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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호] 2020.04.13

코로나19 틈새 마피아 활개… 의료서비스도 접수?

김회권  국제·IT 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령이 발동 중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지난 4월 5일(현지시각) 군인들이 두오모 대성당 앞 광장을 순찰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3월 12일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 항구도시인 로크리. 한 남자가 쇼핑백을 가지고 길을 따라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었다. 남자 앞에 경찰이 막아섰다. 일상적인 검문이었다. 코로나19로 피해가 극심한 이탈리아에서는 출근이나 생필품 구입, 의료적인 외출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외출도 허용하지 않는다. 외출할 때도 마치 통행증처럼 자신이 작성한 서류와 신분증을 들고 다녀야 한다. 경찰은 이 남자가 외출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를 막아섰다.
   
   남자는 “친구에게 식료품을 전해주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주소를 물었지만 대답한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의심을 사 경찰에 잡힌 이 남자의 이름은 세자르 안토니오 코르디(42). 이탈리아 3대 마피아인 은드란게타 산하 ‘피의 코르디’라는 조직의 보스로 2019년 8월 수배가 내려진 인물이었다. 대(對)바이러스 조치가 마피아를 잡아낸 셈이었다.
   
   코로나19는 마피아 입장에서 위기다. 사람의 이동이 어려워졌고 코르디의 경우처럼 잡히는 일도 생겼다. 국경이 폐쇄되면서 마약과 총기, 밀수품 등을 옮기기가 더욱 버거워졌다. 13만2547명. 지난 4월 6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유럽 내에서 가장 많다. 사망자도 1만6523명에 달한다. 막대한 피해 탓에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그 어려움이 더 크다.
   
   그런데 마피아는 위기를 좋아한다. 바이러스 퇴치에 여념이 없는 이탈리아지만 최근 오랜 내부의 적 마피아에 대한 경고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위기를 자신들의 풍요함으로 뒤바꿔온 역사를 갖고 있다. 마피아 전문가인 저널리스트 로베르토 사비아노도 그걸 경고하는 사람이다. 그는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를 통해 “팬데믹은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마피아에 이상적인 상황이다. 배고픈 사람은 나눠주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빵을 찾는다. 약이 필요한 사람들은 파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돈을 낸다”고 경고했다.
   
   “마피아는 코로나19와 비슷하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에게 닿는다.” 세르지오 나자로 이탈리아 의회 반마피아위원회 위원장의 말처럼 이탈리아가 위기를 수습하는 데 필요한 분야에는 대부분 마피아의 입김이 서려 있다. 그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광범위하다. 폐기물 처리나 건물 청소는 기본으로 들어 있다. 물류나 매립, 식품 및 유류 유통과 같은 필수 산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비아노가 “마피아는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것을 알고, 여기에 발을 디뎌왔다. 항상 그래왔다”고 말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의료서비스도 사업화하는 마피아
   
   현 시점에 빗대 극적인 사실은 마피아가 의료서비스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에 위치한 도시 파비아의 보건국장이 은드란게타의 연락책이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유로폴(유럽형사경찰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조 마스크나 의료장갑, 의약품을 거래하는 데도 이탈리아 마피아가 관여하고 있다. 심지어 진단키트를 제공한다며 의료 행정 관계자로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GI-TOC(다국적 조직범죄 반대구상)는 지난 3월 26일 ‘범죄와 전염병: 전염병이 조직범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직범죄 전문가 500여명으로 구성된 이 기관이 말하는 전염병은 코로나19다. 보고서는 팬데믹을 불러온 이 전염병에 범죄집단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며 코로나19를 어떻게 악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경찰에 적발된 이탈리아의 사례도 포함돼 있다. 2018년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한 도시의 유력 정치인은 마피아 조직과 불법적으로 결탁했다. 그 결과 마피아는 이 지역의 구급차 산업과 의료용품 공급을 장악하게 됐다. 보고서는 “조직범죄가 의료시스템에 침투한 국가에서는 인명구조 자원이 집중되지 못해 가장 필요한 긴급 상황 대응에서 약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탈리아 내 남부와 북부 간 빈부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그리고 이런 불편한 현실은 마피아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특히 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는 롬바르디아 지방은 독일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경제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반면 이탈리아 남부에는 EU 권역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이 있을 정도다. 고용 계약 없이 불법 노동으로 하루하루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이 지역 불법 노동자를 약 37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되자 당장 증명할 직장이 없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는 점이다.
   
   토리노의 일간지인 ‘스탐파’는 “불법 노동자의 80%가 남부에 집중돼 있다. 이탈리아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IL)의 조사에 따르면 남부에서는 3명 중 1명이 불법 노동자다. 거기에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 노동자뿐만 아니라 범죄자도 포함돼 있다. 이 사람들은 사회보장제도 바깥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에서 정부가 밝힌 보조의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파고들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이탈리아 내 남북 격차 해소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주세페 프로벤차노 남부 장관이 “현재의 위기가 지속한다면 남부 지역 사람들의 우려가 분노로 돌변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게 기우가 아니다.
   
