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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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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이기명 고등과학원 교수 “끈이론이 죽었다고?”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고등과학원 이기명 교수(이론물리)는 ‘국가석학’이다. 국가석학 지원사업은 노벨상 수상자에 버금가는 역량을 갖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 교수는 2006년에 선정됐다. 지난 5월 20일 서울 홍릉의 고등과학원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방에 들어가니 작지 않은 공간을 가득 채운 책과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칠판에는 해독 불가한 수식이 가득 쓰여 있었다. 이 교수는 “칠판, 책, 지저분한 테이블, 이런 게 아이디어와 내 공간 사이의 긴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서울대 교수로 일했고, 1999년부터 고등과학원 교수로 연구하고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부담과 행정 업무가 많아 연구를 할 수 없다며 서울대 재직 1년 만에 사표를 내고 연구 전문 기관인 고등과학원으로 옮겼다. 당시 이 교수의 이런 선택을 일부 언론이 보도하며 주목받았다. 서울대 물리학과 1977학번이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 교수와 어떤 식으로 얘기를 진행하면 좋을지를 먼저 의논했다. 지금까지의 취재는 과학자로부터 그가 연구하는 특정 주제에 관해 집중적으로 듣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그에게 말했다. 이 교수는 “그건 내 삶을 비둘기 집(pigeon hole)처럼 상자에 집어넣는 거다. 답답하다. 학문적인 디테일보다는 나의 철학을 얘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취재가 흐를까봐 당황했지만 일단 그의 얘기를 경청했다.
   
   
   서양은 ‘물리학의 태도’가 인정받는 사회
   
   이 교수는 한국에서 인재 양성이 왜 잘 안 되고 있는지부터 얘기했다. 그는 좋은 대학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대학 수는 내가 대학에 들어갔던 1970년대 중반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서울의 주요 대학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한국에는 세계 수준의 대학이 없지 않나. 그러면 인재를 기르기가 힘들다. 새로운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인도와 중국은 명문 대학을 계속 만들어 인재를 키운다. 기존 대학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기존 대학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혁신이 불가능하다. 20년 동안 연구 안 한 교수에게 월급 더 준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거기에 돈을 부어서 뭘 하겠는가? 바깥세상을 가서 봐야 한다. 다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를. 그건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대학이 많아야 좋은 교수로부터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물리학과 학생 수를 비교하면서 한국 대학 교육이 잘못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 그리고 런던의 임페리얼칼리지는 한 학년에 물리 전공 학생이 200명이다. 세 학교만 해도 물리학과 신입생이 매년 600명이다.(참고로 서울대는 40명이다.) “그중에 3분의 1만 양자역학을 제대로 배웠다고 해보자. 그 숫자가 200명이나 된다. 양자역학을 학부에서 자신 있게 하면 그 사람들이 인재가 된다. 졸업한 후에 물리학을 계속 하지 않아도 관계없다. 실제로 600명 중에 교수가 되는 사람은 20명도 안 된다. 그 나머지 사람은 세상의 온갖 문제를 풀기 위해 대학 밖으로 나간다.”
   
   왜 물리학인가? 그는 “물리학은 매우 강력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물리학은 천천히 이해하고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이다. 상상을 해서 문제를 풀어간다. 이해를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시험은 대부분 외우거나 빨리 푸는 것이다. 이건 중요하지 않다. 게임은 그게 아니다. 상상을 같이 해보자, 같이 물어보자, 그러면서 새로운 걸 발견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비즈니스이고 학문이다. 서양은 상상으로 답을 낸다. 왜 서양은 이렇게 물리학을 많이 할까? 그건 상상을 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물리학의 태도가 사회에서 두루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임페리얼칼리지 물리학과 졸업생의 대부분은 사회로 돌아간다. 물리학을 하는 태도를 통해 사회가 엄청난 혜택을 받는다.”
   
