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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9호] 2019.08.05

중·러 군사동맹 어디로 향하나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empas.com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상호관계 및 신뢰구축 대책회의(CICA)에 앞서 건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7일 동중국해에서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빌호와 러시아 해군 태평양 함대 소속 구축함 아드미랄 비노그라도프호가 자칫하면 충돌할 뻔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챈슬러빌호는 헬기를 착함시키고 있었는데 비노그라도프호가 후방에서 가속해 15~30m 이내로 접근했다. 챈슬러빌호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회피 기동을 해야만 했다. 챈슬러빌호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과 함께 항해하고 있었다. 반면 러시아 해군은 자국 함정들이 미국 항공모함 전단과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는데 챈슬러빌호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비노그라도프호의 앞을 가로질렀다고 주장했다. 비노그라도프호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다른 함정들과 함께 중국 해군 창설 70돌을 축하하려고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양국 함정들은 그동안 지중해와 발트해 등에서 이와 비슷하게 상대방에게 무력시위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영토에서 한참 떨어진 동중국해에서 양국 함정들이 서로 충돌할 만큼 근접한 적은 없었다.
   
   당시 사건은 공교롭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 국빈 방문을 마치는 날에 발생했다. 시 주석은 양국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 5일부터 7일까지 2박3일간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러 새 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선언’과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새 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라는 두 개의 문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는 국제 정세의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양국이 상대의 핵심 이익과 각자 관심을 갖는 중대 문제에서 서로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세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러 관계 강화는 역사의 부름이며, 양국의 확고부동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은 내가 가장 광범위하게 교류한 외국인 동료이며,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글로벌 핵심 이슈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비슷하거나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6월 6일자)을 통해 “양국 관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인 ‘새 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은 대사건”이라며 “이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어떻든지 영향을 받지 않고 중·러 관계가 계속해서 밀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가 수교 70주년을 맞아 사실상 ‘반미(反美) 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러 밀월을 보여준 ‘5G 동맹’
   
   중국과 러시아의 전신인 옛 소련은 1921년 중국공산당 창당을 소련 공산당이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양국 관계는 중국이 소련의 요청으로 6·25전쟁에 참전하면서 밀월 관계를 보였다. 당시 소련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대신 벌인 중국에 경제 부흥을 위한 자금과 기술을 지원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1960년대 수정주의 논란에 따른 이른바 ‘이념 분쟁’으로 금이 갔다. 양국의 갈등은 국경분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중국은 소련을 제1의 가상 적으로 간주하고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중국과 미국은 핑퐁 외교를 통해 교류에 물꼬를 트면서 1979년 국교를 맺고 화해했다. 옛 소련이 붕괴되고 1990년대 탈냉전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이 21세기 들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패권을 추구하자,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기존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자,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됐다. 러시아도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고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양국은 현재 모든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5G 동맹’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와 러시아 최대 유·무선 통신사인 모바일 텔레시스템스(MTS)는 내년까지 러시아 전역에 5G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리고 각국에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이런 요청을 거부하고 화웨이와 손을 잡았다. 화웨이와 MTS의 계약은 중국과 러시아 간의 반미연합전선 구축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중국의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불리는 최신예 요격미사일 시스템인 S-400 트리움프 도입을 들 수 있다. 중국은 2014년 러시아와 30억달러 규모의 S-400 트리움프 3개 포대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S-400은 세계 최강의 방공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거리는 40〜400㎞로 100개 표적을 추적해 동시에 6개를 격추할 수 있다. 요격미사일의 최대속도는 마하 5.9, 레이더 탐지거리는 최대 700㎞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러시아로부터 S-400 1차 인도분을 전달받고 같은 해 12월 시험 발사를 했다. 러시아는 조만간 S-400 2차분을 중국에 인도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S-400 도입과 관련, 인민해방군 장비개발부와 책임자인 리샹푸 부장에 제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3개 포대 가운데 1차분은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 지역에, 나머지 2차와 3차분은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 일대에 각각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동북아의 전략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해왔지만, 산둥반도에 S-400을 배치하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이 탐지할 수 있다.
   
