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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47호] 2019.03.04

사장님 연봉 인상 그만!

살찐 고양이법 과연 양극화 해법?

▲ 일러스트 허인회
지난해 미국 기업의 CEO 연봉이 공개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던 인물 가운데 하나로 미국 자율주행차량 기술업체인 ‘앱티브’의 최고경영자(CEO) 케빈 클라크가 꼽힌다. 그가 2017년 한 해 동안 받은 보수는 1380만달러(약 148억원)로 앱티브 전체 직원 보수의 중간값보다 2526배나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2017년 삼성전자의 CEO와 일반 직원 간 연봉 격차가 무려 208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2017년 연봉은 243억8100만원. 반면 일반 직원 연봉의 평균은 1억1700만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연봉 격차가 가장 컸다. 앞서 2016년만 해도 권 회장의 연봉은 66억원,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700만원으로 62배 정도였기 때문에 2017년 기준 200배가 넘는 연봉 격차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2526배와 208배. 이처럼 CEO 대 직원 간 ‘과도한’ 연봉 격차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 세계적으로 과도하게 높은 임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금 격차의 상한선이 필요하다는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과 관련된 논의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부산시, 최초로 ‘살찐 고양이법’ 도입
   
최근 부산시의회에서도 살찐 고양이법과 관련한 조례안이 발의돼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김문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부산의 6개 공사·공단과 19개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 및 임원의 임금상한선을 정하는 조례안을 3월 열릴 임시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례는 기업 임직원의 최고 임금을 제한하는 법인 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공기업에 적용하려는 국내 첫 시도이기도 하다. 조례안은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 임금을 현행 최저임금의 7배, 임원은 6배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기준으로 최고 7배를 적용할 경우, 각 기관장의 최고임금은 1억4000여만원이 된다.
   
   김 의원이 지난해 부산시로부터 제출받은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 임금 자료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 사장 연봉은 1억5944만원, 부산도시공사 사장은 1억4537만원, 부산관광공사 사장은 1억363만원 등이었다. 임원의 경우 부산교통공사가 1억2578만원, 부산도시공사 1억2474만원, 부산시설공단 1억2180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전국 지방공사·공단 기관장의 평균 연봉 9380만1000원(2017년 기준)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부산지역 출자·출연기관장 평균 연봉도 1억2500만원으로 나타나 서울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부산연구원 원장은 1억5144만원, 부산과학기술평가원 원장은 1억5525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의 기본연봉에 수당, 상여금 등을 합치면 부산지역 공기업 기관장·임원 임금 규모는 전국 평균 연봉(8811만9000원)의 2배 가까이 달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방공기업의 보수에 대해 관심이 많아 기관장을 비롯하여 임원들의 연봉들을 조사하던 중 부산 지방공기업의 연봉이 전국에서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상한선을 정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연봉 상승효과를 볼 것이고 결국 부산시 재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했다”며 “결국 기관장과 임원들에 대한 과다한 연봉 편성으로 인해 예산을 꼭 써야 할 곳에 활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최고임금에 제한을 두는 ‘살찐 고양이법’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6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 역시 같은 취지의 법을 발의했다.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고임금법안’은 공기업이 아닌 민간 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법인 임원 등의 과도한 임금을 제한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민간기업 임직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최고임금액을 초과해 지급받는 자의 명단을 허위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법인 등에 대해서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을 담고 있다. 민간기업 CEO의 고액 연봉에 제한을 둔 심 의원의 ‘살찐 고양이법’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뉴노멀 시대, 소득불평등이 원인?
   
   CEO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이 일반 직원들의 연봉은 ‘찔끔’ 오르는 상황이 일상화된 이유가 뭘까. 국내 상법상 이사 등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주총에서 보수총액만 정하면 된다고 판결하고 있어, 결국 이사회가 이사 등의 연봉을 임의로 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구조이다. 이 때문에 이사들이 본인의 연봉을 결정하는 ‘셀프 의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뉴노멀(New normal)’이라 불리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저성장의 이유 중 하나로 소득불평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해 초(超)고액 연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나라도 점점 늘어나게 됐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로 CEO의 연봉 인상에 가이드라인을 두는 ‘살찐 고양이법’이다. ‘살찐 고양이의 초고액 임금을 제한해야 한다’는 임금상한제법과 관련된 논의는 미국, 스위스, 프랑스 등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스위스는 2013년 국민투표를 통해 CEO를 포함한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민 발의안을 가결했다. 이 규제안에 붙은 이름이 바로 ‘살찐 고양이(fat cat)법’이다. 이 법안은 주주들이 경영진의 모든 보수를 규제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매각이 성사됐을 때와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되는 특별보너스까지 금지하도록 했다. 위반하면 최대 6년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어 규제 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의 유럽금융감독청(EBA)에서는 2015년부터 은행의 임직원이 월급의 두 배를 초과하는 보너스를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에 최소 3년마다 경영진의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묻도록 한 규정(say-on-pay rule)이 있다. 또 도드-프랭크법의 후속 조처로, 2017년 1월 회계연도부터 최고경영자 급여가 해당 기업 일반 직원 보수 중간값의 몇 배인지를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초고액 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재 한국의 최상위·최하위 가계 간 분배격차(소득 5분위 배율)는 미국(8배)과 유럽(4배) 중간인 6배 수준이다. 이제 한국도 소득 양극화 문제가 본격화되는 ‘위기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가구의 소득은 더 줄고 상위 가구 소득은 높아지면서 소득분배 지표 역시 사상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의 월 처분가능소득(자유롭게 소비지출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함)을 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 4분기 5.47배로 집계됐다.
   
   1년 전 기록했던 4.61배보다 0.86포인트가 증가해 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살찐 고양이법’ 실효성은 의문
   
   하지만 살찐 고양이법이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한 ‘완벽한 해법’이라 보긴 어렵다. 양극화 문제가 절박해진 상황에서 나온 시도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살찐 고양이법이 제정되더라도 상여금이나 배당, 스톡옵션 등 편법적인 보수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살찐 고양이법보다 고임금에 대한 증세가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살찐 고양이법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장의 임금에 제한을 두는 것이 소득불평등 해소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듯하다. 게다가 최저임금과 연계해 최저임금의 7배라는 상한을 두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같은 상황에서 만약 100배로 상한을 둔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제재가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임의로 정한 것이라 그 근거를 알 수 없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소득통계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공공기관장의 임금이 민간 기업에 비해 심각하게 높은 것도 아닌데 이에 제한을 두는 것으로 소득불평등 해소에 효과를 보긴 어렵다”며 “아마 이런 제재가 민간 쪽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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