   영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물리학 교육은 어떨까? “물리적인 세계에 한국인은 무관심하다. 다 들떠 있다, 사회 전체가. 학생 수가 서울대 40명, 카이스트 30명, 포항공대 20명 등이다. 다른 대학은 말하지 않겠다. 숫자에서 비교가 안 된다. 사실 양자역학이 아무것도 아닌데, 그 문제를 제대로 풀 줄 아는 사람이 100명이 아니라 50명밖에 안 된다. 영국은 아까 세 개 대학 얘기했는데, 맨체스터·더램·에든버러 대학까지 합하면 제대로 물리학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온 사람의 수가 상상할 수 없이 많다.”
   
   이 교수는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 금융가로 가는 고속도로를 아느냐”고 내게 물었다. 이 교수는 “인도와 중국의 좋은 물리학과 나온 사람은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로 간다. 인도와 중국은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로 가는 고속도로라 할 수 있다. 한국은 그런 고속도로가 있는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먼 곳에 있는 2차원 면의 홀로그램인지 모른다고 일부 물리학자는 믿는다. 이때 우주를 ‘홀로그램 우주’라고 한다. photo 복스닷컴

   20세기 이론물리학의 큰 기둥 세 개
   
   인터뷰를 시작한 지 시간이 상당히 지났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전공 관련 얘기를 물어볼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 교수는 이론물리학자이다.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할 때는 입자물리학을 공부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는 우주론으로 썼다. 그 이후에는 끈이론을 연구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를 지난 1월 7일 서울 신촌의 서강대학교에서 잠시 본 적이 있다. 당시 이 교수는 ‘끈, 입자 그리고 우주론에 관한 카블리 겨울학교’ 교장으로 분주했다. 그래서 그를 ‘끈이론가’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취재하면 끈이론(string theory) 연구의 최전선 얘기를 들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끈이론은 물리 세계를 기술하는 이론 중 하나로 물질의 최소단위가 진동하는 끈이라고 말한다. 특히 끈이론은 물리학의 성배로 불리는 양자중력이론의 강력한 후보로 한때 주목받았다. 양자중력이론은 양자세계의 중력법칙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으로는 아(亞)원자(subatomic particle)세계의 중력을 설명하지 못한다.(아원자 입자는 중성자, 양성자, 전자처럼 원자 구조를 형성하는 입자를 의미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양자중력이론을 찾기 위해 애써왔다. 끈이론 외에 양자중력이론 후보로는 고리(loop)양자중력이론이 있다.
   
   끈이론이 양자중력이론을 설명하는 데 근접했다고 알려지면서 물리학과의 우수한 인력이 끈이론에 쏠렸다. 끈이론은 1970년대에 등장해 이후 1차혁명(1984년), 2차혁명(1995년)을 거치며 초끈이론, M이론, 홀로그래피 원리 등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끈이론은 검증할 수 없는 수학이론일 뿐이라는 식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끈이론은 실제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들도 많다.
   
   이기명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끈이론이라는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고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이 교수는 끈이론의 현주소와 관련해 “잘 모르는 사람은 양자장론이 죽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깔깔 웃으며 ‘무슨 소리냐, 포효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끈이론이면 끈이론, 양자중력이론이면 양자중력이론, 양자장론이면 양자장론일 뿐 이들 상호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양자장론 안에 끈이론과 중력이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양자장론은 고전물리학을 아원자세계인 양자세계에서 작동하는 양자물리학으로 새롭게 구축한 것이다. 입자물리학의 양자전기역학, 양자색역학이 대표적인 양자장론이다. 이 교수가 앞서 말한 ‘그런데 알고 보니’는 무엇일까?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20세기 이론물리학의 큰 기둥이 세 개다. 양자역학, 일반상대성이론, 그리고 그것보다 높고 구름에 갇혀 있고, 신비로운 게 AdS/CFT대응이다.”
   
   여기서 양자역학은 아원자세계의 물리학이고, 일반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알아낸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론, 즉 중력이론이다. 그런데 ‘AdS/CFT대응’은 무엇일까? 이게 바로 이 교수가 ‘그런데 알고 보니’라고 말한 것이다. 즉 ‘Ads/CFT대응’이론이 나온 뒤 새로운 이론물리학이 시작됐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Ads/CFT대응’이란 용어는 ‘과학 연구의 최전선’ 기사 취재를 위해 몇 달 전 만난 서울대 물리학과 끈이론가 김석 교수에게서 들은 바 있다.
   
