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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3호] 2021.08.30

피를 부른 멕시코 아보카도…마약카르텔과 전쟁 나선 농민들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9-01 오후 4:00:37

▲ 아보카도 농장을 보호하기 위해 진을 치고 있는 멕시코 주 경찰들. photo 뉴시스
최근 열대과일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가 주산지인 아보카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웰빙푸드로 알려진 아보카도는 우리나라에도 2018년 기준 3000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지난 10년간 수입액이 무려 1458.3% 증가했다. 수입량으로 따져도 1115.5% 증가한 6000t을 기록했다. 그런데 아보카도가 수익성이 높아지자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서 농민들은 무장 자위조직을 결성하며 내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는 ‘초록의 금(green gold)’으로 불리는 아보카도를 매년 210만t가량 수출한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70%에 달한다. 멕시코 아보카도생산자연합에 따르면 전체 수출량의 46%가 미국으로 향한다. 아보카도는 미국인들이 슈퍼볼 주간에 즐겨 먹는 소스인 과카몰리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콰카몰리는 아보카도를 으깨 양파, 토마토, 라임즙 등을 섞어 만들며, 토르티야나 빵에 올려 먹는다. 멕시코 아보카도는 미국 외에도 전 세계 64개국으로 수출되는데 대부분 미국의 검역을 거친 후 다른 나라로 향한다.
   
   미국은 1914년부터 1997년까지는 멕시코 아보카도의 수입을 금지했었다. 멕시코산에 기생하는 벌레 바구미가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아보카도에 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멕시코는 1988년부터 유럽에 아보카도를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미국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에야 수출이 가능해졌다. 미국의 아보카도 소비는 멕시코 농산물을 개방한 2007년 이후 4배나 급증했다.
   
   
   아보카도 관련 일자리 30여만개
   
   멕시코 아보카도 생산량의 4분의3은 미초아칸주에서 나온다. 이곳은 아열대성 기후에 열대우림이 우거진 비옥한 토양 덕분에 연중 아보카도 수확이 가능하다. 농업이 주 산업인 미초아칸주에서는 구아바, 멜론 등 다른 열대과일들도 생산되지만 수익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보카도와 비교가 안 된다. 아보카도는 7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30만개가 넘는다고 멕시코뉴스데일리는 최근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도 “아보카도 산업 규모는 연간 24억달러에 달한다. 관련 노동자들의 임금도 멕시코 최저임금의 12배나 된다”고 보도했다. 2020년 현재 미초아칸주의 2만8000여 아보카도 생산자 가운데 절반은 1헥타르 이하를 경작하는데 이들이 수확한 아보카도의 62%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그런데 최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아보카도가 벌어들이는 돈이 마약 카르텔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쿠리에저널도 최근 “그동안 카르텔과 지역 농민들은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그런대로 잘 지내왔지만 아보카도 수익이 급증하면서 카르텔이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범죄조직들은 결코 마약만 취급하지 않는다. 카르텔은 불법 광업, 벌목을 저지를 뿐만 아니라 합법 사업자들에게도 돈을 뜯어낸다. 이들은 미초아칸의 수출항인 라사로 카르데나스로 향하는 곡물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아보카도로 엄청난 돈을 이들에게 물어주면서 기존의 농민들과 카르텔과의 묵시적인 비공식 협정이 깨졌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미초아칸주는 마약 카르텔에는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주이다. 카르텔은 이곳의 아보카도 재배 농민들로부터 막대한 수수료를 거둔다. “카르텔은 아보카도 가격이 오르든지 내리든지 관계없이 일 년에 두 차례 헥타르당 5000페소(2500달러)씩 수수료를 챙겨 간다”는 것이 지역 농민들의 한탄이다. 미초아칸주 당국은 최근 멕시코에서도 악명 높은 카르텔인 잘리스코 신세대 카르텔, 템플기사단, 로스 레예스, 코레아 등 모두 9개의 조직이 아보카도 농가를 협박하며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중 잘리스코 카르텔은 코카인, 히로뽕 등 마약밀매로 악명을 떨치는 조직이다. 잘리스코가 멕시코 최대의 마약 카르텔인 시날로아 카르텔에 이은 제2의 카르텔로 급성장한 것은 두목 네메시오 세르반테스(55)의 잔혹함 때문이다. 미초아칸주의 가난한 아보카도 농가에서 태어난 세르반테스는 부모의 아보카도 재배를 돕다가 14세 때부터는 대마초를 경작했다. 그 후 미국에 밀입국해 마약밀매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멕시코 잘리스코주의 밀림에 용병들의 경호를 받으며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세르반테스의 목에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 (왼쪽) 총기로 무장한 멕시코의 아보카도 재배 농민들. 미국 정부는 잘리스코 카르텔의 두목 세르반테스에게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세르반테스가 이끄는 잘리스코 카르텔은 아보카도 주요 재배지인 미초아칸주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환경운동가 죽음이 아보카도 의존도 높여
   
   세르반테스는 경쟁 조직원을 집단살해한 후 사체를 절단하여 전시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2012년 미초아칸주에서 경쟁 카르텔인 ‘템플기사단’ 조직원 21명을 살해해 사체를 전시했고 2019년 8월에도 카르텔 전쟁을 벌여 미초아칸주의 우루아판에서 19명을 살해한 후 사체를 절단하여 3군데에 전시하였다. 사건 발생 장소는 국제적으로 희귀한 왕나비(Monarch Butterfly)보존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2020년 1월 13일에는 이곳에서 왕나비보존운동을 벌이던 환경운동가 고메즈 곤잘레스가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검은색 날개에 오렌지색 무늬가 새겨진 왕나비는 큰 것은 식사용 접시만 하며 겨울이 되면 미초아칸으로 도래해 번식한다. 유엔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왕나비는 매년 3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 지역 명물이다.
   
