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항공]  “승무원 숙박비 줄여라” 호텔에이전트의 등장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경제
[2583호] 2019.11.18
관련 연재물

[항공]“승무원 숙박비 줄여라” 호텔에이전트의 등장

▲ 비행기에 탑승 중인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photo 연합
국내외 항공사들은 원활한 여객운송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비행 장비·시설, 취항 노선, 인력 운용·관리 등에 집중하는데, 이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항공직 승무원의 현지 숙박이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최소 1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중장거리 취항에 나설 때, 현지 도착 후 다음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공항 인근 호텔 등에서 일정 기간 머무르는데 여기에 드는 숙박비용이 상당하다. 연 매출 10조여원에 이르는 일본항공(Japan Airlines)만 해도 승무원 숙박비로만 한 해 350억원을 사용한다. 더 많은 노선을 운용하는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쓴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 업무 편의를 위해 일종의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고 승무원들의 숙박 예약 업무 등을 처리한다. 세계 각지 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에이전트에 호텔 수배, 객실 유치를 요청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이 업무를 도맡는 양대 에이전트는 ‘호텔커넥션(HOTEL CONNECTIONS)’과 ‘에이피아이(API·Accommodations Plus International)’ 두 곳이다. 이들은 1900년대 후반 미국 법인으로 설립돼 세계 각지에 지점을 두고 승무원 현지 숙박을 책임져왔다. 이 두 업체가 고객사로 둔 항공사만 총 150여개에 이른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게 비치나, 업계에선 친숙한 사업체인 셈이다.
   
   최근 ‘호텔커넥션’은 국내 항공사와도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경영 부진을 겪으면서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셈인데, 현재 이들의 취항 노선과 이에 따른 현지 숙박을 책임지는 사람은 민윤정 호텔커넥션 한국지점장이다. 민 지점장은 항공사와 호텔 간 보이지 않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다 보니, 이들 업체의 영업 성과 등도 자연스레 체감한다고 한다. 지난 11월 4일 민 지점장을 만나 항공업계에서 수십 년간 영위돼온 에이전트 사업과 항공·호텔 시장 업황 등에 대해 물었다.
   
   
   ‘바잉파워’로 승무원 숙박비 절감
   
   민윤정 지점장은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에어부산 일부 노선에 오르는 승무원들의 현지 숙박업을 도맡게 됐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항공사들 사이에선 호텔커넥션과 같은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아시아권 항공사들에선 생소하다 보니 국내 항공사가 최근에야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일본항공이 호텔커넥션과 계약을 맺은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민 지점장은 “최근 국내에서 진행한 건은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취항에 나선 포르투갈 리스본 노선이다. 포르투갈이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증가, 리스본 포르텔라공항 부근에 아시아나 승무원을 위한 호텔이 다수 필요해져 지역 호텔 수배, 계약을 직접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민윤정 지점장은 현지 호텔들을 대상으로 입찰공고를 올리고 치안 유지, 접근성 등을 기준으로 승무원을 수용할 호텔을 선정하고 있다. 그렇게 선정된 호텔은 항공사에 고지되고, 항공사는 에이전트를 거쳐 숙박료를 호텔에 지불한다. 호텔은 다수의 승무원을 이용객으로 유치시켜준 대가로 에이전트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라고 한다. 민 지점장은 “대한항공이 뉴욕에서 매일 사용하는 객실만 최소 100개다. 호텔 입장에선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다. 그 대가로 고객 유치비를 우리에게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호텔커넥션이 올해 전체 고객 항공사에 제공하는 하루 평균 객실은 2만개에 달한다.
   
   항공사들 입장에선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 에이전트를 불러들인다. “에이전트가 거느리고 있는 수십여 개 항공사는 호텔과의 계약 과정에서 바잉파워, 즉 우월 구매력으로 작용한다. 호텔은 이들 전체 항공사 승무원을 잠재 고객으로 삼는다. 우린 이점을 이용해 호텔 측에 저렴한 요금을 요구, 항공사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숙박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해외 항공사들은 10여년 전부터 에이전트를 활용해왔다.”
   
   항공사는 고정지출이 일정하다 보니 이런 데서라도 비용을 절감하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일본항공의 경우 호텔커넥션의 도움으로 지난해 승무원 숙박비용을 전년 대비 15% 이상 절감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항공사들은 취항지에 직접 직원을 파견해 숙박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 호텔 수배는 물론 비용 지불, 관련 증빙서류 처리까지 한 명이 모두 도맡은 것이다. 호텔커넥션은 이 점에 착안해 승무원 스케줄링 시스템과 연동한 프로그램을 항공사에 제공, 호텔 객실 요청과 비용처리 업무 등을 모두 자동화시켰다고 한다. 민 지점장은 “항공사들이 우리를 껴서 숙박업을 처리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민윤정 호텔커넥션 한국지점장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국내 항공·호텔 시장, 과잉 공급이 문제
   
   취항 노선에 따라 항공사, 호텔을 연결하는 일을 하다 보니 호텔커넥션을 비롯한 에이전트들은 계약 건수 추이 등을 근거로 두 업계 상황을 가장 먼저 체감하기도 한다. 민 지점장이 바라보는 최근 국내 항공 시장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취항을 결정한 새 노선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호텔 이용 계약도 취소되는데, 3개월도 채 못 가는 경우도 있다. LCC 부상에 따른 공급과잉 현상 때문이다.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전체 시장이 죽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신규 노선을 따기 위해 국토부 등을 대상으로 정신없이 영업을 벌인다. 국토부 승인을 거쳐야 상대국 정부 승인, 현지 공항 구역도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사들이 지금까지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해외 에이전트를 불러들인 데엔 이런 업황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호텔 시장 상황은 더 나쁘다. 민 지점장에 따르면, 외항사 승무원들 숙박을 위해 국내 호텔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할 때마다 이들 호텔이 제시하는 요금은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올해 객실 단가는 10여년 전과 비교해 약 30% 이상 낮아진 실정이다. 민 지점장은 “치열한 가격경쟁에 따른 것인데, 항공업계보다 공급과잉 현상이 더 심하다. 호텔들 입장에서 승무원은 기본 베이스로 유치해야 하는 고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시장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지난 정부의 호텔 확대정책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유커 등을 잡겠다고 수익·분양형 호텔 건립 등을 장려하다 보니 국내 호텔 수가 무분별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분양형 호텔 특성상 한 건물에 많은 객실을 두다 보니 대부분 객실이 새장처럼 좁아지고 다닥다닥 붙어 있게 됐다. 호텔 시설은 안 좋아지고 호텔 직원들은 교육 없이 있는 대로 뽑아 서비스 질은 더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소한의 객실 크기를 요구하는 외항사도 많아졌다.”
   
   그는 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국내 두 시장의 부진은 에이전트 입지를 넓혀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씁쓸한 부분이다. 지금의 일이 국내 항공사, 호텔 시장 회복의 전환점이 되길 희망해본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