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코스피와 코스닥 등 주가지수가 폭락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11일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코스피와 코스닥 등 주가지수가 폭락했다. ⓒphoto 뉴시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를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뜨린 코로나19 폭풍이 대구·경북을 넘어 한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초 이미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품 부족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심지어 한국 최대 기업이자 우리 경제의 핵인 삼성전자마저 구미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의 핵심 산업과 주요 기업들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우리 자본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국 자본 시장이 코로나19 폭풍에 본격적으로 휘말린 것은 대구에서 이단 종교인 신천지 신도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다. 대구·경북 지역 ‘수퍼 전파자’로 인식되고 있는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직후 자본 시장, 특히 주식 시장이 큰 충격을 받기 시작했다.

‘신천지 31번 확진자’ 이후 공포 시작

코로나19 폭풍에 휩쓸린 한국 자본 시장은 현재 심각한 주가 지수 폭락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천문학적 규모로 자본을 빼가면서 시장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마치 ‘탈출’하듯 빠르고 큰 규모로 한국 시장에서 돈을 빼가고 있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코스피(KOSPI) 등 지수 폭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의 한국 시장 이탈이 시장 공포를 키우며 한국계 기관투자자들의 동반 이탈을 불러오는 촉매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적으면 하루 수천억원, 많을 때는 1조원이 넘을 만큼 기록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탈출, 또 진정 기미조차 없는 코로나19 폭풍이 겹치며 우리 자본 시장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현재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탈출’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을 시작한 것은 2월 18일부터로 분석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나온 날이다. 2월 18일 하루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무려 4314억8135만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한국을 떠났다. 4315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자금 이탈은 곧바로 시장을 강타하며 코스피지수를 33.29포인트, -1.48%나 추락시켰다. 이날 외국계와 기관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2월 18일 외국인과 기관이 내비쳤던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올 시장 악화 우려’가 결국 거래일을 기준으로 불과 4일 뒤인 2월 24일 코스피지수 폭락으로 현실화했다.

직전 거래일이던 2월 20일과 21일 각각 14.84포인트와 32.66포인트 급락하며 코스피 2200포인트 선이 무너지는 등 주식 시장에선 이미 위기감이 고조돼 있던 상황에서 2월 24일 하루 코스피지수가 무려 83.8포인트, -3.87%나 폭락한 것이다.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직전인 2월 17일 2242.17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가 5일(거래일 기준) 만에 2079.04포인트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2월 24일 주식 시장 폭락은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게 사실로 확인되면서 벌어졌다. 2월 20일과 21일 16명과 74명으로 100명 이하였던 일별 신규 확진자 수가 주식 시장이 열리지 않았던 22일 토요일과 23일 일요일 각각 190명과 210명으로 폭증했다. 그리고 주식 거래가 재개된 24일 월요일 또다시 신규 확진자 207명이 발생하자 전염병 확산 공포를 시장이 버티지 못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무려 7440억8908만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 607억원을 포함해 투신·은행 등 한국계 기관투자자들이 총 1885억4864만원어치 이상 한국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이 ‘내다버리듯’ 단행한 대규모 자금 이탈과 시장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지로 드러난 대구 대명동 신천지 건물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산지로 드러난 대구 대명동 신천지 건물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17일간 한국 떠난 외국인 자금 9조2500억

2월 24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탈출은 이전보다 더 큰 규모로 나타났다. 25일 6490억172만원어치를 팔아치웠고, 하루 뒤 26일에는 무려 1조588억3522만원에 이르는 한국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했다. 코로나19 일별 신규 확진자 수가 449명으로 하루 400명을 처음 넘어선 27일에는 6336억5139만원에 육박하는 한국 주식을 팔았고, 427명의 일별 신규 확진자가 드러난 2월 28일 역시 5623억9700만원 넘는 주식을 처분해 한국 시장을 떠났다. 취재 결과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팔고 떠난 주식 규모가 무려 3조6479억7441만원어치를 넘었다.

3월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탈출 분위기는 2월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기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3월 들어 3월 4일 단 하루를 빼고 매일 한국 주식을 수천억원에서 1조원 넘게 팔아치운 사실을 확인했다.

3월 9일에는 급기야 한국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져 버렸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7382명으로 증가한 이날 단 하루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등을 합쳐 무려 1조4510억3730만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난 것이다. 외국인들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감행한 일이었기에 사실상 한국 주식을 ‘내다 버렸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3월 9일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1조4510억3730만원은 한국 주식 시장이 생긴 이래 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진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도 사태다.

