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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호]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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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우주서 희토류 캐는 박테리아… ‘우주 광부’ 첫 실험 성공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한 우주비행사가 미생물 제련 반응로를 원심분리기에 넣고 있다. photo scitechdaily.com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미생물을 활용해 암석(현무암)에서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는 첫 실험이 성공했다. 그 주인공은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코켈 교수팀. 이들의 실험은 지구에서 구하기 힘든 희토류 원소를 달과 화성의 암석에서도 확보가 가능하고, 행성 탐사나 우주 정착 기지를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생물 제련 반응로’
   
   지난해 7월 25일(현지시각) 코켈 교수팀은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화물선 ‘드래건’에 성냥갑 크기의 ‘미생물 제련 반응로(biomining reactor)’ 18대를 실어 ISS에 보냈다. 에든버러대학 우주생물학센터 과학자들이 10년에 걸쳐 개발한 이 반응로에는 소행성·달·화성에 흔한 현무암과 세 가지 박테리아를 넣은 용액이 담겼다. 이 반응로는 일명 ‘바이오록(BioRock)’이라는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구였다. 지상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데 활용되는 미생물이 중력이 거의 없거나 약한 환경의 우주에서도 암석을 소화해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희토류는 휴대전화나 자동차, 컴퓨터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인 중요한 물질이다. 매장량이 아주 적은 네오디뮴이나 세륨, 가돌리늄 같은 17종의 광물을 말한다. 이들 광물은 화학적으로 안정되고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서 다양한 환경 분야에도 이용된다.
   
   지구의 현무암은 달과 화성 표면을 뒤덮고 있는 레골리스(Regolith)와 비슷하다. 레골리스는 천체의 표면에 분포하는 퍼석퍼석한 물질의 퇴적층으로 먼지, 흙, 부서진 돌조각 등을 말한다. 달 표면에는 규산염으로 이뤄진 현무암질 성분의 고운 모래 같은 입자의 레골리스가 풍부하다. 달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전부터 이를 달 기지 건설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해왔다.
   
   지구에서 박테리아의 작용으로 광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미생물 제련(biomining)’ 기술은 금이나 구리와 같은 금속자원 생산에 널리 쓰인다. ‘금속을 만드는 박테리아’는 2009년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의 프랭크 리스 박사팀이 발견해 화제가 됐다. 박사팀은 쿠프리아비두스 메탈리두란스(Cupriavidus metallidurans)라는 박테리아가 독성을 띠는 용해된 금 화합물을 먹은 뒤 해독작용을 통해 독성 없는 고체의 순금으로 환원시켜 배설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박테리아의 몸속에는 생존을 위해 전자를 주고받으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이 있다. 이를테면 쿠프리아비두스 메탈리두란스의 경우 녹은 금속을 몸속에 흡수한 다음 ‘CupA’라는 효소를 분비해 분자 크기의 아주 작은 고체 입자의 금으로 변환시켜 침전하는 방식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 살아간다는 게 리스 박사의 설명이다. 전자를 주고받을 때는 금 같은 원소가 필요한 이유다.
   
   즉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유기체는 암석에 산성 물질을 분비한 후 특수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과 기타 필수 물질을 뽑아내기 때문에, 박테리아를 이용하면 금광의 금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전 세계 구리와 금의 약 20%가 용광로 대신 박테리아의 대사작용을 활용하는 미생물 제련 기술로 생산되고 있다.
   
   코켈 교수팀의 ISS 바이오록 실험에는 쿠프리아비두스 메탈리두란스를 포함해 ‘스핑고모나스 데시카빌리스(Sphingomonas desiccabilis)’ ‘고초균’ 등 광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 가지 박테리아가 사용됐다.
   
   ISS에 도착한 ‛미생물 제련 반응로’들은 지구·화성의 중력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로 다른 중력 속도에 맞춘 원심분리기에 설치됐다. 박테리아가 지구보다 중력이 작은 달이나 화성에서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금속을 생산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장치다. 화성은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 달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이 작용한다.
   
   실험은 3주간 이뤄졌다. 원심분리기의 회전속도를 달리해 지구중력과 미세중력, 무중력의 세 가지 상태에서 실험했다. 그 결과 스핑고모나스 데시카빌리스라는 박테리아가 ISS의 무중력 상태에서 지구와 마찬가지로 현무암에서 희토류 원소 란타넘, 네오디뮴, 세륨을 추출했다. 지구중력과 미세중력 환경에서도 역시 활발히 반응을 일으켜 희토류 원소를 생산해냈다. 어느 중력 아래서도 미생물 제련 효율이 지구에서보다 1.1~4.29배나 높았다. 물론 나머지 두 박테리아도 희토류를 생산했지만 지구에서보다 생산능력이 떨어졌다.
   
   
▲ 성냥갑 크기의 미생물 제련 반응로. photo scitechdaily.com

   우주기지 건설 때 자급자족 가능
   
   이 실험 결과는 ‘미세중력이 미생물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설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생물이 광물을 추출하는 데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생물은 화성이나 달에서도 희토류 같은 유용한 물질을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우주에서 박테리아의 ‘채굴’ 활동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실험이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은 태양계에서 미생물을 활용한 채굴의 과학적·기술적 타당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코켈 교수는 말한다. ISS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는 지난 11월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다.
   
   코켈 교수는 우주 환경에서의 미생물 제련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달이나 화성 기지 건설에 필요한 자재들을 우주화물선에 싣고 가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의 우주 미생물 제련 실험은 지구에서 희토류 원자재를 가져갈 필요 없이 박테리아가 만든 희토류를 이용해 현지 자급자족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금속이 자연적으로 생기려면 온도, 압력, 수소이온농도(pH) 등의 다양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건과 상관없이 무중력이 지배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의 환경에서 금속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미래의 ‘우주 광부’가 박테리아를 사용하여 귀중한 자원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코켈 교수는 말한다.
   
   인류가 우주에서 자원을 채굴한다면 미생물은 표준 채굴 기술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채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코켈 교수팀은 우주에서 미생물의 채굴을 400%까지 가속화하여 광물을 추출하는 것은 물론 암석을 분해해 작물을 기를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미네랄과 산소(공기)를 추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연구해나갈 교수팀의 우주 미래 자원 확보에 대한 미생물 제련 기술의 발달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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