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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헤즈볼라 남침 땅굴은 北 수출품?

노석조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 이스라엘의 건설 인력들이 땅굴이 발견된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지 메툴라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발견된 땅굴 3곳을 즉각 파괴하지 않고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photo 뉴시스
남침(南侵) 땅굴이 발견됐다. 폭 2m·높이 2m로 성인 남성들이 집단 이동할 수 있게 건설된 지하터널이 지난 12월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북부의 레바논 접경지 마을 메툴라에서 발견됐다. 총 길이는 183m.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영토까지 이어진 땅굴이 확인된 건 양측이 전쟁과 휴전을 거듭한 지난 70년 만에 처음이다.
   
   땅굴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작품. 친(親)이란이자 이슬람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3대 정치세력이다. 이들은 1985년 창설된 이후 이스라엘의 건국을 부정하는 정치운동과 함께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전투기가 한 대도 없어 이스라엘에 비해 군사력이 크게 못 미치지만, 게릴라 작전과 민간인을 타깃으로 한 테러 공격으로 이스라엘 안보를 흔들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 조나단 콘리쿠스 중령은 “땅굴은 레바논 남단 마을 카프르 킬라의 한 민간인 집에서 시작돼 지하의 단단한 암석을 뚫고 이스라엘 북부 국경 마을 메툴라까지 이어져 있었다”면서 “헤즈볼라가 병력을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시킬 목적으로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헤즈볼라가 이 땅굴을 통해 이스라엘 영토에서 국지전을 일으킬 의도라기보다는 소규모 인원을 침투시켜 테러 공격 또는 이스라엘인 납치를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땅굴 3개 찾아내
   
   헤즈볼라는 땅굴이 자신들의 것인지는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툴라 지역을 포함해 레바논 남부는 헤즈볼라가 확실하게 실질 점유하고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이들의 소행으로 국제사회에서 기정사실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은 즉각 ‘북쪽 방패’란 이름의 작전을 개시해 이번에 발굴한 땅굴을 무력화하고 추가 땅굴 수색에 돌입했다. 이들은 작전 나흘 만이던 지난 12월 8일 메툴라 일대에서 길이 약 200m의 제2 땅굴에 이어 지난 12월 12일 제3 땅굴도 찾아냈다. 현지 일간 하아레츠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더 많은 땅굴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모두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발견한 땅굴 3곳을 즉각 파괴하지는 않았다. 대신 일부 구간에 부비트랩(booby trap·건드리면 폭발하는 장치)을 설치해 헤즈볼라 병력의 접근을 막았다. 땅굴 건설에 어떤 기술이 사용됐는지 등 각종 조사를 마친 후 파괴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20㎞에 달하는 레바논 국경 가운데 일부 구간에 지상과 지하를 차단하는 두꺼운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미 장벽이 설치된 곳이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땅굴이 정말 헤즈볼라 것이 맞느냐’ ‘자작극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스라엘군은 며칠 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헤즈볼라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땅굴 속으로 걸어 이동하다가 이스라엘군이 몰래 설치한 부비트랩을 보고선 허겁지겁 레바논 쪽으로 달려 돌아가는 모습이다. 이스라엘군은 부비트랩과 함께 감시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이 모습을 촬영했다. 무력충돌 못지않게 ‘정보전쟁’을 중요시하는 이스라엘은 ‘자작극’ ‘페이크(가짜) 뉴스’라는 오해를 불식(拂拭)하기 위해 평소 영상 증거물 확보에 공을 많이 들인다. 그리고 이를 선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번 땅굴이 발견된 메툴라 마을은 1967년 ‘6일 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이 차지한 지역이다. 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했다며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이제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땅굴들은 이스라엘 자주권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1701호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면서 “헤즈볼라를 추가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땅굴을 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다”면서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1992년 아르헨티나에서 폭탄을 실은 트럭으로 자폭 테러를 일으키는 사건 등으로 미국·캐나다·영국 정부의 테러 명단에 올라 있다. 이에 이미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안보리 결의안 1701호는 2006년 국제사회의 중재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서로에 대한 적대 군사행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결의안에 따라 각국에서 파병한 병력으로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이 창설돼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게 됐다. UNIFIL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결의안 1701호 관련 규정을 충실히 지키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 이스라엘군은 국경을 넘어 레바논 영토에서 군사작전을 펼쳤는데, 이 결의안에 따라 더 이상 레바논에서 군사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UNIFIL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막는 동시에 헤즈볼라의 군사활동도 제한하는 평화 유지 역할을 해왔다.
   
