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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4호] 2021.04.19

조지아주 선거법 개정 때문에… 미 공화당·대기업 갈등 폭발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4-21 오후 3:00:44

▲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가 지난 4월 3일 지지자들과 함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조지아주 선거법 개정에 항의해 올스타게임 개최지를 애틀랜타에서 덴버로 이전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국 보수세력의 중심인 공화당과 대기업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은 법인세 감면과 정부의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펼쳤다. 최근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렸다. 반면에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요즘 이를 다시 28%로 올리려 한다. 그런데 최근 ‘제도적인 인종차별’ 타파를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 대기업들도 공화당에 반기를 드는 이른바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은 불매운동이나 공화당이 장악한 주정부의 조세 강화 등을 통해 대기업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
   
   최근 공화당과 대기업 갈등의 기폭제가 된 사건은 조지아주에서 진행된 투표법 개정이다. 조지아주에서는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우편투표의 투표자 확인 문제를 놓고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통해 대규모 부정투표와 개표 부정이 진행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조지아주는 앞으로 발생할 부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하여 지난 3월 우편투표와 부재자투표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 ‘SB202’를 확정했다. 100쪽에 달하는 개정선거법은 공화당이 장악한 조지아주의 상하원에서 통과되었으며,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서명하여 주법으로 확정되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 선거위원회는 159개 선거구 각각의 선거사무에 간여할 수 있으며, 각각의 선거구에 임시 선거관리인을 임명할 수 있다. 임시선거관리인은 선거사무 담당자를 고용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조항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 선거관리위원회가 애틀랜타처럼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지역의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공화당은 이러한 절차를 통해서 선거 절차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정선거법은 투표소에 줄을 선 유권자들에게 음식, 물, 그리고 다른 가치 있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행위도 금지하였다. 공화당은 이러한 조치가 매표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조치는 투표를 독려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반발한다.
   
   
   흑인·저소득층 투표 참여 막는다고 반발
   
   사전투표 기간도 종전의 9주에서 4주 동안으로 단축되었다. 공화당은 이를 통해 선거 진행이 신속해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가난한 사람이나 소수인종들의 투표를 어렵게 만든다고 반발한다. 우편투표 기간도 종전의 49일에서 29일로 단축되었다. 앞으로는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투표인의 서명만 확인했다. 이동투표소는 금지된다.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주도로 확정된 개정선거법에 대해 보수파는 선거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많은 정치학자들도 실제 조사를 바탕으로 투표 기한 단축과 투표 결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권단체, 뉴욕타임스나 CNN 등 진보 미디어들은 개정선거법이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흑인, 저소득층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세기에 인종분리와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은 짐 크로 법보다 더 심하다며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짐 크로 법(Jim Crow on steroids)”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 좌파, 전국 미디어들은 투표함의 신성성과 안정성을 파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이 법에 반발하는 근본적 이유는 “이 법의 제정이 지난 대통령 선거 중 조지아주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트럼프의 근거 없는 주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라고 온라인 매체 Vox는 분석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아직도 주정부와 공화당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런 거짓말을 전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지아주의 개정선거법은 투표 부정 때문에 대통령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트럼프의 거짓말이 맞는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미국 민주주의에 위해가 된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반발하지만 조지아주 이외의 43개 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선거법 개정이 공화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3월 30일 미국의 흑인 기업인들이 조지아주의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많은 기업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전 회장인 케네스 체놀트, 메르크사 회장인 케네스 프레이저 등 미국의 저명한 흑인 기업인 72명은 조지아주의 개정선거법이 흑인들의 투표를 어렵게 만든다며 반대했다. 체놀트는 이 문제와 관련 “중립지대는 없다. 당신이 더 많은 사람이 투표하는 데 찬성하든지, 아니면 투표를 하지 못하게 억압하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프레이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불의의 방관자가 되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고 했다.
   
   
▲ 조지아주의 선거법 개정이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는다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photo 뉴시스

