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산 투기 차단과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시사하자, 경기도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8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고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입만 허용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찬성, 반대 측 견해를 상세히 서술하며 제도 검토 의사를 내비쳤지만, 무게는 도입 찬성에 더 실리고 있다. 이 지사는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그 신호탄으로 도민 의견 수렴 절차를 취하곤 했다.

이 지사가 말하는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우려되는 지역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데, 이 지사는 경기도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겠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경기도 내에서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는 지자체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며, 입주자는 최소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경기도권 안팎에선 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일부 개발예정지 등에선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 오히려 집값이 뛰거나 전·월세 수요 확대로 전셋값 상승 폭이 커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직전엔 기존 매물을 급하게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집값이 폭등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서울 아파트값만 오르는 등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남시를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바로 옆인 강동구 고덕동은 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매수세가 쏠릴 수도 있는 거다. 서울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도가 먼저 나서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그 인근 지역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도곡동 등에선 집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경기도민 청원 게시판엔 ‘경기도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검토를 원천 무효화해 주세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경기도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검토를 원천 무효화해 주세요’ 등의 청원 글이 오르고도 있다. 여기엔 지자체가 개인의 재산 처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담겨있다. 이 지사의 조치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청 측은 “제도 당위성과 실효성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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