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이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싣고 이륙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5월 30일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이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싣고 이륙하고 있다. ⓒphoto 연합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 7월 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세계의 청년 과학자 16명이 예측한 2040년의 미래 세상 전개도를 펼쳐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20년 뒤의 사회 모습을 공모해 얻은 결과다. 물론 젊은 과학도들의 눈을 통해 2040년의 상황을 예측한다고 해서 시나리오대로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진짜 세상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젊은 과학자들이 상상한 미래 모습이 ‘이루어질 만한’ 예측이라면 미흡하더라도 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은 먼저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하는 사회를 그렸다. 교육과 의료, 연구, 직장 등 실생활 각 분야에서의 풍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것. 수천 년간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하던 의료 분야에서 원격 진료가 먼저 현실화할 것으로 보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려워 병원 방문을 꺼리는, 현재의 전염병 대유행을 통해 예측한 모습이다. 그에 따라 전염병 치료의 보건의료 시스템도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2040년 미국의 뉴욕에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했다고 하자. 그때는 전 세계가 힘을 합쳐 개발한 코로나19 감염 대응 치료선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대형 우주선이 전염병 확산 지역에 빠르게 보내지고, 감염자 1만명 정도를 실은 후 지구 궤도로 발사된다.

지구촌에서 환자를 급히 격리시킨 다음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감마선)을 적당하게 쪼여 바이러스가 폐에 달라붙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다. 이런 치료법을 상상한 주인공은 미국 퍼듀대 기계공학 및 에너지공학부 박사과정 중인 카르티크 네마니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1위인 미국의 환경을 감안하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이다. 1만명의 감염자를 실을 크기의 대형 우주선은 아니지만, 지구 저궤도 유인 우주선은 요즘 민간 우주기업들이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어서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도 아니다.

해마다 줄줄이 열리는 세계의 대규모 학술대회도 원격 학회로 바뀐다. 예를 들어 세계 피부과학술대회가 한국에서 열렸다고 하자. 종전대로라면 이곳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피부과 의사들은 비행기와 숙박 값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2040년에 열리는 세계 피부과학술대회에는 가상현실(VR)과 정보통신기술(ICT) 덕분에 서로 다른 대륙에 사는 십수만 명의 학자들이 원격으로 참석해 회의를 진행한다. 또 학회 기간 중 포스터로 전시되는 포스터 논문 저자와 토론을 하고 싶다면 가상현실 속 포스터 논문을 누르는 것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리이판 박사후연구원이다.

일반 근로자들의 재택근무도 상시화된다. 필요하면 언제든 집에서 동료와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자료를 공유한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고 건강한 집밥을 먹을 수 있어서 재택근무라는 환경에 직원들도 다들 긍정적이다. 사무실에는 꼭 필요할 때만 출근하면 된다.

2040년엔 다양한 감염병을 조기 차단하는 장치들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변기’이다. 카메라와 시각 인공지능(AI), 테스트 스트립, 모션 센싱 기술 등이 장착된 스마트 변기 덕분에 소변을 24시간 분석해 RNA를 찾아낸 다음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감염되었는지를 바로 알아낸다는 것. 직장과 집에서 화장실 가는 일이 곧 건강과 질병 진단을 받는 일이 되는 셈이다. 사물인터넷(IoT)의 미래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스마트 변기이다.

또 20년 후엔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즈음에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나 관중들이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있는 옷을 입고 입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장 하늘에서는 수십 대의 드론이 날아다니며 공기 감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들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감염된 환자가 나타났다면 검역소로 보내는 환경이 체계화될 것이라고 상상했다. 이는 콜로라도대학 유전자센터 마이클 스트롱 박사후연구원이 그려낸 2040년의 모습이다.

소변을 분석해 전염병 감염 여부를 알아내는 스마트 변기 모형. ⓒphoto scitechdaily.com
소변을 분석해 전염병 감염 여부를 알아내는 스마트 변기 모형. ⓒphoto scitechdaily.com

1000여종의 야생동물 개체수 회복

지구촌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의 문제,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브라질 리오그란데도술연방대 유전학부 조엘 엘방어 박사후연구원은 2040년에는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미국 듀크대학의 연구팀은 이번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와 천산갑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화해 인체 감염 능력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러한 인수 공통 전염병(사람과 동물 간에 옮겨 다니는 병원체에 감염돼 나타나는 전염성 질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이 자연환경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인간으로 인한 땅의 황폐화, 야생동물의 수렵과 밀매,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이다. 자연환경 악화가 계속되는 한 서식지를 잃은 다른 영역에서 살던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인수 공통 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예상이다.

엘방어 박사후연구원은 앞으로 지구촌은 이 같은 자연 파괴에서 오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 근본 원인을 파악해 나가는 부단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았다. 동물의 서식지와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지 않고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를 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2040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000여종의 개체수가 정상적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젊은 과학자들은 20년 후의 면역 여권에 대한 혼란성을 전망했다. 면역 여권은 코로나19 항체 보유 사실을 정부가 입증하는 증서로, 면역 여권 보유자에 한해 특정 장소 출입을 허가해주는 용도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현재 에스토니아와 칠레 등 일부 국가에서 이 같은 증서 발급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면역 여권을 받으려면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사이언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몇몇 젊은 과학자들은 2040년엔 면역 여권의 복제와 위조가 늘고, 악용 소지도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면역 여권이 있는 이들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곳들이 생길 것이고, 사회 구조가 다층화되어 차별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그렇다면 설사 항체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코로나19에 면역이 있다고 정말로 확신할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같은 질문에 ‘보장할 수 없다’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키워드

#과학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