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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브라질 룰라 3선 도전… 좌우 포퓰리스트 최후의 결전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6-24 오후 2:53:51

▲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브라질 대통령 선거가 내년 10월 실시된다. 현재 우파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의 재선 출마가 확정된 가운데 야당 후보로는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77) 전 대통령의 3선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구두닦이 출신인 룰라는 노동조합운동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해 2002년과 2006년 대통령에 당선됐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반면에 보우소나루는 군사독재 시절 군부를 비난하는 글로 잠시 투옥된 후 대위로 전역하여 정치에 투신했다. 2018년 대통령에 당선된 보우소나루는 극단적 언어구사와 기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구 언론들은 그를 우파(right)와 차별하여 ‘극우(far-right)’ ‘강성 우파(hard-right)’ 등으로 표현한다. 브라질 언론들은 내년 10월 예상되는 룰라와 보우소나루의 경쟁을 “빈민 투사(champion of the poor)와 열대지방 트럼프(Trump of the tropics)의 대결”이라며 벌써부터 긴장하는 분위기다.
   
   
   ‘빈민 투사’ vs ‘열대지방 트럼프’의 대결
   
   룰라는 집권 기간 동안 공공지출을 크게 확대하였다. 저소득층 지원용인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정책이 대표적이다. 보우사 파밀리아는 저소득층 가구당 매월 34달러를 지원한다. 다만 아이들이 학교를 중퇴하면 현금 지원도 중단한다. 단기적으로 현금살포지만, 장기적으로 인간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책으로 브라질의 저소득 계층이 30%가량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도 불평등 수준이 20%가량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총선용 매표행위라는 비판도 받았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브라질 경제는 연평균 5%,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에는 영국을 누르고 세계 6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기적’을 일궈냈다. 저소득층 지원과 경제호황 덕분에 룰라는 2010년 두 차례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지지율이 무려 87%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룰라의 비서실장 출신인 여성 지우마 호세프가 후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브라질의 경제기적은 2000년대의 원자재 수출 호조와 룰라가 추진한 공적자금 지원 및 신용확대 등으로 인한 내수확장 덕분이었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룰라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학계에서는 룰라의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호세프 대통령 취임 후 브라질 경제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게다가 집권 노동자당의 부패스캔들이 폭로되면서 호세프 대통령은 결정적 위기를 맞게 된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2014년 2월부터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한 세차장의 자금세탁에서 수사가 비롯되었기 때문에 ‘세차장 작전(Operation Car Wash)’이라고 불리는 이 수사가 확대되면서 룰라 정권은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부패스캔들을 저질렀음이 드러났다. 당국의 수사는 브라질 국내외로 확대되어 278명을 기소하고 8억달러를 추징하였다. 페루, 파나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기소되었다. 부패스캔들이 폭로되던 2014년 세계 원자재 가격이 38% 급락하며 브라질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가했다. 실업률은 배로 늘어 12.8%까지 급등했으며, 실업자수는 1300만명을 넘어섰다. 2015년 5월부터는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100만 시위가 계속되었다. 호세프는 부패스캔들, 경제악화 및 실업대란 등으로 지지도가 9% 수준으로까지 하락한 끝에 2016년 8월 31일 의회에서 탄핵당해 권좌에서 축출된다.
   
   그해 9월에는 수사당국이 룰라와 부인 마리사 룰라를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하였다. 다음해인 2017년 룰라는 2018년 노동자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8년 4월에 룰라 역시 법원으로부터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이후 유엔인권위원회나 미국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세계 각국의 인권운동가들이 룰라의 석방을 요구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옥중의 룰라는 33%의 지지를 받아 15%의 지지율로 2위를 차지한 사회자유당의 보우소나루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브라질법에 따라 룰라는 출마자격이 박탈되었고, 10월 선거에서는 보우소나루가 5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photo 뉴시스

