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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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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애플카 나간다! 판 커진 전기차 시장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1-06 오후 5:23:59

▲ 2009년부터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시작한 구글은 애플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애플은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라고 시장은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21일 로이터는 애플의 자율주행전기차 진출설을 전했다. IT 전문매체들도 로이터의 보도에 힘을 실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은 재빨리 투자자를 위한 보고서를 발간해 애플의 진출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애플의 주가는 4% 이상 올랐지만 잠재적 경쟁자인 테슬라 주가는 6% 이상 하락했다.
   
   애초 스티브 잡스는 자동차 덕후였다. 아버지 폴 잡스와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뜯고 만지며 기계를 접했다. 자동차는 잡스를 공학의 세계로 이끌어준 첫 물건이었다. 애플을 이끌 때도 잡스가 감탄하던 것 중 하나가 조너선 아이브의 자동차 컬렉션이었다. 애플의 디자인 총책임자였던 아이브는 잡스가 “영혼의 단짝이 있다면 조너선이다”라고 말하던 사람이다.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라인업을 잡스와 함께 일군 사람인데 그는 디자인만큼이나 자동차에도 열정을 쏟았다. 1980년대의 소형 피아트부터 최신 벤틀리까지 다양한 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애플의 선지자는 차를 좋아했다.
   
   그의 자동차 사랑 때문인지 종종 애플이 자동차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아이폰을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부터였다. 애플에서 아이팟 프로젝트를 책임졌던 전 부사장 토니 파델은 2015년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잡스와 여러 차례 애플이 자동차를 만드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의 작품과 자동차가 비슷하다고 했다. “자동차에는 배터리와 컴퓨터, 모터 등의 기계적인 구조가 있다. 아이폰을 보면 자동차와 모든 게 똑같다.”
   
   
   “자동차야말로 궁극의 모바일 기기”
   
   잡스의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아이폰을 성장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그리고 2011년 10월,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그가 애플에서 사라졌으니 자동차도 사라질 거라 봤다. 그런데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CEO는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사업화에 시동을 걸었다. 2014년이 그 시작이었다. 이름도 거대한 ‘프로젝트 타이탄’이 등장했다.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데 제우스가 등장하기 전에 이 세상을 다스리던 거인족이다. 거창한 이름의 이 프로젝트가 처음 세상에 공개된 건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애플의 직원 수백 명이 캘리포니아에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014년 쿡이 프로젝트 타이탄을 승인했고 포드 엔지니어 출신인 스티브 자데스키 당시 부사장이 팀을 이끌도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백 명이라고 했지만 자데스키가 이끄는 팀은 1000명이 넘는 규모로 알려졌고 필요한 인원이라면 애플 내에서 누구나 차출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었다.
   
   자데스키에 이어서 프로젝트 타이탄을 이어받은 사람은 더그 필드였다. 원래 애플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의 총책임자를 맡았던 그는 2013년 테슬라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모델S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18년 그는 다시 애플로 돌아와 프로젝트 타이탄을 맡았다. 이 시기에는 애플이 공격적으로 테슬라에서 사람들을 빼왔다. 테슬라의 인테리어를 책임졌던 스티브 맥마너스 부사장, 드라이브 시스템을 맡았던 마이클 슈베쿠치 부사장이 애플로 넘어왔다. 핵심 인재를 빼앗긴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애플에 분노했다는 후문이 언론에 나오던 때였다.
   
   공격적으로 영입해왔지만 2019년 애플이 200명 이상의 프로젝트 팀원을 해고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애플카가 엎어졌다”는 추측이 있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에 밀렸다는 얘기가 나왔고 프로젝트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2020년이 끝나기 전, 로이터의 보도가 터졌다.
   
   자동차는 사실 움직이는 디지털 기기란 점에서 스마트폰이랑 닮았다. 애플은 원래 비밀이 많고 신사업이 누설돼도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 역시 거의 언급한 적이 없다. 단 2015년 IT 전문매체 리코드(recode)가 주최한 콘퍼런스를 빼면 말이다. 콘퍼런스에는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제프 윌리엄스가 패널로 나왔다. 그는 애플카 계획에 관해 질문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자동차는 궁극의 모바일 기기라고 본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애플은 하드웨어까지
   
