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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8호]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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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새로 밝혀진 타이타닉의 비밀… 대참사의 원인은 태양 폭발?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타이태닉호. 타이태닉호는 나흘 후인 14일 오후 11시40분 빙산에 부딪혀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photo 뉴시스
해상 사고 역사상 첫 번째로 꼽히는 최악의 사고는 타이태닉호의 침몰이다. 1912년 4월 14일 오후 11시40분,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호화여객선 타이태닉호가 북극에서 떨어져나온 빙산에 부딪혀 오른쪽 앞부분에 구멍이 나면서 깊은 북대서양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사고로 15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타이태닉호는 침몰 방지를 위해 이중저 구조를 비롯해 특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문 등 최고의 조선 기술로 건조된 선박이라서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중저 구조는 배의 바닥을 이중으로 해 일종의 비어 있는 격실을 만든 것으로, 좌초 등으로 바닥에 구멍이 나도 가라앉지 않게 했다. 그런데도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침몰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동안 과학자들은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왔는데, 최근 또 하나의 숨겨진 침몰 원인을 알아냈다. 바로 태양 폭발 활동이다.
   
   
   지자기 폭풍으로 항로 이탈·구조 지연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 AP통신은 영국 왕립기상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기상’에 실린 미국의 민간 기상학자 밀라 진코바의 타이태닉호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전했다. 타이태닉이 빙산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한 원인을 태양 표면의 폭발 활동으로 발생한 지자기 폭풍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자기 폭풍으로 타이태닉의 항법시스템과 통신장치가 교란되고 구조 활동에도 방해를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코바는 지난 20년간 타이태닉호와 연관된 논문만 4번이나 발표한 연구원이다.
   
   지자기 폭풍은 지구 자기장이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변하는 현상이다. 태양의 대규모 표면 폭발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플라스마 입자가 우주로 방출돼 지구 자기장을 강타하며 자기장을 교란한다. 또 공기 분자와 충돌하며 오로라(극광)를 발생시킨다. 평소에는 초 단위로 내뿜는 태양의 물질을 지구 자기장이 막아주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지만 플라스마 형태로 물질이 빠르게 분출되는 코로나질량방출(CME)이 발생하면 우주 궤도 인공위성과 지상의 전자, 통신장비에 오작동을 일으킨다. 심하면 정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1859년 9월에 발생한 지자기 폭풍은 현재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너무 밝은 오로라가 발생하면서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의 전신 시스템이 마비된 ‘캐링턴 사건’이 그것이다. 일부 경우에는 전신기사가 전기 충격을 당하기도 했고, 나침반 등 감지장치들은 지구 자기장의 강력한 철권에 얻어맞고 비틀거렸다. 캐링턴 사건은 이 과정을 관측하고 기록한 리처드 캐링턴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그렇다면 진코바 연구원은 타이태닉호 빙산 충돌 사고와 지자기 폭풍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그는 타이태닉호가 침몰하던 1912년 4월 14일 밤, 하늘에 녹색·빨간색·보라색·파란색이 어우러진 오로라가 매우 밝고 아름답게 빛났다는 기록에 주목했다. 이는 아주 강한 지자기 폭풍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비극적인 타이태닉호의 침몰에 잘 알려진 빙산 충돌 외에 복합적인 원인이 발생한 셈이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시각에 달빛이 없었고 대신 북쪽 수평선에 달빛처럼 환한 북극광이 걸쳐 있었다고 당시 몇몇 생존자들은 증언했다. 특히 그날 타이태닉이 침몰하고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고받고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한 여객선 카파시아호의 선장 아서 로스트런은 타이태닉호에 근접했을 때도 여전히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오로라 덕분에 바다에 빠진 생존자들을 찾아내 구조할 수 있었다고 일지에 기록하고 있다. 당시 구조한 생존자는 710명이다.
   
   
▲ 캐나다 뉴펀들랜드 남쪽 북대서양 해저 3800m에 있는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촬영한 이미지. photo 뉴시스

   ‘한사리 현상’ 등 다양한 원인 지목
   
   진코바는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하기 전 오로라를 만들어낸 강력한 지자기 폭풍이 타이태닉호의 항해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타격은 나침반의 오류다. 나침반이 0.5도의 오차만 생겨도 정상 항해 경로에서 이탈할 수 있다. 나침반의 이런 사소한 오차가 빙산 충돌 코스로 이끌었고, 배는 안전에서 멀어졌다는 게 진코바의 설명이다.
   
   진코바는 지자기 폭풍이 인근 선박들의 무선통신 장비에도 영향을 미쳐 다른 배들과의 통신에 방해를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타이태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존 스미스가 사고 30분 후 인근 선박에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지만 당시 증언과 기록들을 보면 ‘통신이 이상했다’는 등 제대로 구조신호가 닿지 않았다. 타이태닉호에서 처음 신호를 보내고 인근 선박 중 하나가 응답을 보낸 것은 10분이 지나서였고, 또 다른 배들과는 20분간 통신이 연결되지 않았다.
   
   타이태닉호의 침몰 상황 공식 보고서에는 인근 선박으로 구조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이유가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교신으로 전파 교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당시는 지자기 폭풍이 항법시스템이나 통신장치를 먹통이 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던 때라 그렇게 인식했을 것이라고 진코바 연구원은 말한다.
   
   타이태닉호의 침몰 원인을 천문 현상에서 찾은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의 연구팀은 타이태닉호 침몰 3개월 전 태양과 지구와 달이 한 줄로 늘어서는, 일생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천체 현상이 발생해 파도가 기록적으로 높아졌고, 이에 빙산이 그린란드에서 대서양까지 평소보다 멀리 떠내려가 타이태닉호와 충돌하게 됐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천문학 잡지 ‘스카이 앤드 텔레스코프’에 밝혔다.
   
   태양과 달이 일렬로 늘어서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력)이 강해져 지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로 커진다. 이를 ‘한사리 현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타이태닉호 침몰 무렵 달과 지구의 거리가 1400년 만에 가장 가까워졌고 태양과 지구도 침몰 하루 전날 가장 가깝게 놓여, 지구 해수면의 높낮이 차를 일으키는 힘이 극대화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타이태닉호 침몰의 주된 원인은 ‘전방의 빙산을 조심하라’는 수차례 무전 경고 메시지를 듣고도 빙산 지대에 들어설 때 속도를 늦추는 데 실패하여 최고 속도로 운행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항로에 어떻게 그토록 많은 빙산이 있었는지는 달의 천제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 항로를 벗어나 빙산 지역으로 운항한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옆에 있는 산길로 달린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타이태닉호가 빙산에 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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