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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565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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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탈원전 시대 탄생한 초소형 원자로의 미래

▲ 지난 4월 9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학생들이 KAERI가 개발한 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원자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초소형 원자로는 이보다 훨씬 작다. photo 신현종 조선일보 기자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가슴에 심어져 있는 초소형 원자로가 국산 기술로 현실화될까. 지난 7월 3일 울산 남구 롯데호텔에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내 설립된 국제공동프로젝트 대화포럼이 열렸다. 41개국이 참가한 이번 포럼의 주인공은 한국의 ‘초소형 원전 연구단’이었다. 지난 6월 27일 출범한 연구단 단장인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석좌교수는 지난 7월 3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초소형 원전을 활용한 해양용 원자력 엔진의 개념을 정립한 상황이고 4년 후 상용화를 목표로 개념 설계 보고서를 낼 예정”이라며 “개발 이후 바로 인허가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연구단에는 UNIST를 포함해 서울대, KAIST, 경희대 등 국내 5개 대학 교수들이 참여한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일반 원전 개발에 대해서는 대부분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 않는 추세다. 하지만 혁신적인 소형 원전에 대해서는 지원을 끊지 않았다. 이번 초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가 4년간 30억원을, 울산시가 6억원의 R&D(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그간 수행해온 원전 관련 연구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997년부터 개발해온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다목적 일체형소형원자로)원전이다. 현재 사우디 SMART원전 건설을 두고 양국 정부가 협상하는 단계에 있다. 사우디는 육상용인 SMART원전을 바닷가에 건설해 소도시 발전 공급과 해수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초소형 원전 연구단이 개발하는 것은 SMART원전과는 다른, 말 그대로 초소형 원자로(Micro Reactor)다. SMART원전보다도 규모가 훨씬 작다. 황 교수에 따르면 연구단이 개발 중인 초소형 원자로의 직경은 1.7m, 높이는 약 6m 규모에 불과하다. 대략적으로 대형 원전에 비해 직경이 10분의 1, 높이가 5분의 1, 부피는 500분의 1 규모다.
   
   원자로를 초소형으로 줄임으로써 오는 가장 큰 이점은 수송 중 안전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초소형 원자로의 경우 핵연료를 주입한 상태라도 사용후핵연료 전용 특별용기에 담으면 수송이 가능해진다. 이 용기는 시속 100㎞로 달리다가 절벽에 부딪혀도 파손되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IAEA 기준 국제 표준용기다.
   
   연구단이 개발하는 초소형 원자로는 냉각재로 반금속 원소광물인 비스무스와 납을 50 대 50으로 섞은 액체 금속을 사용한다. 이 금속은 녹는점이 섭씨 123도인 반면 끓는점은 섭씨 1700도로 매우 높다. 평상시 가동은 섭씨 300~400도에서 한다. 아무리 사고가 나도 섭씨 1000도를 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액체가 날아가지 않고 쉽게 고체화된다. 때문에 원자로에서 사고가 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 있다. 황 교수는 “만의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123도 이하가 되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사고가 나서 바다에 빠지거나 외기에 노출돼도 전체가 고체로 굳어버려 방사능이 발생하지 않는 혁신적 안전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냉각재로 물 대신 액체 금속을 쓰기 때문에 생기는 이점은 또 있다. 물보다 열과 중성자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일반 원자로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다. 황 교수는 “물로 냉각하는 원자로는 3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는데 이건 40년에 한 번만 갈면 된다”며 “한 번 핵연료를 주입하면 폐로할 때까지 교체할 필요가 없는 획기적인 원자로”라고 말했다.
   
   
   “군사 용도로 절대 사용 않는다”
   
   연구단은 이 초소형 원자로의 첫 시험 대상으로 쇄빙선을 꼽았다. 북극해를 항해하는 쇄빙선은 한 번 출항하면 길게는 몇 년씩 항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선박 추진 연료로 원자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쇄빙선에 사용되는 원자로는 냉각재로 경수를 사용하는 경수형 원자로다. 경수로의 경우 최소 7년에 한 번씩은 원자로를 바꿔야 하는데, 이 핵연료를 갈아끼우는 비용이 배를 건조하는 비용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초소형 원자로를 개발해 쇄빙선에 사용한다면 연구개발비용을 뽑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개척 중인 북극항로를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한다면 남방항로에 비해 거리가 40%가량 줄어든다. 테러, 해적 등 지정학적인 위험도 피할 수 있고 러시아 자원 시장도 개척되는 등 여러 이점이 있다. 황 교수는 “쇄빙선 시장에 우리가 개발한 초소형 원자로를 보급할 수 있다면 원자로 공장에서 100% 자동생산해 생산비용을 떨굴 수 있다”며 “초소형 원자로는 크기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하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초소형 원자로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이번 초소형 원자로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견 탈원전 정책의 선회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 탈원전 정책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것이지 앞으로 개발할 원전들, 특히 안전성과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해결된 원전 관련 프로젝트 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현재 원전 정책에 있어 1.5트랙으로 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초소형 원자로 연구단 행사에서는 탈원전 정책의 핵심인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축사를 맡아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문 차관은 20대 국회 비례대표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그간 탈원전 정책의 막후 실력자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문 차관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 세계 원전산업계 내의 기술보유국과 이용국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한 상생적 원전 공동체를 위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더 많은 국가들이 중소형 원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상용화를 위해 IAEA 내의 기술보유국과 기술이용국이 동반자적 협력을 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초소형 원자로에 대한 정부 지원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초소형 원자로 개발을 두고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초소형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한다면 원자력을 추진동력으로 삼는 핵잠수함(SSN)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연구단이 출범할 때 모든 연구원이 원자로를 ‘군사적으로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했다”고 했다. 만약 원자력추진잠수함에 이 원자로를 사용한다면 어뢰 피격 방호 설계 등을 따로 해야 하는데, 연구단은 국제해상기구에 이미 공개된 쇄빙선 설계만 염두에 두고 원자로를 개발하기 때문에 군용 목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만약 군사 목적 등 정치적으로 이 원자로를 이용한다면 기후변화, 해운산업 등 산업 분야에서의 엄청난 가능성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소탐대실이 되기 때문에 군용 목적으로는 절대 사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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