   
▲ 에드워드 위튼(왼쪽). 후안 말다세나(오른쪽). photo 위키피디아

   끈이론과 홀로그램
   
   ‘AdS/CFT대응’은 아르헨티나 물리학자인 후안 말다세나가 1997년에 내놓았다. 말이 어렵지만 ‘AdS/CFT대응’이란 단어를 들여다보면 그 뜻을 조금은 알 수 있다. 이 용어를 한국어로 풀어보면 ‘반(反) 드 지터 공간/등각장이론 대응’이다. ‘반 드 지터 공간’(anti-de Sitter)’과 ‘등각장이론(CFT·Conformal Field Theory)’이 ‘대응’, 즉 같다는 뜻이다. 용어가 어려우니 대략적인 뜻만 알아보자.
   
   끈이론을 쉽게 풀어쓴 대중서 ‘엘리건트 유니버스’(저자는 미국 컬럼비아 끈이론가 브라이언 그린)에 따르면, 말다세나는 끈이론의 범주 안에서 홀로그램 우주가설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했다. 홀로그램 우주가설은 또 무엇일까? 브라이언 그린의 설명을 조금 들어보자. “3차원 시공간이라고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아주 먼 곳에 있는 2차원 평면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이 우리 눈앞에 투영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일종의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인 셈이다.”
   
   사실 홀로그램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이다. 영화 ‘스타워즈’를 보면 레아 공주의 홀로그램 메시지가 나온다. 2차원 정보인데, 입체적인 3차원처럼 보이게 처리한다.
   
   이 교수 자신은 ‘AdS/CFT대응’ 관련 연구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20세기 이론물리학 3대 기둥 중에서 뭘 연구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세 가지의 한가운데에 양자장론이 있다. 양자장론을 연구했고, 일반상대성이론도 연구했다”고 말했다. ‘끈이론을 양자장론이라고 표현해도 되느냐’고 묻자 이 교수는 “거의 같게 되었다. 세상을 보는 프레임 자체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AdS/CFT대응’의 등장으로 양자장론이 양자역학과 끈이론, 중력을 아우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기명 교수는 1987년 컬럼비아대학에서 우주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인플레이션(급팽창)과 암흑물질로 논문을 썼다”고 했다. 컬럼비아대학 유학 당시 지도교수였던 에릭 와인버그(1947년생)에 관해 묻자 이 교수는 “(양자장론의 한 이론으로) 콜먼-와인버그의 모형이 있다”라고만 말했다. ‘콜먼-와인버그 모델’에 나오는 콜먼은 시드니 콜먼으로, 에릭 와인버그가 하버드대학에서 박사과정 학생일 때 지도교수였다.
   