   특히 양국의 밀월 관계에서 주목할 점은 군사 분야의 협력이다. 양국은 갈수록 합동군사훈련의 범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양국 해군이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상과 상공에서 ‘해상연합-2019’ 훈련을 실시한 것을 비롯해 양국 군은 미국과 동맹국들을 겨냥해 실전과 같은 합동작전 훈련까지 벌이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이 지난 7월 23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독도의 영공을 침범한 것도 한국과 미국의 대응 전략을 시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중국의 전략폭격기 훙(轟·H)-6K 2대와 러시아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 2대 및 조기경보통제기 A-50 1대가 KADIZ에 무단으로 진입했고, 특히 A-50은 독도 상공에서 한국 영공을 두 차례나 침입했다. 한국 공군은 중·러 전략폭격기와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F-15K와 KF-16 전투기 18대를 긴급 출격시켰다. 게다가 한국 공군 KF-16 전투기는 1차 침범한 A-50에 대해 열 추적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섬광탄) 10여발과 20㎜ 기관총 80여발을, 2차 침범 때는 플레어 10발과 20㎜ 기관총 280여발을 각각 경고 사격했다. 외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과 한국 전투기의 경고 사격은 모두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의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었다.
   
   
▲ 중국과 러시아 군함들이 동중국해에서 해상연합-2019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photo China.mail

   ‘인도·태평양 전략’ 견제 의도
   
   이런 엄중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연합 장거리 초계 비행의 일환이라면서 국제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연합 공중 전략 순항을 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혼합 편대가 한국 동해 공역의 정해진 항로로 연합 비행했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양국 공군기들은 국제법의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 다른 나라의 영역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양국의 연합 비행은 전면적인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고 연합 작전 능력을 향상하며 공동으로 글로벌 전략 안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러시아 공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이 장거리 군용기를 이용해 아시아태평양 해역에서 첫 연합 공중 초계비행을 수행했다”면서 “양국 공군기들은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외국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러 양국의 이런 항변은 앞으로 미국에 맞서 무력시위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중·러의 도발은 미국과 일본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최근 들어 미·일·인도·호주 간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대응하려는 것이다. 중·러 군용기들이 동해에서 이어도 남쪽까지 비행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양국은 장거리 작전 능력을 향상시키고, 동해뿐만 아니라 이어도와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까지 작전 지역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양국의 또 다른 속셈은 한·일 갈등에 따른 느슨해진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를 시험하고, 더욱 균열을 일으키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를 우려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한·미·일 3국 관계의 균열을 노리는 의도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러의 도발은 인공섬을 만들고 결국 군사기지화한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군도)처럼 러시아와 함께 서서히 동해는 물론 동북아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장기 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중국은 동북아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통일된 전선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선임연구원도 “러시아와 중국이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군사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한·일 양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하고 동맹 간 불화도 확산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언론들도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이라는 점을 미국 등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CNN 방송은 “중국과 러시아가 준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이 군사협력을 어디까지 강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양국이 군사동맹을 시험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크고 정교한 규모로 연합훈련과 합동감시에 나섰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면서 “양국은 경제·외교에 이어 돈독해진 군사관계를 앞세워 무역 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향해 긴장감과 악몽을 선물했다”고 지적했다.
   
   
▲ 미국 챈슬러빌호(오른쪽)와 러시아 비노그라도프호가 지난 6월 7일 동중국해에서 충돌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photo 미국 해군

   한·미·일 군사협력 어느 때보다 중요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독도 영공 침범과 같은 사태가 계속 벌어질 것이란 점이다. 실제로 중국 국방부는 지난 7월 24일 발표한 ‘신시대 중국 국방’이란 제목의 국방백서에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관계를 최우선 순위로 규정했다. 백서는 “중·러 양국 군 관계는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글로벌 전략적 안정 유지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백서는 이어 “중·러의 양국은 고위층 교류, 군사 훈련, 장비 기술, 대테러 분야 등에서 깊은 협력을 통해 다자간 시너지와 조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서의 이런 언급은 양국이 사실상 군사동맹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백서는 “세계 경제와 전략 중심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아·태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배치와 간섭을 확대하면서 이 지역 안보 형국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과 미국을 따르고 있는 동맹국들을 비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는 앞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을 겨냥해 각종 군사적 견제와 압력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정권을 비호할 것도 틀림없다.
   
   양국은 앞으로 군사동맹을 구체화하는 새로운 군사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모스크바타임스 등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국방부·외교부가 군사협력 협정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오는 9월 최종 협상 및 협정 체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새 군사협정은 양국이 1993년 맺은 군사협력 협정을 대체할 것이며, 고도의 연합 군사훈련 및 초계 비행 실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장 겸 예비역 육군 대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새 군사협정을 맺으면 아·태 지역에서 한국 영공 침범과 같은 공동 정찰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새 군사협정 체결은 인프라 건설, 에너지, 기술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두 나라의 밀착을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르티움 루킨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일과 나토처럼 상호 방위조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함께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갖췄다”면서 “앞으로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튼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관계가 강화될수록 미국은 물론 한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한·미·일 군사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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