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팰컨9’. 5월 31일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해 민간 우주비행의 새 역사를 썼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30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팰컨9’. 5월 31일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해 민간 우주비행의 새 역사를 썼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30일 오후 3시22분(한국 시각 5월 31일 오전 4시22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미국의 첫 ‘민간’ 유인 우주선이 발사되어 19시간 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을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우주 궤도로 보내는 데 성공한 것. 이로써 첫 민간 우주비행의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머스크의 필생의 과제였던 우주여행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된 셈이다.

민간 기업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 시작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2002년 설립한 민간 기업이다. 민간 유인 우주선이 발사된 것은 역사상 스페이스X가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2011년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마지막으로 비행한 후 9년 만이다. 지금까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3개국뿐이다. 러시아는 보스토크 계획과 보스호드 계획을 거쳐 소유스 계획으로 우주 개발에 앞장섰고, 미국 역시 머큐리 계획, 제미니 계획, 아폴로 계획으로 유인 우주선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최초의 발자국을 남겼다.

이후 미국은 달을 왕복할 수 있는 유인 우주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끝으로 NASA가 직접 운영하는 유인 우주선 발사 임무를 일시 중단했다.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대신 1인당 919억원(약 8200만달러)의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해 자국의 우주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NASA가 우주 개발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NASA는 우주왕복선 임무의 후속으로 2011년부터 달과 화성에 보낼 차세대 대형 우주 발사체인 ‘SLS(Space Launch System)’를 개발하고 있다. SLS는 길이 111m로 현재 활약하는 대부분의 현역 발사체 길이(약 40~70m)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 발사체에 ‘오리온 다목적 유인 우주선’을 탑재해 유인 우주비행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우주선 개발 등은 2014년 민간과 협력하는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틀었다. NASA는 달과 화성 등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고, ISS에 화물과 우주인을 보내는 근거리 우주 개발은 민간 기업에 맡겨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NASA는 스페이스X(26억달러·3조2000억원)와 보잉(42억달러·5조1700억원)과의 계약을 통해 민간 유인 우주선 개발을 추진해왔다. 민간에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을 맡기는 게 위험 부담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NASA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더글러스 헐리와 로버트 벤켄은 짧게는 1달, 길게는 4달까지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 예정이다. 두 우주비행사는 NASA의 우주왕복선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헐리는 2011년 7월 미국의 마지막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에 탑승했다.

‘데모-2’로 명명된 이번 발사는 인류의 우주여행을 위한 시험이다. 크루 드래건과 로켓이 승객을 안전하게 태우고 우주를 다녀올 수 있는지 확인이 돼야 본격적으로 우주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2명의 우주비행사는 ISS에서 크루 드래건 시스템의 성능 등을 테스트하고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 귀환까지 무사히 이뤄져야 임무가 완수된다. 크루 드래건이 귀환하면 NASA와 스페이스X는 비행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르면 올 8월 말부터 상업 유인 발사 서비스를 운용해 4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정기적으로 400㎞ 궤도의 ISS에 다녀올 계획이다. 올해는 민간 유인 우주비행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로켓 재활용’ 기술로 비용 낮춰

민간 유인 우주비행의 성공은 곧 비용의 대폭 절감을 의미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로켓 재활용’ 기술이다.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우주선을 궤도에 올려놓은 로켓 ‘팰컨9’을 지구에 다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8년 2월에는 ‘팰컨 헤비’의 1단 추진체를 구성하는 재사용 로켓 3개 중 2개를 지상 착륙으로 동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2개를 동시에 회수한 건 처음이다. 이번 발사에서도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한 번 발사하면 폐기 처분하던 로켓을 다시 회수해 재활용할 경우 발사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팰컨 헤비’는 ‘팰컨9’ 3개를 나란히 묶은 형태로 엔진 27개를 통해 강력한 발사 추진력을 얻는다. 1969년 달에 처음 착륙한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린 ‘새턴Ⅴ’ 이후 가장 강력한 우주발사체로 꼽힌다. 이번에 크루 드래건을 쏘아올린 로켓은 팰컨9이다. 팰컨9이 대부분의 우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팰컨 헤비는 모든 우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스페이스X 측의 설명이다.

우주선 개발에서도 비용을 줄였다. 크루 드래건은 스페이스X가 2012년부터 ISS에 실험 장비와 보급품을 운송하기 위해 활용한 화물운반용 우주선을 유인 우주선으로 개조한 것이다. 우주비행사 7명을 태울 수 있는 규모로 세련된 캡슐형 우주선이다. 조종실은 조종간이 없는 완벽한 디지털 방식으로 모든 비행 명령이 터치스크린으로 이뤄진다.

우주복도 3D프린터로 날렵하고 깔끔하게 제작해 비용을 절감했다. 우주여행용 우주복은 산소 공급이나 냉각 시스템, 통신 기능을 갖춰야 하는 우주선 밖에서 입는 우주복에 비해 간소하다. NASA 또한 오래전부터 3D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다. 화성 탐사 로봇 로버(Rover)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부품이 70개나 들어가 있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달의 흙이나 돌을 재료로 지구에서처럼 원하는 것을 대부분 만들 수 있다.

민간 우주여행은 아직 개발 단계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서 상품 판매가 벌써 성황이다. 미국 우주개발 기업 버진갤럭틱은 2015년부터 ISS 궤도보다 훨씬 낮은 80㎞ 고도에 오른 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우주를 감상하는 여행 상품을 1인당 3억500만원(약 25만달러)에 팔고 있는데, 현재 신청자가 700여명이나 된다. 버진갤럭틱은 지난해 3월 22일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우주센터에서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Spaceship 2)’에 조종사 2명과 승객 1명을 태워 89.9㎞ 고도까지 오르는 데 성공했다.

머스크의 다음 목표는 달과 화성 여행이다. 계속 빨라지는 우주기술의 속도를 보면 우리가 달이나 화성으로 우주 관광을 떠나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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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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