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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4호]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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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의 최전선]암 통증 정체 밝히는 오석배 서울대 교수

최준석  선임기자 jschoi@chosun.com 2021-07-02 오전 8:55:36

photo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오석배 교수가 통증 연구자가 된 건 불교 신앙과 관련 있다. 오 교수 집안은 불교를 믿었고, 그의 이름도 스님이 지어줬다. 지난 4월 27일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구내의 치의학대학원 본관 4층 연구실에서 만난 오 교수는 “인생이 그리 즐거운 게 아니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살아가려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며, 찾으면 그걸 죽을 때까지 추구하는 게 삶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치대는 6년 과정이다. 그가 학부를 마친 건 1990년. 서울대 치대 84학번 동기생 125명 중 세 명만이 기초의학 공부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치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다른 동기들은 임상의사, 즉 치과의사가 되었다.
   
   그가 관심을 가졌던 통증의 생물학적 정체는 1997년 처음 얼굴을 드러냈다. 통증수용체(단백질)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드 줄리어스(David Julius)와 마이클 카테리나(Michael Caterina)가 발견했다.
   
   
   1997년 처음 얼굴을 드러낸 통증수용체
   
   오 교수는 “피부에 뜨거운 게 닿으면 아프다고 느낀다. 그걸 알게 된 거다. 신경세포 말단에 있는 수용체를 발견하고 캡사이신 수용체라고 그들이 이름 지었다. 캡사이신은 고추에 많다. 고추가 매운 게 캡사이신 때문이다. 캡사이신을 우리 몸은 왜 맵게 느끼는가 하는, 이온채널(통로)을 발견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1997년 오석배 교수는 서울대 치대에서 박사학위(지도교수 이종흔)를 받았다. 박사과정 때 캡사이신이 왜 통증을 유발하는가 하는 연구를 했다. 이후 해외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공부하기로 작정하고 미국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밀러 교수에게 갔다. 오 교수는 “밀러 교수가 많이 도와줬다. 내가 2019년에 학술지 셀(Cell)에 논문을 발표했을 때도 ‘잘했다(well done)’라고 이메일을 보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잘한 것 중 하나가 유학을 간 것이다. 미국 유학을 가지 않았으면, 현실에 안주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미국에 가면서 ‘치과’가 아니라 ‘신경과학’을 선택했다. 그는 당시 신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칼슘이라고 생각했다. 칼슘이온을 매개로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기전(mechanism)을 규명한 연구자는 2013년 노벨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시카고대에 가보니 칼슘이온 채널(통로) 연구가 끝나가고 있었다.
   
   밀러 교수가 그에게 새로운 연구과제를 제시했다. 밀러 교수는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연구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석배 박사에게 HIV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초신경병증과 심한 통증이 생기는데, 그 이유를 찾아보라고 했다. 면역계와 신경계가 상호작용한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미국서 면역계와 신경계의 상호작용 연구
   
   오 교수는 “HIV바이러스의 겉면에 gp120이라는 단백질이 붙어 있다. gp120은 HIV바이러스에서 나오는 물질인데, 그게 감각신경세포에 직접 작용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밝혔다. 면역계와 신경계가 재밌게 상호작용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라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렸다. 시카고대학에 간 지 3년 만의 성과였다.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지자 오 교수가 이런 설명을 했다. “신경과학은 신경계 연구다. 신경계는 척추 안의 척수, 뇌 중추신경, 말초신경으로 구성된다. 신경과학자는 각 구성성분이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병이 생기는지, 왜 병이 생기는지를 연구하여 치료법을 찾는다. 나는 이 중에서 말초신경계 신경과 면역계의 상호작용 연구를 해왔다. 말초신경계의 신경-면역 상호작용이 상대적으로 중추신경계 연구보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덜 되어 있었다.”
   
   그에게 연구의 큰 그림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통증”이라고 답하면서 “통증은 한 가지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통증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각이다. 몸에 뜨거운 게 닿았을 때는 피해야 하는데 이때 통증은 유익하다. 그런데 ‘병적인 통증’이라는 게 있다. 이건 문제다. 암에 걸렸을 때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고 하면 그건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해주는 감각이 아닌 거다. 이와 같은 병적인 통증 감각이 왜 생기는지를 오 교수는 연구한다.
   
   연구자는 통각(통증 감각)과 통증을 구분한다. 오 교수에 따르면 통각은 뇌까지 정보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반사작용이다. 신경말단에서 오는 신호를 척추 안의 척수가 받으면, 뜨거운 물질에서 빨리 손을 떼라는 정보를 내보낸다. 반면 통증은 통각에 정서적인 감정과 경험이 더해진 거다. 통각이 단순 감각이라면, 통증은 감정적인 변화까지 일으키며 또 주관적이다. 예컨대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 불안증과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병적인 통증이 지속되면 뇌의 구조 변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오 교수는 “만성통증은 복합적이다. 그래서 치료가 어렵다”며 “나의 연구는 급성통증 연구에서 만성통증 연구로 진화해왔다. 만성통증으로 고통을 받는 고령층이 많으며 고령화로 인해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급성에서 만성 통증 연구로 진화
   
   급성통증 관련 그의 대표적인 연구로는 2002년 서울대 치대 교수로 온 뒤에 한 치통 관련 논문들이 있다. 온도 때문에 느끼는 통증을 신경세포가 어떻게 감지하는지에 대한 연구였고, 이후 이 주제를 계속 파고들어 2년 간격으로 논문을 꾸준히 냈다. 2013년과 2019년에는 연구를 정리한 리뷰 논문도 썼다.
   
