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암흑에너지가 존재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가 빨리 팽창하고 있다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이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한국 연구자에 의해 나왔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팀은 1월 6일(한국시간, 현지 시간은 1월 5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 235차 모임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저널(APJ) 1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APJ는 천체물리학 분야 최고의 학술지다.

이영욱 교수팀은 이날 배포한 언론자료에서 “암흑에너지가 있고, 이로 인해 우주 가속팽창이 진행 중이라는 2011년 노벨상 연구의 직접적이고 가장 강력한 증거는 초신성 1a형의 관측 결과다. 그런데 우리가 지난 9년간 이 초신성들의 광도진화 효과를 관측한 결과,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가 잘못된 추정에 기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말했다.

이영욱 교수팀은 칠례의 라스캄파나스 천문대 등에서 초신성 1a형을 관측했으며, 자신들의 초신성 관측에 대해 “초신성 1a형의 광도(luminosity) 진화에 대해 행해진 가장 직접적이고 엄격한 관측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욱 교수는 이날 주간조선에게 보내온 이메일에서 “논문 발표를 (하와이 미국천문학회 연례모임의 ‘우주론’ 세션에서) 큰 호응 속에 잘 마쳤다”면서 “미국 천문학회측이 관련 영문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미국천문학회 요청으로 보도자료를 연세대천문우주학과(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라고 말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솔 펄머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와 브라이언 슈미트가 이끄는 두 개의 연구 그룹은 지난 1998년 각각 초신성을 관측한 결과,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주의 이 같은 가속팽창은 우주론 학계의 감속팽창과는 다른 발견이어서 학계에 큰 충격을 줬으며, 이는 10여년이 지나 노벨상 수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의 노벨상으로 이어진 연구 결과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학계 일부에서 이런저런 형태로 이뤄졌고, 이들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석영 교수는 ‘완전하게 확인되지 않은 이론에 상이 주어졌다‘는 식으로 한국언론에 말한 바 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우주 가속 팽창 이론 이후 팽창 이유로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미지의 에너지에는 암흑에너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현재의 표준우주론은 암흑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주의 에너지-물질 총량의 70%를 암흑에너지가 차지한다고 보고 있어, 이영욱 교수팀의 연구은 현재의 우주론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초신성 1a형은 별이 태양계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기준으로 사용하는 ‘표준촛불’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솔 펄머티 등은 초신성 1a형을 관찰한 결과, 아주 오래된 초신성들이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어둡게 보였으며, 이는 이 초신성이 훨씬 빠른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구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건,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됐다.

이영욱 교수팀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 현재의 초신성 우주론학자들은 초신성의 광도 진화 효과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주의 초기에 만들어진 초신성의 경우 당시 우주 환경이 그 이후와는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감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초신성은 그 이후에 만들어진 초신성과는 별의 구성성분이 다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초신성이 폭발했을 때 내뿜는 광도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어두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말은 오래된 초신성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어 어둡게 보이는 게 아니라, 원래 어둡게 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영욱 교수는 언론자료에서 “천문학자 칼 세이건에 따르면, 특별한 주장을 하려면 특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암흑에너지가 있다고 하는 특별한 증거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초신성 우주론 분야에서 암흑에너지가 취약하고 잘못된 추론이 아닌가 하는 걸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초신성 말고도 우주배경복사(CMB)와 바리온 음향진동(BAO) 같은 다른 간접적인 증거들도 암흑에너지가 포함된 현재의 우주론 표준모델(조화우주론)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2019년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우주배경복사(CMB) 관측 결과는 우주론표준모델을 뒷받침하지 않아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에는 이영욱 교수 외에도 강이정(연세대), 김영로(프랑스 CNRS), 정철(연세대), 이창희(한국천문연구원)박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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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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