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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8호]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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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의 트럼프 연구]탄핵 맞서는 트럼프의 힘은?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insun@chosun.com

트럼프 대통령은 몇 년 전 북한을 압박하며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란 말을 처음 썼다. 그때만 해도 트럼프는 당장이라도 평양을 날려버릴 기세였다. 미·북이 극적으로 정상회담에 합의하기 전까지 한동안 워싱턴과 서울에서는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실제로 있었다. ‘화염과 분노’는 이후 트럼프의 취임 초 백악관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책의 제목으로 한 번 더 유명해졌다.
   
   탄핵정국에 들어선 트럼프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화염과 분노’라는 말이 다시 연상된다. 트럼프는 늘 화가 나 있고 늘 어딘가를 향해 불을 뿜어내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조사를 결정한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외국이 미국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다. 어느 주권국가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미국을 자국에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워낙 많다 보니 더더욱 그런 움직임을 경계한다. 그 외국이 미국에 적대적일 때, 예를 들어 러시아나 중국, 쿠바 등일 때 미국의 경계심은 한껏 올라간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사라졌지만 ‘러시아 스캔들’도 결국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의심 때문에 다들 그토록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의혹도 크게 보면 비슷한 구조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은 트럼프가 외국을 끌어들여 정적을 공격하게 했다는 것인데, 결국 우크라이나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존재는 이 같은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이 내부 고발자를 맹공격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런 안전장치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안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탄핵조사에 대해 ‘마녀사냥 쓰레기’라고 받아치고, 관련 보도를 하는 언론을 ‘부패’했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자신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부패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외국의 미국 정치 개입’이란 프레임을 ‘반부패’로 바꾸려고 기를 쓰고 있다.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가는 기세를 보이자 트럼프는 다시 한번 틀을 바꿨다. 이번에는 하원의 탄핵조사가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며 탄핵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판을 깨고 새 판을 짜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이미 국무부는 핵심 증인 중 한 명의 의회 증언을 거부했다.
   
   탄핵정국의 트럼프는 기자회견과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과 언론을 향한 무차별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다시 끌어내 공격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일을 문제 삼고,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타고난 연예인인 트럼프는 ‘트럼프 극장’의 주인공인 자신이 힘이 빠지면 관객들이 흥미를 잃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역경이 닥치면 오히려 더 강해지는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트럼프는 더 큰 분노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화염과 분노’는 트럼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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