한국 주식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벌어진 3월 9일 한국 주식 시장은 사실상 붕괴되는 양상이었다. 3월 6일 2040.22포인트이던 코스피지수가 이날 하루 85.45포인트, -4.19%나 폭락하며 1954.77포인트로 급락한 것이다.

3월 2일부터 11일까지, 거래일을 기준으로 단 8일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팔고 떠난 주식 규모가 무려 5조2335억421만원에 이른다. 분석 기간을 좀 더 확장하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 선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2월 18일부터 3월 11일까지 기간을 늘려 잡으면 외국인들은 무려 9조1984억2478만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한국 시장을 미련 없이 떠났다.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17일 만에 9조2500억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간 한국 주식 시장은 초토화된 분위기다. 2월 17일만 해도 2242.17포인트이던 코스피지수가 17일 뒤인 3월 11일 1908.27포인트로 폭락해 버렸다. 불과 17일 만에 코스피지수가 333.9포인트, -14.9%나 추락한 것이다.

단 17일 만에 주식 시장 15% 폭락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앞으로 더 큰 규모로 한국 시장 탈출에 나설 가능성, 또 이에 따른 주가지수 등 시장 폭락 추세가 더 가파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3월 9일 주식 시장 폭락과 사상 최대로 기록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탈출은 사실 이런 우려와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주요 경제국 중 하나인 한국 전역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한국이 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도 사실상 코로나19 폭풍에 이미 휩싸였다는 공포가 자본 시장을 덮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전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며 미국 역시 코로나19 태풍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는 분석이 세계 자본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확산되는 공포와 충격이 3월 한국 주식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추거나 위축되는 상황에서 유럽, 특히 세계 경제를 사실상 홀로 이끌고 있는 미국까지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중단되거나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실적인 공포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미국의 경제활동까지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는 당장 전 세계 경제의 생산성을 빠르게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 경제의 생산성 저하를 경고하는 첫 번째 신호는 국제유가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달러 대비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 역시 생산성 추락 신호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거대 글로벌 투자 자본으로 하여금 리스크가 크거나 커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 또는 자본 시장에서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폭풍에 휩쓸린 한국은 현재 주요 산업과 기업들의 생산 중단 사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내수 등 소비 시장은 일찌감치 무너졌고, 설비 투자는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 경기 침체와 함께 한계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경제와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와대와 정부의 설익고 부실한 경제 정책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오히려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경제 문제 대응력이 신뢰도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안건으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 미국 덮치면 한국 시장 더 악화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함께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의 경제 현실만으로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2020년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경제 관련 국제기구는 물론 세계 자본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글로벌 IB들과 신용평가사들이 연초부터 경쟁하듯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2020년 초 한국은 이래저래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과 한국, 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으로까지 향하고 있는 공포는 글로벌 자본에 더욱 강하게 리스크 회피를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금의 한국 시장 탈출이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 사태와 주식 시장 폭락 상황을 시장 및 경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우리자산운용 CIO를 지낸 한동대 김학주 교수는 기자에게 “제조업 생산 중심 경제 구조의 약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에서 외국인 자본 이탈과 시장 혼란이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특히 소비가 급감할 때 가장 먼저, 크게 충격을 받는 것이 생산 부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과 유럽 등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경제활동 위축 속도가 이전 전염병 사태들과 비교해 매우 빠르다”며 “이 상황은 재화를 만들어 공급하는 생산 위주 국가의 경제를 순식간에 멈춰 세우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금 한국 이탈 계속될 것

쉽게 말해 계속적인 생산을 해야만 성장은 물론 경제와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경제활동을 빠르게 위축시키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그 대표적인 제조업 중심 국가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버틴다 해도 현재 급락 중인 국제유가 문제가 제조업 중심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지켜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이들이 결국 리스크가 확대된 시장의 투자를 축소하는 등 앞으로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냐”는 기자의 의견에 김 교수도 동의했다.

익명으로 취재에 응한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탈출은 자산 재분배나 투자 기준 변경 차원이 아닌, 실제 발생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 핵심 산업과 주요 기업을 멈춰 세웠다”며 “문제는 이런 상황임에도 해당 기업들과 한국 정부의 신뢰할 만한 대응책, 또 손실 회복에 대한 전략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 투자 자본이 가장 피하려고 하는 ‘불확실성’을 한국 기업과 정부 스스로 키운 셈이라는 의미다.

그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대규모 이탈 사태가 단기에 진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신호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 한국 시장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상황이 악화될 경우 미국과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더 큰 규모의 한국 시장 이탈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주식 시장 등 한국 자본 시장에 공포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와 지역으로 사태가 확산될 경우,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와 시장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산업계와 자본 시장 모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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