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유튜브 캡처
ⓒphoto 유튜브 캡처

20대 여성이 흰색 벤츠에서 내린다. 이 모습을 찍고 있던 친구가“대박! 이 차 뭐야?”라고 묻자 여성은 “나 유튜브 광고 보고 FXOO 시작했다가 대박 났잖아”라고 한다. 이번엔 친구가 “그거 돈 많아야 할 수 있는 거 아냐?”라고 묻자 여성은 “아냐. 사이트에서 가입할 때 주는 2만원으로 불렸어”라고 답한다.

끝까지 보기 힘들 정도로 조잡한 수준의 영상이지만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사설 FX마진거래 업체 광고다. 최근 사설 FX마진거래 업체가 ‘불법 온라인 도박에 가깝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1일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하면서 이런 광고들은 종적을 감췄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 22일까지 접수된 사설 FX마진 거래 피해·제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상담 건수는 158건에 달했다.

거래 규모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들은 유튜브 등의 광고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만약 지상파 방송이 불법 온라인 도박 또는 허위·과장 광고를 송출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적 제재를 받는다. 그래서 방송사는 사전에 자체적으로 광고를 심의한다. 그러나 유튜브는 방송통신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광고에 별다른 심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유사 FX렌트 마진거래 사이트의 홍보 영상.  이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천만원짜리 시계를 자랑하며 '돈이 많은 이유'라며 마진거래 업체를 홍보했다. ⓒphoto 유튜브 캡처
유사 FX렌트 마진거래 사이트의 홍보 영상. 이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천만원짜리 시계를 자랑하며 '돈이 많은 이유'라며 마진거래 업체를 홍보했다. ⓒphoto 유튜브 캡처

다만 유튜브는 자체 광고 정책에서 ‘도박 및 게임’ ‘금융서비스’ 등과 관련해 광고 게재가 제한될 수 있는 경우를 명시했다. 여기에서 구글은 “책임감 있는 도박 광고를 지원하고 현지 도박 관련 법규 및 업계 표준을 준수하므로 특정 유형의 도박 관련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광고가 제한되는 도박 관련 콘텐츠의 예로 “오프라인 카지노, 포커와 빙고 등에 내기를 걸 수 있는 사이트, 도박 사이트의 보너스 코드 또는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는 사이트”로 정하고 있다.

이런 자체 규정이 있음에도 사행성을 조장하는 FX렌트 업체들의 광고가 가능했던 이유는 유튜브가 이를 ‘도박’이라고 보지 않았던 탓이 크다. 성인남성이 ‘이 약을 3개월간 복용했더니 키가 5cm 자랐다’ 같은 식품·의약품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허위·과장이 의심되는 식품 의약품 광고의 경우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직접 모니터링 해 적발해내지 않는 이상 유튜브 광고를 송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식약처 사이버감시단은 올해부터 온라인 광고 단속 범위를 유튜브 영상까지 포함시켰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광고 심의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황장선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게재되는 광고가 수없이 많다보니 방통위 등에서 일일이 사전 심의를 거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사후에 문제가 되어도 처벌이 가벼워 큰 효과가 없다”고 했다. 황 교수는 “불법 허위과장 광고 게재를 반복하면 소비자(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 쇠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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