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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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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외지인·외국인도 환영! 상하이도 인재쟁탈전 가세

백춘미  통신원 

상하이시는 최근 베이징대, 칭화대 학부 졸업자를 대상으로 상하이 후커우(戶口)를 발급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후커우 제도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외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상하이 후커우 소지자는 중국에서 ‘1등 공민(公民)’으로 대접받는다. 각종 사회보장 및 신분증명에 있어 편의가 대단하다. 상하이 후커우의 위력은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알기 힘들다. 일례로, 한국 여행비자 발급에 있어서도 상하이 후커우 소지자는 각종 제출 서류가 면제되고, 무려 5년간 유효한 복수비자 발급 대상이 된다. 이로 인해 ‘관시(關係)’나 뇌물로 상하이 후커우를 취득하려는 사람들도 제법 된다.
   
   반대로 상하이 후커우는 높은 집값, 비싼 물가와 함께 외지인들의 상하이 진출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베이징대, 칭화대 졸업생 중에서도 졸업 후 상하이행을 택한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중국의 양대 명문대인 베이징대, 칭화대 학부 졸업생들에게 상하이 후커우를 제공한다는 말은 엘리트 학생들을 상하이로 유치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상하이시는 이를 점차 다른 명문 대학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학벌 좋은 엘리트 대학 졸업생들에게 호적상 특혜를 제공한다는 것은 평등주의가 강한 한국에서는 입 밖에 꺼내기조차 힘들지만 정작 사회주의 중국, 특히 중국공산당 창당지인 상하이에서는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각 도시들은 ‘사람 빼앗기 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재쟁탈전이 치열하다. 중국에서 ‘인재’라 함은 대개 석·박사나 대졸 이상 학위소지자를 뜻한다. 특히 상하이보다 경제력이나 지명도가 처지는 2~3선 도시들조차 후커우나 기업 면접비, 정착 및 주택보조금 같은 각종 유인책을 내걸고 고급인재 유치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산시성 시안(西安)은 신분증과 학위증만 있으면 후커우를 발급한다. 장쑤성 난징(南京)과 쓰촨성 청두(成都)는 관내 기업에 면접 보러 오는 외지 학생들에게 1인당 1000위안(약 16만원)의 면접비를 제공한다. 랴오닝성 선양(瀋陽)은 이주해오는 고급 엔지니어에게 5만위안의 주택보조금을 제공한다.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은 학사학위 소지자는 5만위안, 석사는 10만위안, 박사는 15만위안의 주택보조금을 내걸었다. 광둥성 광저우는 아예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무려 1000만위안(약 16억원)의 주택보조금을 제시했다. 현재 약 50개 도시가 이 같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외지 인재쟁탈전에 돌입한 상태다. 춘추전국시대에 각 제후국들이 제자백가를 서로 모셔가려던 분위기의 재현이다.
   
   자연히 중국의 경제수도로 한발 느긋했던 상하이는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 상하이를 떠받쳐온 것은 외지인들이었다. ‘외지인(外地人)’은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상하이 전체 인구는 2418만명인데, 이 중 상하이 후커우가 있는 사람은 1445만명에 불과하다. 상하이 후커우가 없는 외지인들만 972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상하이와 전혀 연고가 없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외지인들이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의 소위 ‘1선 도시’ 가운데 외지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적한 어촌에서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의 첫 번째 경제특구로 변신한 선전(67%)이지만, 머릿수에서 외지인이 가장 많은 곳은 상하이(972만명)다. 외지인들이 두 번째로 많은 베이징(807만명)보다 200만명 가까이 더 많다.
   
   요즘은 법률과 금융, 의료 등 전문영역에서 일하는 외지인들도 많지만, 사실 외지인 대부분은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일하며 상하이 경제의 가장 밑바닥을 떠받치고 있다. 택시기사, 오토바이배달, 식당종업원, 입주가정부, 발마사지 등에 종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이들이 없으면 상하이 경제가 마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지인들의 출신지는 주로 상하이와 가까운 안후이성(29%), 장쑤성(16.8%), 허난성(8.7%) 등지다. 상하이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을 붙잡고 출신지를 물어오면 십중팔구 안후이(安徽)나 장쑤(江蘇)란 대답이 되돌아온다. 상하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안후이 사람들은 “안후이 사람들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상하이가 마비된다”는 묘한 자부심을 표출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 상하이의 노동시장은 외지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고임금이나 저임금 노동시장을 막론하고 사실상 무한경쟁 체제다.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민간병원에는 중국인 의사뿐만 아니라 대만 의사와 한국·일본 의사들이 함께 진료를 본다. 필자가 주로 찾는 소아과 병원 의사는 대만에서 의대를 졸업한 대만 출신이다. 치과나 성형외과 과목에는 한국인 의사들도 제법 된다. 이 밖에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심지어 인도 의사들까지 상하이의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필리핀 입주가정부들도 등장
   
   외지인들의 주 활동무대였던 저임금 노동시장 역시 외국인들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 전통 발마사지 일색이던 거리에는 태국, 캄보디아 마사지 간판이 점점 늘고 있다. 외지인 여성들이 가장 쉽게 찾는 일자리인 보모와 입주가정부(가사도우미) 시장에는 ‘페이용(菲傭)’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입주가정부들이 등장했다. 필자가 사는 푸둥의 아파트에도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영어를 쓰는 필리핀 입주가정부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인력송출 대국 필리핀은 300만명의 여성가정부를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특히 홍콩에만 약 8만6000명, 대만에도 약 6만3000명의 필리핀 가정부들이 일하고 있다.
   
   물론 외국인 입주가정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엄연한 불법이다. 자국 저임금 노동시장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외국인 입주가정부에 발급되는 취업비자가 없다. 하지만 집안일 잘하고 아이들 영어까지 가르쳐준다는 입소문에 필리핀 가정부에 대한 수요·공급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 홍콩이나 대만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면 몸값이 더 오른다.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내 필리핀 가정부만 30만명에 달한다는 추정치도 있다. 상하이에서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조선족 동포 가정부를 구하기보다 필리핀 가정부를 구하기가 더 쉬울 정도다.
   
   상하이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올여름 태풍만 벌써 세 차례 내습했을 정도로 날씨는 변덕스럽다. 살인적인 물가에 푸둥의 집값은 서울 강남보다 비싸다. 한국과 같은 전세는 없고, 전부 월세에 임차인 보호제도도 열악하다. 전통적으로 여자들이 드세 남자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다. 전도유망한 명문대 학생들을 비롯해 한국인 의사, 필리핀 입주가정부들까지 상하이로 불러들이는 매력은 결국 일자리와 수입이다. 그래서 상하이의 전통적 별칭이 ‘마도(魔都)’다. 영어로는 ‘매직 시티(Magic City)’로 번역된다. 개방과 경쟁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상황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 상하이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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