   룰라의 몰락과 복권
   
   그런데 2019년 7월 수사 당국자들이 룰라의 출마를 막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대화가 유출되었다. 룰라는 2019년 11월 8일 580일 만에 석방되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당선 직후 분열된 나라를 치유하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유색인종인 나라에서 내각을 백인들로만 구성했다. 그는 또 경제회복을 위해 작은 정부 정책과 기업들의 조세감면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적은 지지부진하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면서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며 인기도 추락했다. 보우소나루는 코로나19 사태를 경시하여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을 거부했고,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사회적 격리도 반대했다. 이러한 무능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의 코로나19사망자는 6월 14일 현재 50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미국 다음으로 많다. 팬데믹 대처를 두고 보우소나루와 가장 큰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파울루의 주앙 도리아 주지사는 지난 3월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보우소나루를 “미친 놈(crazy guy)”이라고 칭하며 “불행히도 브라질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와 보우소나루 바이러스라는 두 개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룰라가 재등판하는 것이다. 룰라는 지금도 이 나라에서는 인기가 높다. 지난 3월 8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루이즈 파친 대법관은 룰라에게 선고된 형에 대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지난 3월 26일 룰라는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과 관련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집단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며 책임을 보우소나루에 돌렸다. 대법원은 지난 4월 15일 룰라에 대한 형을 무효화한 3월 8일 판결을 8 대 3으로 지지하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룰라는 모든 정치적 권리를 회복하였다. 룰라는 이날 아르헨티나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라고 불리는 파시스트와의 2022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내가 후보가 되어야만 한다”면서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는 룰라에게 “후보가 되고 싶어 하는 도둑”이라고 응수했다.
   
   룰라는 지난 5월 21일 전직 대통령인 페르난도 카르도주(90)와 만나 보우소나루의 연임을 저지하기로 합의했다. 룰라는 트위터에 “전직 대통령들과 브라질, 우리의 민주주의 그리고 팬데믹에 대처하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직무태만 등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숙적 카르도주와 손잡은 룰라
   
   카르도주는 룰라에 앞서 대통령을 연임한 인물로, 두 사람은 1994년, 1998년 대선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두 번 모두 카르도주가 승리했다. 노동자당의 룰라와 사회민주당의 카르도주는 라이벌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17년 룰라의 부인 장례식 때가 마지막이었다.
   
   현재 두 사람의 정치성향은 카르도주는 중도, 룰라는 좌파로 분류된다. 노동자당은 카르도주 정권이 ‘신자유주의 유산(neoliberal legacy)’을 남겼다고 비판해 왔다. 2014년 대선에서는 사회민주당의 아에시우 네베스 후보가 룰라가 지지하는 노동자당의 호세프 후보에게 간발의 차로 패했다. 당시 네베스는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라고 규탄했다. 이어 2016년에는 사회민주당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과 함께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법률팀을 재정 지원했다. 테메르는 호세프가 탄핵으로 물러나자 대통령이 되었다.
   
   이처럼 오랜 숙적이었던 양당 지도자가 보우소나루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합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룰라는 다수의 중도세력을 끌어안는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브라질 언론들도 룰라와 카르도주와의 만남은 게임체인저가 된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거부하는 보우소나루와 달리 두 전직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사진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룰라는 백신도 이미 접종했다.
   
   
   “도둑놈 대통령과 협잡꾼 부통령”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는 “도둑놈 대통령과 협잡꾼 부통령이라는 대선 티켓이 완성되었다”라며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공산주의라는 질병은 어디서든 성공할 수 없으며, 브라질에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보우소나루를 대선에서 패퇴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인정받는 ‘데이터푸하’의 조사 결과 1차 선거에서는 41% 대 23%, 결선에서는 55% 대 32%로 룰라가 모두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우소나루의 인기도는 3월 35%에서 5월에는 40%로 다소 개선되었다. 비호감도도 60%에서 57%로 낮아졌다.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관련 긴급구호조치가 재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두 사람 모두 충성스러운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나타났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브라질의 한 언론인은 최근 브라질 상황을 “팬데믹은 이 나라를 계속 초토화시키고 있으며, 경제는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격은 날로 거세지며 정치적 긴장을 드높이고 있다. 브라질에 진정 뜨거운 한 해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천재적인 두 포퓰리스트 간에 최후의 경쟁이 벌어진다. 한 사람은 좌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우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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