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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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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反지성이 죽인 美 과학기술, 바이든은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1월 10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퀸 극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국 과학계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실패에 안도하고 있다. 생명윤리학자 알타 차로는 대선 이후 “긴 국가적 악몽이 끝났다”고 밝혔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1974년 워터게이트로 물러나는 리처드 닉슨을 두고 했던 말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초래한 미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은 워터게이트 못지않게 참혹하다. 무엇보다 세계 최악의 코로나19 사태가 확실한 증거다. 세계 최고를 자부했던 미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맥없이 무너져버렸다.
   
   이제 미국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바닥부터 ‘개조(revamp)’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의 진단이다. 다행히 조 바이든 당선인은 ‘통합’과 함께 예의·공정·희망, 그리고 ‘과학’을 외치고 있다. 과학적 진리와 증거를 존중하는 과학자의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과학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어차피 21세기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이 최우선
   
   바이든 당선인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코로나19의 극복이다. 전 세계 감염자의 20.4%와 사망자의 19.2%가 미국인이다. 미국인 32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세계 최고의 바이오 기술과 보건의료 환경을 갖춘 미국을 세계 최악의 감염대국으로 전락시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역을 자신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시켜 버렸다.(‘정치에 휩쓸린 美 코로나 방역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주간조선 2629호 참조)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포기해버린 코로나19 방역을 되살려야 한다. 기적의 마법(魔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과학적이면서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방역이다. ‘검사와 추적(testing and tracing)’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감염 상황의 악화가 ‘지나치게 많은 검사’ 때문이라는 트럼프식의 궤변을 불식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던 K-방역도 외면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감염원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미국의 위중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도 찾아내야 한다. 항체 검사를 비롯한 ‘신속 진단키트’를 동원한 ‘스크리닝’을 통해 감염 확산을 완화하는 것이 새로운 방역 전략이 될 수 있다. 경제와 방역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모두 잡겠다는 욕심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트럼프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왔던 백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정리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백신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극히 비과학적인 것이다. 실제로 아직도 개발 중인 백신이 당장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를 차단시켜주는 ‘소방수(消防水)’나 ‘소화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백신의 생산·운반·접종도 간단하지 않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영하 70도의 저온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훨씬 쉬운 냉장 운반도 감당하지 못해서 혼란을 겪었던 독감 백신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우리의 경험도 중요하다. 천연두는 백신이 개발되고 184년이 지나서야 종식시킬 수 있었다. 오래전에 백신이 개발된 소아마비(1954년)와 독감(1968년)은 여전히 엄청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과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다. 미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미국의 과학과 과학자에게 실망하고 있다. 평생을 부동산 개발자로 살아오면서 극단적인 반(反)과학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저질렀던 또 다른 패악의 결과다.
   
   
   과학에 대한 신뢰 회복
   
   미국의 과학자들이 중국에 새로운 기술을 팔아넘기는 ‘간첩’으로 전락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하버드대의 화학·생물화학 학과장이었던 찰스 리버 교수가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나노 과학자로 평가받던 리버 교수가 한순간에 중국 정부의 ‘검은 그물망’에 포획되었다는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었다. 미국 과학계의 절망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와 이슬람계 과학자들과 학생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과학기술 관련 조직들도 흔들리고 있다. 환경 분야 연구에서 세계를 선도해왔던 환경보호국(EPA)은 정책 결정 단계에서 과학자의 접근을 차단시켜 버렸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주장이 모두 중국과 결탁한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결정이다. 미국 기상청도 허리케인 예보를 정부의 입맛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홍역을 치렀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보건연구원(NIH)·질병예방관리센터(CDC)·식품의약국(FDA)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고 있다. 미국 국민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과학자로 알려진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파면 위협을 받는 형편이 돼버렸다.
   
   국제 과학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되찾는 노력도 중요하다.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는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빠진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현실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미국에 파리협약은 선택이 아니라 국제적 책무다. 단순히 선진국으로서의 책무만 무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한 책임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WHO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부끄러운 것이다. 중국이 WHO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국의 WHO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부족했던 것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옹졸하고 비겁한 일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WHO 참여도 역시 미국의 선택일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 과학계가 바이든 당선인을 지지하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과학계 입장에서 지난 4년 동안 과학을 무차별적으로 정치화해버린 트럼프의 무지와 방종은 도를 넘어선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81명과 가장 오래된 대중과학지인 사이언티픽아메리칸도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다. 3600명의 과학자도 트럼프의 과학 정책을 비판하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했다.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물론이고 의학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도 과학계의 정치적 활동에 동참했다. 지난 200년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제 공은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에게 넘어갔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반(反)과학적·반지성적인 우월주의·고립주의·혐오주의로 오염시켜 버린 과학을 되살려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은 지구촌을 함께 공유하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로남불의 억지가 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우리의 현실도 역시 만만치 않다는 차가운 자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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