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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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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역은 실패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의 한 수감자가 자필로 쓴 글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photo 뉴시스
우리가 곧 ‘방역·백신·치료제’의 세 박자를 갖춘 코로나19 극복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밝힌 새해 소망이다. K방역은 여전히 굳건하고, 백신·치료제의 사용승인을 위한 행정절차를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것이 대통령의 안타까운 현실인식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입장이 난처하다. 대통령의 순진한 낙관론이 예외 없이 감염 상황을 악화시켰던 작년의 고약한 징크스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황은 만만치 않다. 감염은 연일 악화일로를 걷는 중이고, 35개국에서 접종하고 있는 백신이 우리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어느 나라도 만족스러운 치료제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대통령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읽어주는 원고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고민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효가 끝나가는 K방역
   
   오로지 진단·추적에만 의존하는 K방역은 시효가 끝나가고 있다. 감염원과 경로가 분명치 않은 지역 확산이 본격화한 상황에서는 새로운 방역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유전자 검사에 의한 진단·추적은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신속 진단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시(surveillance)’와 ‘스크리닝(screening)’도 활용해야 한다. 감염자를 기다리는 임시선별진료소가 아니라 감염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임시선별진료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엄청난 양을 수출하는 항원·항체 진단키트를 정작 우리 자신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K방역의 한계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K방역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투명성’이 만들어낸 ‘세계 표준’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 근거를 찾기 어려운 억지였다. 오히려 ‘방역’보다 ‘경제’에 더 많은 신경을 썼던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견뎌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진단키트’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희생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던 성과였다.
   
   방역 정책의 혼선은 시작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작년 2월 3일 청와대 회의에서 ‘경제보다 안전’을 강조했던 대통령의 입장이 이틀 후의 국무회의에서는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현실화하고 있는 국민 경제의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들의 애로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낙관론이 번번이 감염 확산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도 사실 방역과 경제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대통령의 과욕이 원인이었다.
   
   감염의 해외 유입 차단을 포기한 것도 K방역의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작년 1월 20일 중국발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이후 정부는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를 끝까지 외면해버렸다. “겨울에는 모기장이 필요 없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장은 해괴망측한 망언이었다. 결국 전 세계 190여개 나라가 우리의 입국을 제한하는 초유의 부끄러운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지금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 수십 명의 감염자가 공항과 항만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처음 밝혀진 변이 바이러스가 곧바로 우리나라에서도 확인됐을 정도다. 해외 유입이 조금 늘어났다고 입국제한 조치를 대폭 강화하는 중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국민에게 오만한 정부·여당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겸손하고, 솔직해야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의 공식 발언을 통해 국민들에게 ‘살인자’라고 외쳐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향해서 핏대를 세우면서 그런 정도의 막말을 쏟아내는 정부는 촛불민심이 기대했던 민주정부가 아니다. 그야말로 교수신문이 ‘아시타비(我是他非)’라는 신조어로 표현한 ‘내로남불’의 부끄러운 전형이었다.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백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들을 향해 ‘1등 경쟁’을 하지 말라고 꾸짖는 모습도 역겨웠다. 백신 확보에 실패한 자신들의 실수를 덮으려고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백신 개발에 투자한 선진국들이 먼저 백신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무책임했다. 국민들은 백신 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던 정부의 실정(失政)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확보 실패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책임이라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지적도 꼴불견이었다. 결국 국민 안전을 위한 진짜 방역보다 경제와 정치에만 신경을 써왔던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겨버리겠다는 비겁하고 치졸한 속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버렸다. 여당이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작년 4월 총선의 선택을 후회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백신의 도입에는 허가·심사에 40일, 국가출하승인은 20일이 걸린다. 결국 정부가 주장하는 2월의 백신 접종은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정부가 먼저 들여오겠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더 안전하다는 증거는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신 접종의 뒷얘기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박탈감은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다. 막판 백신 구매에 쏟아부은 예산 규모도 밝혀야 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구치소를 ‘별세계’의 ‘슈퍼 전파자’로 전락시켜버린 책임도 무겁다. 재소자들에게 최소한의 방역 수단인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시행하지 않았다. 감염 사실을 한 달이 넘도록 국민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고, 오히려 적극적·의도적으로 은폐했다. 심지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재소자가 창밖으로 애타게 수건을 흔드는 모습은 참혹한 광경이었다.
   
   법무부는 미결수들에게 감염병 회피에 필요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해주지 않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도행정의 최고책임자인 법무부 장관이 여전히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구치소를 당당하게 휘젓고 다니는 모습은 정말 당혹스럽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엄중한 법적·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그런 우리가 ‘모범국가’와 ‘코리아 프리미엄’을 들먹이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기저질환을 가진 노약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요양병원·요양원도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이 애써 외면해버린 ‘별세계’였다. 이제 와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말 볼썽사나운 것이다.
   
   정부의 감염 통계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지고 있고, 깜깜이 감염의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절대 사실일 수가 없다. 실제로 구치소의 상황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임시선별진료소에서 2000명이 넘는 숨은 감염자가 밝혀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정부가 스스로 정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국민 불편과 경제 상황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거가 아니다. 국무총리가 아무 근거도 없이 쏟아내는 행정편의적 허용기준에 목숨을 맡겨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이 정말 난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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