   
▲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남부에서 미국 연방수사국과 이탈리아 국가경찰이 공조해 마피아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마피아 은행’의 자금 원하는 기업들 타깃
   
   이런 불안의 틈새를 파고드는 건 마피아다. 중앙정부의 공백이 클수록 더욱 그렇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마티노’는 남부 이탈리아 마피아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전략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나폴리에서는 마피아에 의한 ‘복지국가 시스템’이 여러 개의 지구에서 확립되고 있다. 나폴리를 본거지로 삼는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세력 중 하나인 카모라는 기존 방침을 바꿔 소매치기나 공갈협박은 그만둔 듯하다. 지금 그들의 최우선 과제는 이 지역의 지배를 유지하는 것과 사람들과의 합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카모라는 이미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지역주민들을 위해 빵과 파스타를 나눠주고 물건을 대신 구입해주며 마약거래로 번 돈을 지역에 재분배하고 있다고 일마티노는 설명했다. 이 조직이 노리는 건 앞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 뒤 얻을 수 있는 이익, 그리고 사업을 더욱 키울 타이밍에 필요한 저렴한 노동력이다. 이탈리아 사정기관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남부 지역의 진공 상태를 메우는 마피아 조직이 사람들에게 대출과 암시장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가족에게 먹일 끼니를 목적으로 아침에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다. 마피아는 이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민간인 군대를 조직하는 게 가능해진다.
   
   사람만큼 중요한 타깃은 기업이다. 마피아 희생자들을 위한 단체인 카포네토재단의 주세페 안토시 대표는 “크고 작은 많은 기업들이 현재 엄청난 경제적 악영향을 겪고 있다. 여기에 마피아는 이미 자본을 집어넣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사업을 재개하려고 할 때 많은 기업들은 당장 자금조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소규모 공장이나 상점, 레스토랑, 바 등은 이미 빚이 부풀어 오를 대로 올랐다. 이탈리아 정부는 대략 65%의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는데 이 중 상당수는 남부에 자리 잡은 소규모 기업들이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가 혹은 자영업자라면 블랙머니를 거절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전하는 이탈리아 경찰청 중앙정보국(DAC) 공문에는 이들을 ‘마피아가 유일한 구원의 닻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공문은 “마피아는 아마도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회사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요구를 명확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 측은 분야 및 활동 리스트를 만들어 주의 깊게 감시하도록 했다. 식품 유통과 위생 인프라, 호텔, 식당, 소매 부문 등이 마피아가 공격적으로 침투할 사업으로 분류됐다.
   
   
   위기 때마다 무기로 활용하는 유동자금
   
   마피아는 과거에도 이탈리아의 불안을 자양분으로 삼아 커왔다. 2010년 유로존 국가채무 위기로 이탈리아가 어려움을 겪을 때 이탈리아 중소기업협회는 “코사 노스트라, 카모라, 은드란게타 등 마피아 3대 조직을 포함한 마피아의 상업 자금이 약 1000억유로에 달한다”고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협회는 “현재 위기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있는 유일한 기업 집단은 마피아 주식회사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기업인들에게 마피아와의 동업은 시장에서 살아남느냐 퇴출되느냐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업 속으로 침투한 마피아는 합법적 분야에서 장악력을 키워 나갔다. 도박업은 대부분 이들의 손에 떨어졌고 건설과 폐기물 처리 사업 역시 마피아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의료나 스포츠, 육로 물류 등 지금 기승을 떨치고 있는 분야도 이때 진출이 이뤄졌다.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들의 사업 규모는 통계마다 들쑥날쑥해 정확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2017년 이탈리아 통계청은 자국 내 지하경제 규모를 약 2080억유로(2015년 기준)로 추정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 GDP의 1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총액 내에서 마피아의 불법 활동으로 이뤄진 매출을 170억유로로 봤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마약밀매(118억유로)였고, 그 다음이 성매매(36억유로)였다. EU 내 유럽사법기구인 유로저스트의 2016년 보고서는 “이런 마피아의 수익은 이탈리아 내 합법 경제의 여러 부문에 스며들어 부동산 투자나 공공 및 민간 계약 참여로 탈바꿈한다”고 기록했다. 기업을 통한 합법적 진출은 수익성 높은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익하지만, ‘돈세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
   
   이탈리아 정부 입장에서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끝나도 새로운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 ‘마피아 치료제’를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동분서주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이 함께 나설 수도 있다. 그들의 돈은 이미 국경을 넘나들고 있어서다. 네덜란드 원예 사업에 은드란게타의 자금이 들어간 것만 봐도 그렇다. 돈세탁과 마약 선적에 그들은 아름다운 네덜란드산 꽃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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