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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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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일본이 원전 속속 재개하는 이유는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may2@chosun.com

▲ 지난 11월 11일 재가동 승인이 난 미야기현 오나가와원전 2호기.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로 가동이 중단됐었다. photo asia.nikkei.com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동해(東海) 건너편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어 운영이 중단된 미야기(宮城)현의 오나가와(女川)원전 2호기가 재가동 승인 및 주민동의 절차를 모두 마쳤다. 지난 10월 미야기현 의회가 오나가와원전 재가동 청원을 채택한 데 이어 지난 11월 11일 무라이 요시히로(村井嘉浩) 지사가 동의 의사를 최종 표명했다. 이로써 오나가와원전은 2022년 재가동이 확정됐다. 동일본대지진 피해를 당한 3개 현(후쿠시마·미야기·이와테)의 원전 중에서 재가동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나가와원전 2호기 재가동 승인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도호쿠(東北)전력이 심사를 요청한 오나가와원전 2호기가 새로운 안전기준을 충족해 심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新)원전 규제’에 따라 재가동이 결정된 원전은 모두 16기로 늘어났다. 오나가와원전 2호기는 방사능 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과 같은 비등수형(沸騰水型)이다. 일본 정부는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앞으로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90%이지만 오나가와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나가와원전의 발전량은 출력 82만㎾로 이 지역의 전력 공급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정부가 2018년 채택한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을 모두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전체 전력의 25%를 차지하던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등으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전 가동 중단 이후 전기료가 상승하고 국가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원전을 재개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내각은 2018년 당시 전체 전력 공급의 2%로 떨어져 있던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늘리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주력(主力) 전원’으로, 원전을 ‘기반(基盤) 전원’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가동하는 원전은 약 30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원자력규제위가 지난 5월 아오모리(靑森)현 롯카쇼무라 핵연료 재처리 공장의 안전기준 심사를 6년 만에 통과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핵연료 재처리 공장은 ‘방사성물질의 화학플랜트’라고 불린다. 원전보다 몇 배나 더 위험한 시설이지만 일본은 이를 가동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롯카쇼무라가 본격 가동하면 연간 8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 7t을 재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은 지금도 핵무기 약 500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0t을 확보하고 있다.
   
   원전과 관련한 일본의 움직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전력 공급 차원에서뿐만이 아니다. 일본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clean energy)로 보고 환경문제와 연관해 대응하는 것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2018년 11월 미국과의 협의에서 원자력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규정, 양국 간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도쿄 방문을 계기로 미국 상무부, 에너지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각서를 체결했다.
   
   이 각서엔 ‘세계 원자력 이용에 공헌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양국은 2017년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일 당시 합의한 ‘미·일 전략에너지 파트너십’에 기반해 각서를 체결했다. 도쿄신문은 “미·일이 원자력 각서에 합의한 것은 원전을 지구온난화 대책에서 필수적인 전원(電源)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때문에도 원자력발전을 계속 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자력이 청정에너지다
   
   일본은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인식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나이스 퓨처(NICE Future)’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미래계획(Nuclear Innovation Clean Energy Future Initiative)’을 의미하는 나이스 퓨처는 미국·일본·캐나다 등이 중심이 돼 원자력을 자원으로 계속 활용,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원자력 개발을 위해 ‘원자력 벤처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유망한 원자력 기술 연구회사에 자금 및 인력을 지원하고, 국가가 보유 중인 원자력 시설을 제공해 원자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기업이 중국 기업과 공동으로 연료 교환을 40년간 하지 않아도 되는 원자로를 개발 중인 것에 자극받았다고 한다.
   
   일본은 기존의 대형 원자력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만으로는 첨단기술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 벤처기업을 통해 원자력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건설비가 적게 들고 안전성이 높은 ‘소형 모듈로(SMR·Small Modular Reactor)’를 포함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SMR은 현재 약 100만㎾인 기존 원전 3분의 1 수준의 전력을 공급하지만, 원자로를 해상이나 지하에 설치할 수 있어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일본 정부의 원자력 벤처기업 육성은 2018년 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안전성·경제성·기동성이 뛰어난 원자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와 2011년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핵(核)에 대한 공포가 큰 나라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국민은 ‘에너지 믹스’ 정책에 따라 원자력을 안전하게 활용하는 길을 선택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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