   한국도 UNIFIL 창설에 참여했는데, 이에 따라 파병한 부대가 ‘동명부대’다. 그런데 UNIFIL의 눈을 피해 헤즈볼라가 남침 땅굴을 판 것이다. 결의안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UNIFIL도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가 언급한 제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실제로 이행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국제사회 차원에서 헤즈볼라의 군사시설 등을 사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12월 11일 이스라엘 북부 사페드의 사령부를 방문해 땅굴을 판 헤즈볼라를 향해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헤즈볼라, 미사일 도발하나
   
   헤즈볼라는 이상하리만큼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 연계 매체인 알마나르도 이번 땅굴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스라엘의 사소한 주장에도 적극적으로 반박하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헤즈볼라가 그동안 야심 차게 건설한 땅굴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잃어버린 처지에 빠져 적잖게 당황하는 듯하다”면서 “헤즈볼라가 이번 사건으로 사기가 떨어지는 등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국면 전환을 노리고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헤즈볼라 2인자인 셰이크 나임 카셈은 지난 12월 9일 언론 인터뷰를 갖고 “이스라엘 전역에서 우리의 미사일이 안 미치는 곳은 없다”면서 “저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땅굴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으면서도 땅굴 사태가 불거지는 가운데 느닷없이 ‘미사일’ 발언을 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사정거리가 수백㎞인 스커드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수차례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 등에 피해를 줬다. 이후 이스라엘은 미사일 방어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 등을 개발·배치해 방어망을 한층 강화했지만, 이들의 미사일 공격은 여전히 걱정거리다. 일시에 여러 발의 미사일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모두 요격해 막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주요 항구도시이자 첨단 기술의 인큐베이터인 테크니온 공대가 위치한 하이파는 레바논 국경과 불과 50㎞ 거리다.
   
   정통한 이스라엘 소식통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산악 지대에 미사일 발사대를 배치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찰 인공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험준한 산악 지대에 핵심 군시설을 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가 시아파 맹주이자 중동 군사 대국인 이란으로부터 전폭적으로 무기 지원을 받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개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고성능 미사일까지 갖출 수 있는 이유다. 미 정보기관 출신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백톨의 최신 저서 ‘중동·아프리카 내 북한의 군 확산’에 따르면, 헤즈볼라의 무장화에는 북한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이라크·이란전쟁에서 이란을 군사 지원한 북한은 이후 이란과 혈맹이 돼 핵 개발은 물론 미사일 기술까지 공유했으며 중동에서 반서방의 첨병 역할을 하는 헤즈볼라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4월엔 레바논의 헤즈볼라 밀집 지역에서 북한 외교관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번 헤즈볼라 땅굴에도 ‘땅굴 전문가’인 북한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헤즈볼라 뒤엔 이란이 버티고 있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즈볼라는 혼자가 아니라 시리아·이란과 한 묶음이기 때문이다. 군사력이 압도적인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것도 헤즈볼라 뒤에는 인구 8000만명, 병력 40만의 이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최근 헤즈볼라뿐 아니라 시리아에도 군사 지원을 강화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이 벌어진 지난 7년간 꾸준히 시리아 내에 자국 군사기지를 확충했다. 이스라엘 머리맡에 이란의 군사기지가 생긴 것이다. 이란은 올 초 이 기지에서 드론(drone·무인기)을 출격시켜 이스라엘 영공을 넘는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국경 지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은 내전 중인 시리아 내에 최소 5곳의 군사기지를 새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에 군사적 위협을 가한 적은 없었다. 양국 사이에 낀 이라크 때문에 지리적으로 약 2000㎞ 떨어져 있어 군사 충돌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란이 레바논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 군사시설을 두고 이제 코앞에서 공격할 환경을 갖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이란 핵 합의 파기로 잔뜩 뿔이 난 이란이 시리아 내 군사기지나 헤즈볼라를 통해 언제든지 미국의 우방 이스라엘을 해코지할 수 있다. 이란 정부가 트럼프의 핵 합의 파기로 나빠진 국내 여론을 전환하고자 이스라엘을 도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최근 각종 비리 혐의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를 모면하고자 이번 땅굴사건을 계기로 헤즈볼라·이란에 강경 대응하며 ‘안보 장사’를 할 것이란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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