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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1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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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북반구 휩쓴 ‘좀비 화재’… 공포의 방화범 정체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2021-06-09 오후 5:14:31

▲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를 휩쓴 대형 산불. photo 뉴시스
날씨가 더워지면서 ‘좀비 숲 화재’에 과학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좀비 화재는 주로 추운 북반구 지역에서 잘 일어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알래스카와 캐나다 숲에서 일어난 산불의 1%가 좀비 화재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의 아이콘인 좀비가 어떻게 화재에까지 이름이 올랐을까. 또 일반적인 화재와는 어떻게 다를까.
   
   좀비는 되살아나 움직이는 시체를 의미한다. 좀비 화재 또한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불길로, ‘잔존 산불’이라고도 한다. 전년도 화재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겨울 동안 눈 밑 땅속에 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발화하는 것이다. 겨울엔 연기를 내뿜기도 하는데 봄이 돼 눈이 녹으면 큰불로 번지기도 한다.
   
   보통 북반구 숲의 화재는 인간의 실수나 5~6월경 번개로 자주 발생한다. 좀비 화재는 시기적으로 이보다 이른 4월 무렵부터 발생하는데, 최근엔 이런 좀비 숲 화재가 북반구의 추운 지역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일반적 산불에 비해 발생률은 낮지만 한번 발생했다 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좀비 화재를 분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지구과학 산데르 베라베르베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도 그중 하나다.
   
   연구팀은 최근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숲에서 발생한 좀비 화재를 분석했다. 2002~2018년까지 인공위성이 촬영한 숲 화재의 이미지와, 연구팀이 실제로 현장에 나가 조사한 자료를 분석 토대로 삼았다. 그 결과 이들 지역의 전체 화재 중 좀비 숲 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약 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도별로 차이가 커서 어떤 해에는 북반구 화재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연구팀의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좀비 화재의 원인은 영구동토층 지하에 존재하는 ‘토탄’으로 알려져 있다. 토탄은 땅속에 매몰된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 탄화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초기 단계의 석탄으로, 한번 발화하면 아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연소되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전년도에 타던 대형 화재의 불씨가 유기탄소가 가득한 땅속 토탄층을 태우며 파고들어가 겨울 동안 토탄을 연료 삼아 버티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불에 의해 토탄층 상부가 타면 영구동토층 깊이가 깊어지고, 산소가 더 공급되면서 아래 토탄층을 태우게 되는 방식이다. 결국 탄소가 풍부한 토탄 토양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 토양 속 불씨를 유지하는 데는 땅 위를 뒤덮은 눈도 한몫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눈이 열을 차단하는 절연체로서 작용한다고 한다. 결국 땅 위의 눈과 땅속의 토탄이 좀비 화재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호돼 토탄층에 미약하게 살아남아 있던 불씨가 이듬해 봄 기온이 오르고 토양이 건조해지면 지표를 뚫고 나와 다시 확산하면서 주변의 식생을 태운다.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여름철 기온이 높았을 때 좀비 숲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미 세계 곳곳에는 자연적으로 탄소를 다량으로 머금고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지하는 천연 탄소 저장고나 마찬가지다. 북반구 북극 지역의 영구동토층과 각종 퇴적물이 쌓인 비옥한 해안습지는 대표적인 지하 탄소 저장고다. 영구동토층 내 저장된 탄소량은 최대 1조6000억t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대기 중에 있는 탄소량의 두 배 가까운 양이다.
   
   영구동토층은 말 그대로 땅속이 1년 내내 얼어붙은 곳이다. 월 평균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여름이 와도 지하 1~2m까지만 일시적으로 녹는다. 영구동토층의 남쪽 한계는 바이칼호의 동쪽에서 북위 53도, 캐나다 허드슨만 남부에서 북위 55도 지역이다.
   
   지난해 북극 지역의 시베리아에서는 300여건의 산불과 들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대규모 면적의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 절반이 좀비 화재에 의해 일어났다. 좀비 화재가 발생하면 영구동토층의 탄소 저장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
   
   

   좀비 화재의 가속은 기후변화 탓
   
   베라베르베케 교수팀은 북반구에서 좀비 화재가 점점 더 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간 탓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만일 북극권의 온난화가 멈추지 않고 가속화한다면 좀비 화재 역시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커 점차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게 베라베르베케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6월부터 시베리아에 닥친 기록적인 열파는 대지를 건조시켜 좀비 숲 화재를 더욱 확산시켰다. 북반구 지역의 비정상적으로 뜨겁고 건조한 기후 조건은 지중해에서부터 북극에 이르는 지역에 발생한 화재에 영향을 준다.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은 남반구도 예외가 아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남아프리카, 호주, 아마존,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산불 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고, 지난해 호주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반구에서는 좀비 화재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은 연소로 인한 직접적 위협 외에도 지구온난화를 더욱 부추긴다. 미립자 물질,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유독가스를 포함한 유해한 오염물질을 대기로 방출한다. 특히 북반구 고위도 숲의 화재는 영구동토층을 녹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방출시킨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그곳에 저장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돼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로 변한다. 따라서 영구동토층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려면 인류가 만들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밖에 없다.
   
   국제 대기오염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지난해 1~8월까지 북극권에서 들불과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2억4400만t에 이를 정도로 역대 최악이었다. 결국 극심한 이상기후를 동반하는 기후변화는 초대형 산불을 초래하고, 초대형 산불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셈이다.
   
   베라베르베케 교수는 땅속의 탄소 배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좀비 화재를 조기에 발견해 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좀비 화재는 전년도에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가장자리를 감시하면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숲 화재를 초기에 막을 수 있다고 베라베르베케 교수는 강조한다. 숲은 지구상 생물의 생존과 가장 밀접한 장소다. 이것이 우리가 지구 환경문제를 제기할 때 반드시 숲에 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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