   치통 연구에는 어떤 이슈들이 있을까? 오 교수는 “왜 이는 통증을 과민하게 느끼는가의 문제”라며 치통은 일반 통증과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인체의 다른 부위, 가령 손이나 팔은 바람을 쏘이면 시원하다고 느끼지 통증으로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바람에 노출되면 시리다는 느낌을 뇌에 전달한다. 피부와 이가 ‘바람’을 느끼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가 닳으면 겉면의 에나멜이 벗겨져 상아질이 노출된다. 상아질에는 구멍이 있고 그 안에는 ‘상아세관 내 조직액’이라는 물이 들어 있다. 거기에는 신경이 닿아 있다. 오 교수는 “상아세관 내 조직액이 출렁출렁하는데, 그 움직임이 통증을 유발한다. 조직액이 움직이면 통증 채널이 활성화된다. 그걸 내가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치과 치료를 할 때 ‘신경’(실제로는 노출된 상아질)을 건드리면 아프다. 이때 ‘신경’이라는 건, 신경세포 말단의 축삭이다. 신경세포가 이를 향해 길게 뻗은 ‘팔’에 해당한다. 신경세포의 몸통은 이에서 멀리 떨어진 뇌의 한복판 ‘뇌간(brain stem)’이라는 곳의 삼차 신경절에 있다. 그러니 축삭은 대단히 길다.
   
   “신경세포의 축삭 말단에는 피에조(piezo)2라는 수용체가 있다. 상아세관 내 조직액이 흔들리면 피에조2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칼슘(Ca2+), 나트륨과 같은 양이온이 축삭 내부로 들어간다. 이게 들어가면 막전위(membrane potential)가 낮아지고 그러다가 양이온 양이 많아져 일정한 문턱(역치)을 넘어서면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생긴다. 활동전위가 통증 정보가 된다. 통증 정보를 뇌에 전달하게 된다.”
   
   온도 민감성 TRP 채널(2006년)과 피에조2 수용체가 있어 치통을 유발한다는 걸 알아낸 2017년 논문이 오석배 교수의 ‘급성통증’ 관련 주요 연구성과다. “그간 ‘급성통증’ 분야에서 연구해온 건 통증을 인지하는 타깃을 찾는 작업이었다. 그것 말고 지금 하는 연구가 있다. 이건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단일세포 RNA 염기서열 읽기(Single Cell RNA Sequencing)라고 한다. 치통을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그 세포의 유전자들을 통째로 알아내려고 한다. 연구자 한 사람이 5년 이상 매달리고 있다. 어려운 연구다.”
   
   

   신경세포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추적
   
   이를 향해 ‘축삭’을 길게 뻗은 신경세포가 어떤 것인지를 먼저 찾았다. 신경세포의 축삭은 이에 있고 세포 몸통은 뇌간에 있다. 쥐를 갖고 실험했다. 쥐 이빨의 끝에 구멍을 뚫고 형광염료를 집어넣었고, 그 형광염료가 축삭에서부터 세포 몸통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걸 보았다. 오 교수는 “10일을 기다리면 세포체가 염색된 걸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석배 교수와 이파름 박사는 이에 뻗어 있는 신경세포의 전사체(transcriptome·발현된 모든 RNA의 총합)를 분석하여, 이에만 발현되어 있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이들의 기능을 검증하여 이가 통증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게 된다. 이를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김준형 교수 그룹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프로그래밍 기법과 수학적 도구를 이용, 전사체를 분석하여 의미 있는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고, 오 교수 실험실은 그 유전자가 실제로 기능하는지를 직접 확인, 증명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의 치통 관련 연구 얘기를 거의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오 교수가 “나의 만성통증 연구 얘기는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취재가 다 끝났나 했는데,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급성통증 얘기를 집중적으로 들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만성통증 환자의 모르핀 계열 약물 오남용이 공중보건 분야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통증을 제어하기 위해 약물을 잘못 써서 매년 5만명이 죽는다. 미국 정부가 2017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 위기’를 선포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2019년 셀에 보고한 논문이 그의 만성통증 분야 연구의 최근 결과다. 그는 “만성통증은 원인이 너무 많고 관련된 분자도 너무 많다. 진통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공략할 타깃을 먼저 정해야 하는데, 이런 이유로 주된 타깃 선정이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진통제가 나오질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 몸의 통증 전달 경로를 이해하고, 경로상에 있는 구체적인 분자 타깃을 공략하는 게 기존 연구방법이다. 그는 새롭게 접근했고, 만성통증 치료를 위한 전혀 다른 방법을 찾았다.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밀러 교수 연구실에서 접한 바 있다. 만성통증은 우리 몸에서 통증 신경회로의 활성이 증폭된 채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통증 신호를 증폭시키는 인자는 너무나 많다. 때문에 나는 그 인자들을 모두 겨냥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하여 신경 활성이 증폭된 채로 남아 있는 손상된 신경섬유 자체를 과녁으로 삼았다. 면역계 세포 중에 자연살해세포(Natrual Killer Cell·NK세포)라는 게 있다. NK세포는 암세포를 죽이기도 한다. 우리는 NK세포가 손상된 말초신경을 잡아먹어 없앤다는 걸 발견했다.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섬유가 손상된 후 제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기에 통증이 생기며, NK세포가 그걸 없애버리면 건강한 신경섬유가 다시 만들어지고, 만성통증이 완화된다는 걸 알아냈다.”
   
   이날 오 교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알레르기 때문인지 목소리도 불편했다. 두 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을 나왔다. 건물 전면에 ‘치아-치주 복합체 연구센터(MRC)’ 안내 간판이 붙어 있었다. 오석배 교수가 이끄는 MRC다. MRC는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Medical Research Center)’이라는 연구 조직. 한국연구재단이 기초의과학 분야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며, 2021년 현재 39명이 MRC 연구책임자로 선정되어 있다. 오석배 교수가 기초의과학 연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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