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2’의 울트론 ⓒphoto 월트디즈니코리아
영화 ‘어벤져스2’의 울트론 ⓒphoto 월트디즈니코리아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가 개봉과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어벤져스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영웅들과 인류를 멸종시키려고 하는 인공지능 사이의 대결을 그렸다. 인공지능 탑재와 자가증식 기능으로 무한복제 능력을 가진 로봇 ‘울트론’이 로봇군단을 만들어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면서 어벤져스와의 지상 최대 전쟁이 펼쳐진다.

이런 만화 같은 영화에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혹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훗날 우리와 공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영화 속에서의 울트론은 기계가 아니라 마치 인간과 다른 새로운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정이 통통 튀고 존재감도 강렬하다. 과연 미래에는 이러한 로봇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와 공생할 수 있을까.

울트론은 전투력과 지능을 두루 갖춘 전투 로봇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며 진화를 거듭하는 것은 물론 완전히 파괴됐다 해도 정신의 일부만 조금 남아 있으면 부활이 가능하다. 지능 면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나다. 특히 그의 과학적 지식은 아이언맨과 헐크를 능가하는 수준이고, 전략 전술에 있어서도 캡틴 아메리카 못지않다. 이것이 울트론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사람을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인 ‘비전’의 등장도 관심거리다. 비전은 울트론이 자신의 하수인으로서 만들었으나 외려 나중에 어벤져스 군단에 합류하는 캐릭터. 울트론이 그랬듯, 감정과 생각이 있었던 비전은 서로 희생하고 단결하는 어벤져스 멤버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으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어벤져스와 함께하게 되고, 자신을 실망시킨 울트론에 맞선다.

공상과학 주인공들이 거의 그렇듯이 어벤져스의 멤버들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초능력을 발휘한다. 하늘을 날고, 탱크를 들어올리고, 헬기를 잡아서 떨어뜨린다. 인간의 육체에 기계적 첨단장치를 덧붙이는 등 특별한 능력을 갖도록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퍼맨과 수퍼우먼은 미래에 등장할 인간 사이보그의 모습이다.

로봇 전문가들은 로봇에 대해 두 가지의 생각을 갖고 있다. 로봇은 절대로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주장과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다. 그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 사이보그(cyborg)와 안드로이드(android)다.

사이보그는 ‘인공적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합성어로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를 뜻한다. 우리는 흔히 ‘육백만불의 사나이’ 같은 엄청난 완력과 점프력을 지닌 사람만이 사이보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물체에 기계가 결합되면 그것이 사람이건 바퀴벌레건 사이보그라 부른다. 단 인간의 지적능력은 대행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인간은 뇌 이외의 수족이나 장기 등을 교체한 ‘개조인간’만이 사이보그로 지칭된다. 이를테면 인공심장, 맥박조절기, 인공뼈, 인공귀, 의안, 의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콘택트렌즈나 인조속눈썹, 틀니, 가발을 쓴 사람까지도 병리학적 사이보그에 속한다.

사이보그 연구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군사 분야다. 미 국방부는 이미 1900년대 중반부터 수백 가지의 사이보그 프로젝트를 기획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시간 행군해야 하는 보병들에게 필요한 ‘이동 보조기’. 이것을 허리와 다리 옆에 장착하고 걸으면 기계가 자동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므로 피로를 적게 느낀다. 자신이 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다리 근육을 움직여 점프력을 도와주기 때문에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속도를 낼 수도 있고 언덕을 뛰어올라갈 때도 쉽게 도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동 보조기는 병사 한 명 한 명을 육백만불의 사나이 같은 수퍼 사이보그로 만들기 위함이 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지금 사이보그로 진화해 가는 중이다.