   이기명 박사는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대학으로 가서 한국 물리학자 피서영 교수 밑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 교수는 “당시 피서영 교수와는 일을 하지 않고, 하버드대학의 콜먼과 일을 했다”면서 “콜먼을 미국 (서부 콜로라도의) 애스펀 물리센터에서 만나 알고 있었다. 거기서 같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금요일마다 자전거 타고 하버드대학에 가서 콜먼의 오후 시간을 내가 차지했다”고 했다. 피서영 교수는 수필가 피천득씨의 딸로 학계에서 이름 높은 우주론 연구자다. 이 교수는 “(급팽창이론을 만든 MIT의 물리학자인) 앨런 구스와 함께 ‘구스 & 피’라는 유명한 논문을 피 교수가 썼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양자장이론 연구에 대해 잘 말하려 하지 않았다. 끈이론이나 양자장론은 수학이론이나 다름없어 그가 친절하게 설명해도 알아듣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지난 10년 사이 양자장론의 문제를 푸는 새로운 틀이 나오면서 엄청나게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만 말했다. “한국 (양자장론) 커뮤니티가 지난 10년간 명성을 쌓아온 분야가 있다. 이로 인해 세계 학계로부터 존경받는데, 3차원·5차원·6차원 양자장론에서 좋은 연구가 엄청 나왔다. 나는 5차원·6차원 양자장론 연구를 많이 했다. 양자장론에는 중력이 없다. 중력이 없는 양자장론은 끈이론과 같다. 6차원 양자장론은 AdS/CFT대응을 통해 11차원 M이론과 어떤 의미에서는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교수는 3차원 양자장론 연구의 업적과 5·6차원 연구에 대한 기여로 2014년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이런 설명을 듣고도 이 교수가 뭘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교수의 말 중에서 M이론은 비교적 익숙하다. M이론은 에드워드 위튼(미국 프린스턴 소재 고등과학원 교수)이 1995년 내놓았다. 수학적으로 타당한 끈이론이 당시 5개나 발견돼 “유일성이라는 측면에서 실패한 이론”이라며 끈이론 학자들이 좌절감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 끈이론은 M이론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5가지 방법이었다. 이 5가지 끈이론을 모두 통합, 끈이론 연구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 위튼의 M이론이었다. 끈이론은 우주의 기본 물질을 ‘끈’으로 보나, M이론에 오면 끈이 아니라 ‘브레인(brane)’이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한다. ‘브레인’은 2차원 면일 수도, 3차원 공간일 수도 있다. 끈이론가는 우리가 거대한 브레인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M이론에는 M2브레인과 M5브레인 두 이론이 있다. M이론까지는 대중과학서에서 접했으나, M2브레인과 M5브레인은 낯선 용어였다. 이 교수에게 설명을 청했지만 알아듣기 힘들었다. “M2브레인을 쌓으면 중력이 없는 3차원 양자장론이 된다. M5브레인을 쌓으면, 중력이 없는 6차원 양자장론이 된다”라는 설명을 듣고 “어렵다”고 하자 이 교수는 웃으며 “첨단이다. 내가 지나온 첨단인데 어렵다. 진짜 첨단은 앞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산 정상에 올라간 줄 몰랐다”
   
   이 교수는 1990년대 ‘3차원 천-사이먼스 이론’ 연구에 기여했고, 이게 2008년 BLG라는 약자로 알려진 세 서양 학자들에 의해 M2브레인 이론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가 M2브레인 연구를 사실상 다 했었다. 큰 이론을 썼는데, 그 안에 M2브레인 이론이 들어있는지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이성재(고등과학원)·이상민(서울대)·박재모(포항공대) 교수 등 모두 5명이 당시 연구자들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그는 2008년 6월 6일 금요일 오후에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이성재 교수와 가이오트-위튼 연구라는 이론을 일반화한 멋진 논문을 약 10일 전에 발표했다. 그리고 금요일인 그날 이성재 교수와 새로운 논문 얘기를 했다. 그런데 월요일에 보니, 아카이브(논문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담은 후안 말다세나의 논문이 올라왔다. 그들이 빨랐다. 우리는 산에 올라갔는데, 산 정상에 올라간 줄을 몰랐다.”
   
   그는 요즘 무슨 연구를 할까? 그는 칠판 맨 위쪽을 가리키며 몬스터군(群·group)에서 뭔가를 발견했다고 했다. 몬스터군은 원소의 수가 유한하면서 엄청나게 큰 군(약 1055개)인데 이 교수는 “수학과 양자장론이 만나는 경계 부분의 연구”라고만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 수학자 피터 워이트의 책 ‘초끈이론의 진실’을 찾아보니 몬스터군에 관한 언급이 나왔다. “몬스터군은 놀랍게도 양자장이론의 기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학자와 물리학자에게 지난 수십 년 새 가장 의외의 발견을 물으면, 대부분은 몬스터군과 양자장이론이 수학적으로 연결됐다는 걸 안 사건을 꼽을 것이다.” 이 교수는 몬스터군 연구와 관련해 “보물 찾기와 연구를 비교할 수 있다. 보물을 두 개 찾았는데 아직 의미는 모른다”고 말했다.
   
   끈이론, 혹은 양자장이론은 이기명 교수의 설명을 다시 들어도 소화해내기 쉽지 않을 듯했다. “20세기에 우연히 발견된 21세기 물리학이론”이라는 말을 들었던 끈이론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물리학의 성배를 언젠가는 쟁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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