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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5호]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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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아베가 자초한 ‘공포의 크루즈선’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may2@chosun.com

▲ 2월 13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218명이 확인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photo 뉴시스
전 세계 56개국의 승객, 승무원 3711명을 태운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사태 초기에 신속하게 전원 하선(下船)시키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2월 13일 현재 200명을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베 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안이한 상황 판단과 뒤늦은 대책으로 지도력을 의심받고 있다. 앞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 사례로 다뤄질 것이 분명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사태가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20일. 호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 등 총 3711명을 태우고 요코하마항을 출발했다. 여기엔 한국인 승객 9명, 승무원 4명도 포함돼 있었다. 25만~130만엔을 내고 탑승한 승객들은 2주간 가고시마(1월 22일)~홍콩(25일)~베트남 다낭(27일)~베트남 카이랑(28일)~타이베이(31일)~오키나와 나하(2월 1일)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승객 중에 유독 기침을 많이 하는 홍콩 출신의 80대 남성 A씨가 포함된 것은 불행의 예고편이었다. 이 남성은 지난 1월 17일 비행기로 일본에 도착했다. 후지산을 관광한 후, 20일 크루즈선에 탑승했다. 그는 배에 타기 전부터 기침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월 25일 홍콩에서 내렸다.
   
   
   10명 감염과 함께 시작된 아베 내각의 악몽
   
   2월 4일 요코하마항 귀환을 앞두고 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홍콩 정부로부터 긴급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2일. 기침과 발열 증세가 심한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확인되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2월 3일 요코하마 앞바다에 들어왔다. 일본 정부는 검역관을 파견해 이 배의 탑승자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검역관들이 체온을 재고 문진을 실시했다. ‘수퍼 환자’ A씨와 자주 접촉하거나 발열, 기침 증세가 있는 승객과 승무원을 우선적으로 추려서 관련 검사를 시작했다. 이틀 뒤인 2월 5일 이들 중에서 먼저 10명이 감염된 것이 확인되면서 아베 내각의 악몽이 시작됐다.
   
   이에 놀란 아베 내각은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 탑승객 하선을 불허하고, 2주간 선내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 순간부터 초호화 크루즈선은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다. 승객들은 객실 밖으로 나가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식사도 이날부터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룸서비스’로 바뀌었다.
   
   물자 부족으로 음료수, 술, 간식 서비스는 모두 중단됐다. 수건과 이불도 제대로 교체해주지 않았다. 식수는 매일 한 사람당 500mL 물 한 병씩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일하는 일본인 의사는 TV 인터뷰에서 “마치 유령도시 같다. 아무도 객실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사람을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바람을 쐴 수 있는 발코니가 딸린 객실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창문이 없는 객실은 견디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하선하지 못한 채 격리생활을 해야 하는 3700여명의 탑승객과 승무원들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2주간을 보내야 했다. 이 배에 탑승한 사람들 중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10명(2월 5일)→10명(6일)→41명(7일)→3명(8일)→6명(9일)→65명(10일)→39명(12일)→44명(13일)씩 매일 증가하면서 공포감도 커졌다. 승객들은 “하루속히 모든 승객에 대해 관련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아베 신조 내각의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실패는 크루즈선 자체가 거대한 ‘바이러스 배양접시’가 됐을 가능성을 무시한 안이한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2월 3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요코하마 앞바다에 들어온 후에도 승객들에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도록 내버려뒀다. 이에 따라 승객들은 2월 5일 10명의 감염환자가 처음 확인되기 전인 2월 3, 4일에도 식당을 함께 이용하고 극장에서 쇼를 관람했다. 무증상(無症狀) 환자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다수 탑승, 이들에 의해 바이러스가 더 확산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국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승객과 승무원의 건강 상태 확인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에 책임이 돌아오는 것을 의식, 소극적이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도쿄올림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일본 정부가 위험성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아베 내각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 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를 ‘일본에서 발생한 환자’ 통계에 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후생노동성의 전수조사 주장 묵살
   
   일본의 후생노동성 차원에서는 초기부터 모든 승객과 승무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함으로써 공격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에 탑승 중인 약 3700명을 모두 하선시켜 육상으로 옮기는 것도 한때 고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아베 관저(官邸)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하루에만 감염자가 44명 늘어서 전체 환자가 200명을 넘은 2월 13일이었다. 이날 감염 환자가 218명으로 증가하자 아베 내각은 긴급조치에 착수했다. 80대 이상 고령자,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승객, 창문이 없는 객실 이용자 등을 추려서 하선시켰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월 12일 일본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정도로 국제적인 사태로 발전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어제 중국 밖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 48명 가운데 40명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발생했다”며 일본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다. 세계에서 위생과 보건 수준이 가장 높다고 자부하는 나라의 국제적 망신은 아베 내각이 자초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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