵심 중 핵심 기술이다.
   
   
▲ 지난 7월 2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18 부산 VR 페스티벌’ 내 KT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VR기술이 적용된 멀티플레이 슈팅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융합 서비스 산업 출현
   
   정보통신기술은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도 허물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각 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융합·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시티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주요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똑똑한 도시를 일컫는다. 스마트시티에서는 인공지능 등을 탑재한 가전제품뿐 아니라 교통시스템, 스마트에너지, 헬스케어 등 가정 밖 일상에서까지 사물인터넷으로 한데 묶어 제품·체계 간 연계가 이뤄질 수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IBM, 시스코, 슈나이더일렉트릭, 지멘스 등 자국 기업들과 함께 스마트시티를 구현 중이다. 미국 주요 IT기업들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선도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개발해 실제 도시 개발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총 1159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7일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부처가 스마트시티 실증도시로 선정된 대구광역시 및 경기도 시흥시와 공동으로 스마스시티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전략으로 도시와 사람을 결합할지 전략을 짜는 중이다.
   
   눈앞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주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도 미래의 먹거리다. 가상현실은 애니메이션 영화나 게임처럼 말 그대로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물건과 공간을 말한다. 가상현실이 가상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라면, 증강현실은 실제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가상의 정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6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가 증강현실의 대표적 게임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가상현실 고글을 쓰고 침대에 누워 히말라야 등반을 할 수 있고, 전투기나 헬기 등을 가상으로 조종하며 훈련 연습을 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 증강현실은 수술 분야에 활용될 수도 있다. MRI, CT, 초음파 등의 센서를 이용해 환자에 대한 3차원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의사가 환자를 수술할 때 환자의 환부에 수집된 정보를 중첩 표시해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술 시 불필요한 절개를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 세계 가상·증강현실 시장 규모가 1200억달러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2년까지 약 1840억원을 이 분야에 투자해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가상·증강현실 글로벌 기업 10개 이상을 육성할 계획이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은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에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IT 글로벌 기업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맥박, 체온, 혈압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개인별로 걸리기 쉬운 질병을 진단하고 대비한다. 사람은 각자 고유한 유전자 DNA 염기서열을 갖고 태어난다. 염기서열은 유전자의 성질을 결정짓는 일종의 코드 배열로, 이 배열에 따라 건강에 관련된 신체적 특성이 달라진다. 어떤 유전자와 어떤 질병이 연관돼 있는지는 실제 환자의 의료기록과 유전정보가 담긴 빅데이터에서 얻는다.
   
   우리도 맞춤형 헬스케어 연구개발에 2022년까지 약 2조7600억원을 투자해 암 진단·치료법과 병원 정보시스템을 개발한다. 수출 유망 의료기기 30개를 발굴할 예정인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는 한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원이 될 것이다.
   
   
   산업기반 기술로 경제 위기 돌파
   
   지능형 반도체·첨단소재·혁신신약·신재생에너지 등의 ‘산업기반 기술’도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의 강국이다. 하지만 중국발 공세로 반도체산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 돌파구로 등장한 것이 지능형 반도체다. 반도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지능형 반도체는 한국의 미래 성장을 담당할 또 다른 중요 축이다.
   
   지능형 반도체는 기술적으로 보면 인간 뇌 신경망의 모방이다. 칩 하나에 지능을 녹인 원리로 대규모 병렬 연산처리를 가능하게 하여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지능형 반도체 세계 시장은 2021년 719억8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분야 연구개발에 2022년까지 약 188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능형 반도체를 위한 연구개발 분야는 모두 5개. 인공지능 프로세서·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지능형 반도체 설계 기반기술’을 비롯해 웨어러블기기나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인지·제어 기술’, 스마트 통신을 구현할 ‘사물인터넷 연결 기술’, ‘초고속 컴퓨팅 기술’, ‘고효율 전력에너지 반도체 기술’ 등이다. 경쟁력 있는 설계 기술 확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혁신신약 개발도 추진한다. 예산은 2022년까지 약 1조5960억원. 인공지능·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는 과학기술이 총 집약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급 인력의 고용창출 효과가 특히 크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이 보통 1만명 이상 된다. 아직까지 한국의 신약 개발 환경은 척박하지만 2022년까지 15개의 글로벌 신약을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도 2022년까지 첨단소재 분야에 약 6880억원이,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약 8200억원이 투자된다. 소재는 전자·자동차·에너지·기계·철강·항공·의류 등의 기본이 되는 기초물질로,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융합·복합 첨단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첨단소재가 성장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지만 그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구를 살리는 신재생에너지는 이에 기반한 새로운 기능의 건축물을 확산시킬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액화석탄·수소에너지 등의 ‘신에너지’와 동식물의 유기물·햇빛·바람·물·지열 등을 이용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합해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8개 분야의 재생에너지(태양열·태양광발전·바이오매스·풍력·소수력·지열·해양에너지·폐기물에너지)와 3개 분야의 신에너지(연료전지·석탄액화가스화·수소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7.0% 정도인데 이를 2022년까지 10.5%,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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