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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의 세상 읽기]  한·미 원전 수출 동맹…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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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호]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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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한·미 원전 수출 동맹… 신한울 3·4호 건설 재개부터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2021-05-31 오후 3:02:37

▲ 한국이 수출한 UAE의 바라카원전. 최근 상업운전에 성공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 원전 수출에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도 국내 원전 건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였던 탈원전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될 모양이다. 입맛은 씁쓸하다. 국제사회에서 세계 최고의 경제성·안전성을 인정받은 우리 원전 기술의 독자 생존을 스스로 내던져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는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급선무다. 무너지고 있는 원전 부품산업의 완전 몰락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자칫하면 미국에 더 큰 몫을 내주게 될 수도 있다.
   
   
   패배주의적 탈원전의 말로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더러워서 폐기한다는 것이 아무 준비도 없이 공표해버린 2017년 ‘탈핵국가’ 선언의 명분이었다. 인류의 번영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술’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적 염원이었던 법치에 대한 극도로 왜곡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패배주의적 선언이었다. 인류의 생존에 활용되는 기술의 위험과 오염은 ‘회피’가 아니라 적극적인 ‘극복’의 대상이라는 명백한 역사적 상식을 무시해버렸다. 안전과 청결이 완전하게 보장된 기술은 이기적이고 비현실적인 환상일 뿐이다.
   
   물론 인류가 언제나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와 오염에 대한 공포에 짓눌려서 패배주의적 유혹에 굴복하기도 한다. 원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과 영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 최초로 원자탄을 개발한 미국이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사고 이후 실질적으로 원전 건설을 포기해버렸다. 들불처럼 번지던 환경생태주의에 무릎을 꿇어버린 결과였다. 1956년 콜더홀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했던 영국도 1980년대부터 원전 건설을 중단해버렸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 경험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가 재생·지속 가능한 풍력의 화려한 환상에 들떠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원전 종주국이다. 1957년부터 무려 133기의 원전을 건설한 미국은 아직도 9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영국도 지금까지 건설했던 26기의 원전 중 15기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모두 전체 전력의 약 2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60년의 원전 설계수명을 80년으로 연장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원전으로 공급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국제적 압력을 원전 확대로 극복하겠다는 것이 미국과 영국의 국가적 전략이다.
   
   미국과 영국은 잘못된 선택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 분야에서 가장 많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실제 원전의 설계·시공 능력을 대부분 상실해버렸다. 현재 진행 중인 2기의 원전 건설에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못지않은 원자력 기술을 갖고 있었던 영국의 현실은 더욱 황당하다. 영국에 만족스러운 원전을 지어줄 나라와 기업을 찾는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정부가 4년 동안 밀어붙인 탈원전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원전 부품산업이 휘청거리고, 원전 분야의 인력 양성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설익은 미래 에너지인 태양광·풍력·수소에 대한 성급한 투자의 부작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자칫하면 우리 과학계가 가장 먼저 이룩한 성과가 통째로 물거품이 돼버릴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미국이 원전동맹을 요구한 이유
   
   미국이 우리에게 원전 수출 동맹을 요구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탈원전을 아쉬워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미국의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가 우리와의 동맹을 요구하게 된 진짜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와 체코·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회원국의 원전 건설을 러시아나 중국에 떠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직접 원전을 건설해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지난 40년 동안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던 미국의 설계·시공 능력은 매우 불확실하다.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던 엔지니어들은 모두 은퇴해버렸지만 그들을 대체할 만큼의 경력을 가진 새로운 인력은 양성하지 못했다.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권이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산이다.
   
   그런 미국에 완벽한 원전 설계·시공·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능력은 이제 막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원전에서 명백하게 입증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은 우리와의 동맹을 통해 자신들의 원천기술에 대한 상업적 권리를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우리와의 원전 동맹이 ‘핵 비확산 체계’의 유지·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미국에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다. 실제로 미국은 우리와의 공동성명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요구를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한·미 합작의 원전을 원하는 국가는 먼저 핵무기 보유 시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천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인 셈이다.
   
   사실 독자적 원전 수출 능력을 갖춘 우리에게 미국과의 수출 동맹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물론 미국과의 동맹으로 수출의 성공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애써 쑨 죽을 굳이 미국과 나눠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성급하고 무모한 탈원전 선언 때문에 애써 완공해놓은 바라카원전의 유지·관리 계약을 놓쳐버린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질적인 준비도 필요하다. 이제 정부가 원전의 위험을 기술 개발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빠르게 무너져가는 창원의 원전부품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원전 주기기 제작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두산중공업도 그냥 둘 수 없다. 맹목적인 예산 퍼주기로 될 일이 아니다. 불법적으로 중단시켰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우리의 기술력을 유지·발전시키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
   
   2012년에 세계 최초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표준설계인가(SDA)를 취득한 SMART(시스템 일체형 원자로) 개발에 성공한 경험도 포기할 이유가 없다. 1995년 김시중 전 과기처 장관의 노력으로 시작해 15년 동안 3477억원의 투자로 이룩한 자랑스러운 성과였다. 물론 현재의 SMR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상당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과거의 경험을 외면하고 무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부와 한수원이 추구하는 iSMR(혁신형 SMR)도 우리가 시작한 SMART에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iSMR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역시 차세대 한국형 원전 개발이 주력이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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