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지난 1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지난 7월 9일, 여비서 성(性)추행 의혹에 휘말린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시정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3선(選) 서울시장을 지낸 박 전 시장은 인구 1000만명 서울 시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오거돈 전 시장이 성추행 추문에 휘말려 사퇴한 제2도시 부산에 이어 수도 서울 역시 시정공백이 현실화된 상황이다. 자연히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의 향방도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서울 부동산값 폭등과 맞물려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의 상징과 같던 '아파트 35층 층고 규제'가 그대로 유지될지 주목된다. 박 전 시장은 재임 중인 지난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플랜(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서울 시내 아파트의 층고를 최고 35층으로 규제해왔다. 이 같은 소위 '35층 룰'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서울시 내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지역의 재정비가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35층 룰은 서울시 어디에서나 남산(270m), 관악산(632m), 북한산(835m) 등의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제 지형지물 등을 무시하고 서울시 전지역에 획일적으로 적용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았다. 35층 룰에 가로막혀 한정된 토지에서 아파트를 고밀화·고층화해 주택공급을 더 늘릴 수 없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에 추가공급 부족으로 서울시내 부동산 가격 폭등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전 시장이 인위적으로 억눌러 왔던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추진이 앞당겨질지도 주목된다. 특히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 주공 5단지'의 앞날도 관심거리다. 잠실 재건축 최대어라고 불리는 주공 5단지는 일찌감치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서울시의 별도 요구사항이던 '국제설계공모'와 같은 조건도 충족시켰다. 하지만 최종허가권자인 박 전 시장이 "주변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마지막 단계에서 불허해 왔다.

이에 잠실 주공 5단지 소유주들은 박 전 시장 재임중 아파트 외벽에 초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아파트 옥상에서 '고공시위'를 불사하는 등 많은 잡음이 있었다. 심지어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인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주민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희생을 당하고 있다"며 비판해 서울시와 송파구가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및 송파구 잠실 종합운동장을 아우르는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SID)' 역시 사업추진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계획으로 인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아우르는 이른바 '대삼청잠'은 지난 6·17 대책에서 졸지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은 워낙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서정협 행정1부시장 대행체제로는 이해관계를 풀어내 사업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차기 대권플랜의 하나로 구상해 왔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추진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은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한 직후 나온 구상이다. 한강을 낀 여의도와 용산을 싱가포르와 같이 국제업무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는 당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동으로 일시 보류된 바 있다. 여기에 박 전 시장까지 사망하면서 당분간 재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박원순표 경전철 사업 역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친 이듬해인 2019년 비(非)강남권에 경전철 6개 노선을 신설 또는 연장하는 '서울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2019년)'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중 '서부선(은평구 새절역~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경전철은 지난 6월 22일 민자(民資) 적격성조사를 통과한 상태다. 박 전 시장은 당시 "강남 발전은 지하철 덕분"이라며 경전철 건설에 많은 기대를 표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비강남권 경전철 사업추진 속도 역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정공백에 대한 여러 우려가 제기되자 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지난 7월 10일 오전 9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부로 제가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며 "부시장단과 실국 본부장을 중심으로 모든 서울시 공무원들이 하나가 되어 시정업무를 차질없이 챙겨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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