   자동차는 만들어지고 한 세기가 지나도록 진화하고 있지만 극적인 혁신까진 일어나지 않았다. 자동차 업체들은 엔진을 장착한 철제 프레임을 판매하는 일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애플은 아이팟으로 음반시장을 변화시켰고 아이폰으로 통신시장을 혁파하며 고착화된 산업을 뒤흔든 경험을 갖고 있다. 그리고 혁신의 기폭제를 ‘자율주행’에서 찾는다. 2017년 팀 쿡은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애플이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자율주행은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 중 하나이며 가장 어려운 AI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애플뿐만 아니다. 자율주행은 자동차에 탑재되지만 여기에 사활을 건 곳은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빅테크다. 구글, 아마존, 애플은 모두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 중이고 이들이 가장 앞서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모바일 OS는 어디든 응용할 수 있는 ‘두뇌’다. 그리고 자동차는 윌리엄스의 말대로라면 ‘궁극의 모바일 기기’다. 만약 인간의 조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량이 확산되면 자동차는 이전의 자동차와 전혀 다른 물건이 된다.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적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동시간에 영화나 뉴스를 보거나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고 영상통화를 하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그림을 그려본다면 이건 사실 우리가 모바일 기기를 소비하는 행태랑 크게 다르지 않다. 연비나 마력, 토크를 따지던 기준보다 실내 디자인, 네트워크 기능,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의 종류 등을 더 따지게 되는 세상이 온다. 빅테크는 이런 세상에서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 자동차와 운전자들을 보다 먼저 포섭하길 원한다. 이미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애플은 카플레이를 거의 대부분의 자동차회사에 삽입시켰다. 아마존은 음성 비서 알렉사를 수많은 차량 라인에 집어넣는 걸 추진했다.
   
   애플은 정말 사과 로고가 박힌 자율주행전기차를 만들까. 여전히 애플은 두 가지 옵션을 갖고 있다. 하나는 완성차 회사들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제공해 뛰어드는 방법이다. 자동차산업은 마진이 적다. 애플의 2020년 3분기 영업이익률은 21%인 데 비해 자동차산업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테슬라는 9.2%였다. 로드 홀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기존 사업과 비교해 경제성이 낮다. 실제 차를 생산하지 않고도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대체 수단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로이터 보도가 나온 뒤 보고서를 내고 만드는 쪽에 힘을 실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의 수직 통합으로 드라이빙 경험을 향상시키고 싶다는 애플의 욕망에서 나온 계획”이라는 게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미국 벤처펀드인 루프벤처스의 진 먼스터 창업자는 과거 애플을 오랫동안 담당했던 애널리스트였다. 그 역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건 오랫동안 자사의 상품을 통제해왔던 애플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구글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여러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통해 안드로이드 OS를 확산시킬 뿐,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진 않는다. 자율주행차에서도 마찬가지다. 완성차 업체에 자사의 시스템을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을 뿐, 직접 자동차를 제조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애플은 iOS를 독점적으로 탑재한 아이폰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며 자신만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이폰을 만들었듯이 애플 로고가 박힌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는 게 과거 행보와 어울린다.
   
   애플의 개발 전략을 봐도 자율주행전기차를 만드는 쪽으로 흐른다. 191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자본력은 개발에서 중요한 자원이다. 그걸 바탕으로 애플은 프로세서, 배터리,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개발에 투자해왔다. 이 5가지는 자율주행전기차의 핵심기술이다.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2에는 라이다(LiDAR) 스캐너가 장착됐는데, 이건 레이저를 쏴 대상에 부딪혀 돌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공간을 매핑하고 개체를 식별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에 필수적이다.
   
   
   “애플은 혁명적인 패스트 팔로어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에는 모노셀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배터리 팩의 파우치와 모듈을 없애 더 넓은 내부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썼다. 커다란 덩어리 형태인데 미래형 배터리의 모습을 하고 있고 설계대로 만든다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로이터와 접촉한 익명의 제보자는 애플의 배터리 기술을 두고 “아이폰을 처음 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왜 애플은 ‘타이탄 프로젝트’를 이 시점에 다시 수면 위로 띄웠을까. 애플은 혁신기업이지만 선구자는 아니다. 아이폰 때도 그랬다. 스마트폰은 원래 있던 기술이지만 애플은 그들만의 디자인 감수성과 콘텐츠 전략으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좇아가는 기업, 즉 훌륭한 패스트 팔로어에 가깝다. 진 먼스터 루프벤처스 창업자는 “경쟁사가 이미 진전을 이룬 큰 시장을 찾아 몇 년 뒤 진출해 혁명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애플의 주특기다”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개척해 낸 시장에 주특기를 발휘한 애플이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그 맞대결은 2025년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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