   흑인 기업인 주도 개정선거법 반대 운동
   
   흑인 기업인들의 선언에 다른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시작했다. 애플사의 팀 쿡 CEO는 지난 3월 31일 개정선거법을 “짐 크로 법으로 회귀(return to Jim Crow)”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표권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미국 역사는 모든 시민들의 투표권을 확대해온 역사이다. 특히 흑인들은 투표권을 지켜내기 위해 100년 이상 시위하고 투쟁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바치기까지 하였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은, 부분적으로는 기술의 힘 덕분에, 투표권이 있는 모든 시민이 더욱 손쉽게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미래가 과거보다는 더욱 희망적이고 포용적인 상태가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반발, 조지아주 떠난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후 진보적 주장을 펼쳐온 팀 쿡은 지난 대선 직후 트위터에서 추방당한 트럼프가 사용하려던 소셜미디어 앱 ‘팔러(parler)’를 아이폰에서 삭제했다. 또 지난 2월에는 인종평등과 흑인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흑인 민권운동단체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팀 쿡은 지난 4월 1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투표권에 대한 논의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며 “기술을 이용한 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은행 사무를 보고 건강 관련 데이터를 보관하는 등 집보다 스마트폰에 우리 자신들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보관하고 있다”며 아이폰으로 투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대선 투표율이 67%로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투표율을 90~100%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온라인뱅킹은 잘못되면 되돌릴 수도 있지만, 온라인 투표는 잘못돼도 바로잡을 수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요청으로 아이폰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앱을 삭제한 애플이 조지아주 선거법을 비판하는 이중성을 지적하며 팀 쿡의 주장이 가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조지아주 개정선거법에 대한 흑인 기업인들의 비판에 조지아주와 관련된 기업들이 동조하며 반향이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올해 올스타게임 개최지를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서 콜로라도주 덴버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조지아주는 수억달러의 수익을 놓치게 된다. 공화당은 강력 반발했다. 켐프 주지사는 MLB가 보수적 가치를 축출하려는 좌파들의 ‘캔슬컬처(cancel culture)’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 회원들에게 개정선거법을 비판하는 기업들이 ‘반성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루비오 상원의원은 MLB의 롭 만프레드 총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MLB는 중국과 쿠바처럼 아예 선거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들과 관계를 청산할 예정인가?”를 물었다. MLB가 공화당을 비판하면서 인권탄압국인 중국이나 쿠바와 사업을 하는 이중성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조시 홀리 상원의원 등은 MLB에 대한 반독점법 제소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도 개정선거법을 “용납할 수 없다(unacceptable)”고 말했다가 공화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조지아주의 하원은 델타항공에 유리하도록 한 항공연료비에 대한 감세조치를 철회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델타항공이 투표소에 신분증을 가지고 나오게 하는 개정안에 반대하지만, 비행기에 탈 때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느냐는 소극적인 반론도 나온다.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대표도 “우리는 조지아주의 선거법과 관련된 상황에 대해 매우 분노한다고 분명하게 밝힌다”며 “투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려는 법안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조지아주 공화당 측은 모든 관공서에서 코카콜라를 치워버리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도 조지아주처럼 공화당 주도로 투표 기간을 단축하고, 주 선거위원회가 지역의 선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막으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텍사스주에 본사들 둔 아메리카항공과 델컴퓨터 등의 기업들도 반대했다.
   
   
▲ 조지아주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업인들. 왼쪽부터 델컴퓨터의 CEO 마이클 델, 케네스 체놀트 전 아멕스 회장, 애플의 CEO 팀 쿡. photo 뉴시스

   코카콜라 등 대기업들도 반대 동참
   
   델컴퓨터의 CEO 마이클 델은 지난 4월 초 트위터에 기업인의 모임인 ‘기업인 원탁회의(Business Roundtable)’가 4월 1일 발표한 ‘투표권을 제한하려는 주들의 불필요한 입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링크하며 자신도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유, 공정, 평등 선거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이다. 특히 여성과 유색인 공동체는 힘들게 투표권을 얻었다. 주 정부들은 시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AT&T도 사실상 선거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AT&T는 “‘기업인 원탁회의’와 함께 모든 사람들의 투표할 권리를 증진시키는 노력을 지지한다. 우리는 선거법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기업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선거관리의 책임이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우리는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는 지난 4월 6일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미국인이 더 이상 현행 선거제도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정선거법은 선거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텍사스 주민들은 텍사스주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공공정책을 강요하려는 기업들에 지긋지긋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리조나주도 우편투표 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요구하는 선거법 개정안 SB1713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좌파단체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선제적으로 기업들을 겨냥하며, 과거 BLM(Black Lives Matter)을 지지했던 기업들에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진보적 애리조나’라는 단체는 엔터프라이즈렌터카, 파머스인슈어런스 등 대기업들에 공화당에 대한 기부행위를 중단할 것을 독촉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종전까지는 친기업적 입장을 견지해왔던 공화당은 조지아주 선거법 개정 이후 나타나고 있는 기업들의 정치적 발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은 기업들이 민주당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거법, 환경법, 급진적 사회변화를 위한 시도 등의 차원에서 사적 영역의 일부분이 점차 좌파정부처럼 행동하려 한다. 기업들이 극좌파 일당의 손아귀에 쥐어진 무기가 되어, 반헌법적 방법을 통해 우리나라를 탈선시키려 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거나 “국민들이 선거에서 거부한 나쁜 사상들”을 증진하기 위해 경제적 협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매코널은 “기업들은 정치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기업들의 정치적 발언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러나 “기업들의 정치 참여가 다수의 사람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원들도 코카콜라를 마시며, 비행기를 타고, 야구를 좋아한다”며 기업들에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권했다.
   
   공화당은 이른바 ‘깨어 있는 자본주의’에 대처하기 위하여 주정부에 기업에 대한 징세나 불매운동 등을 권장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정치적 발언을 높이는 기업들을 향해 점차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공화당의 입장 변화는 공화당이 철학적으로 하나의 분기점을 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폴리티코’는 “공화당은 이제는 (차별철폐를 위하여 약자 우대를 당연시하는 관념인) 정치적 정당성(political correctness)이 대기업 중역실을 차지하여 보수적 가치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항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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