   당시 실종됐던 곤잘레스는 1980년대부터 왕나비보존운동을 벌이며 벌목과 경작을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태권도 유단자인 그는 농민들이 벌목하는 광경을 보면 힘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왕나비보존지구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 곤잘레스는 지역농민들에게 경작지를 다시 숲으로 재생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정부에는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덕분에 370에이커의 경작지가 다시 숲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곤잘레스는 카르텔들과 불법 벌목꾼들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곤잘레스는 시위를 주도하여 지역정치인들과도 심하게 갈등을 벌였다.
   
   곤잘레스 실종 며칠 후 한 지역정치인의 보좌관이 곤잘레스의 태블릿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발각되었고 결국 1월 29일 곤잘레스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지역경찰은 곤잘레스가 술에 취해 저수지에 떨어져 사망했으며 타살 흔적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틀 뒤 관광가이드 한 명 역시 숨진 채 발견되었지만 범인 체포는 오리무중이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곤잘레스가 실종되기 전까지 20여명의 환경운동가가 살해되었다. 특히 미초아칸주는 멕시코에서 범죄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2020년 10월까지 살인사건만 1309건이나 발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아보카도였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의 32개 주 가운데 미초아칸은 가장 부패한 곳으로 주 경찰의 살인사건 해결 비율은 3%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경찰과 지역정치인들이 카르텔과 한편을 이루기도 한다. 마피아와 국가를 구별하기 어렵다. 미초아칸주는 카르텔과 국가가 공생하는 곳이다”라고 분석했다.
   
   곤잘레스 사망 후 2020년 왕나비의 도래는 53%나 감소했다. 카르텔과의 전쟁이 벌어지는 데다 왕나비까지 감소하자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역주민들은 관광수입이 줄어들자 아보카도 경작에 더욱 매달리게 됐다.
   
   
   수수료 뺏기느니 총을 들어라!
   
   결국 아보카도 농민들은 카르텔이 자신들을 위협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갈취해가자 ‘자위단(self-defense groups)’이라고 불리는 민간 무장조직을 속속 결성했다. 쿠리에저널은 “농민들은 지역당국이나 연방정부가 자신들에 가해지는 위협을 줄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농민들은 무장단체를 결성하고 자위단체나 지역경찰을 만들었다.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부패한 지역경찰을 무장해제시켰다. 일부 지역에서 이들은 매우 효율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자위단은 전 정권인 엔리케 니에토 대통령 정부에서는 합법시되었다. 2014년 멕시코 정부는 미초아칸주에서 민간 무장조직이 무기를 들고 조직범죄 집단인 템플기사단과 싸우도록 허용했다. 그러자 점차 많은 자위조직이 등장했고 농민과 상인들이 주기적으로 일터를 떠나 무기를 들다가 아예 무장경호원으로 전직하기도 했다. 아보카도 농업을 지키기 위한 ‘마을연합’이라는 조직도 생겼는데 단원의 숫자가 5000명이나 된다. 현재 이 조직은 잘리스코 카르텔과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언한다. 한 단원은 “나는 카르텔에 착취당하고 유괴당하는 데 지쳤다. 일 년 동안 농사를 지어 카르텔에 수수료를 갖다 바치는 데 넌더리가 나서 자위단에 가입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협박하고 납치하여 돈과 자동차를 빼앗아가고 우리의 여인들을 강간한다. 그들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저질렀다. 정부는 절대 우리를 지원하지 않았다. 우리는 총을 들고 스스로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단원은 카르텔은 하루에 트럭 5대씩 평균 10t의 아보카도를 도둑질했다고도 증언한다. “그들에게는 수수료를 내는 것보다 총을 드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미초아칸주 전역에서 자위단과 카르텔의 충돌이 증가하고 있지만 모든 자위단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카르텔을 격퇴한 일부 자위단도 있지만 대부분은 카르텔의 무장에 당하지 못한다. 힘없는 자위단의 존재 자체가 “국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멕시코 국가의 실패를 웅변한다”고 보안전문가 티라도는 개탄했다. 그러나 안드레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민간 무장조직에 반대한다. 지난 6월 그는 “안전보장 기능은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자위단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나는 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무기를 드는 사람들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이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종종 악당들이 그러한 조직에 침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자위단이 종국에는 또 하나의 카르텔로 변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독자적으로 출발한 자위조직들이 점차 통합하여 범죄조직으로 변한 경우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쿠리에저널은 한 보안전문가를 인용해 “정부가 법과 질서를 확립하여 자위단 같은 조직들이 존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지만 멕시코에서 그런 상황이 실현되는 것은 영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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