올여름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과 공존한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외모는 물론 말이나 행동, 지능까지도 인간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을 말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인조인간’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 ‘에일리언4’에 나오는 위노나 라이더와 같은 인조인간들이 안드로이드의 대표적 예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 이러한 로봇을 만들기는 힘들다.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의 로봇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10년마다 세대가 바뀔 정도로 급속히 발달할 것이라고 한다. 2020년까지는 생쥐 정도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 2030년까지는 원숭이만큼 머리가 좋은 로봇이 등장할 전망이다. 2040년대 이후에 나타날 로봇은 인간의 지능에 가깝고, 2050년이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록 이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얼굴 모습이 사람과 똑같고 표정도 지을 수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이미 등장한 상태다. 이들은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닌 말랑말랑한 실리콘 피부로 만들어져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온몸에는 센서와 모터를 갖춰 인간처럼 움직임이 가능하다. 뺨 근육을 실룩거려 표정을 지을 수 있고, 눈동자도 움직여 마치 실제 사람처럼 보인다. 뒤를 돌아보거나 손을 움직이는 동작도 할 수 있다. 또 공기압을 이용해 숨 쉴 때 나타나는 어깨와 몸의 섬세한 변화도 표현한다. 미국의 공학자 데이비드 핸슨은 전기반응에 따라 인간 근육처럼 변형하는 고분자를 사용해 훨씬 다양하게 사람 얼굴 표정을 재현해 냈다고 설명한다.

올여름에는 이러한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도 본격적으로 열린다. 일본 나가사키현 소재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에 로봇 직원이 활약하는 ‘헨나(Henn-na)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기 때문이다. 호텔은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을 일부 안내직원, 웨이터, 청소원, 보관소직원 등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외모가 어린 일본 여성을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현재 일본어와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영어를 말할 수 있다. 만약 이 호텔이 성공한다면 2016년에 또 다른 로봇 호텔을 열 계획이다.

사람과 대화하고 같이 생활하는 홈로봇이나 서비스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행동한다면 우리의 기분은 어떨까. 사람으로 착각하거나 왠지 낯선 이와 만난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 느낌이 어떨지 기대하시라!

감정 가진 로봇 가능할까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일본의 대화 로봇 페퍼.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일본의 대화 로봇 페퍼.

이제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나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며 스스로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어벤져스에서도 울트론이나 비전은 사람보다 더 리얼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표정까지 연출해 낸다. 과연 사람처럼 감정까지 표현하는 로봇이 실제로 가능할까.

지난해 일본에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표정과 음성을 토대로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대화 로봇 ‘페퍼(Pepper)’를 선보였다. 키 1.2m의 초등학생만 한 몸집의 페퍼는 두 다리로 걷는 휴머노이드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바퀴로 움직인다. 얼굴도 결코 진짜 사람과 헷갈릴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로봇의 수준이 인간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데에 그 의미가 크다.

페퍼의 머리에는 4개의 마이크가 있다. 페퍼는 이 마이크를 통해 소리의 방향을 인식하고, 눈 안쪽의 적외선 거리센서로 말을 하는 사람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거리 측정 후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의 감정을 이해한다. 이를테면 사람이 웃어도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고 있다면 진짜로 웃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페퍼를 움직이는 핵심 기술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이다. 페퍼가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여 감정을 학습한 결과들은 클라우드 컴퓨터의 감정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러한 정보들은 가정이나 사무실에 입양된 각 페퍼들에 다시 전달돼 로봇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페퍼는 더욱 똑똑해진다.

페퍼처럼 감정을 읽는 기술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추구하는 핵심은 사람처럼 ‘사랑, 감정, 마음을 지닌 지능로봇’이다. 작가가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그녀(Her)’에서 질문마다 척척 답하고 감정도 표현하는 진정한 ‘컴퓨터’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훑어서 정답을 도출해 내는 능력이 아니라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능력에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뇌의 복잡한 연결망을 파헤쳐 ‘뇌지도’를 그릴 수 없는 한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뇌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를 수시로 바꾸며 작동한다. 결국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진정한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계의 한계와 언어의 모호성을 초월해 어의(語義)를 완전히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게 되면 인공지능은 친구처럼 도란도란 얘기하며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공생의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사실 사람과 대화하고 같이 생활하는 인공지능 생명체가 등장한다면 인류와의 관계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감성을 가진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온갖 궂은일을 해줄 때는 기쁨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칫 실수로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이 등장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한쪽이 멸종되거나 서로 달라지려고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도 둘 사이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쪽이든 그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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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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