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능은 살아 있지만, 신경이 마비되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환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이 컴퓨터를 통해 뇌에서 바로 단어를 읽어내는 ‘뇌 임플란트’ 시술에 성공했다. 신체가 마비되어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의 뇌 활동으로부터 직접 단어를 해독해내는데 성공한 첫 사례다.

연구팀은 뇌졸중으로 신체가 마비돼 말을 할 수 없게 된 30대 후반의 남성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 익명의 환자는 부상 이후 머리와 목, 팔다리를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됐지만, 인지 기능은 온전한 상태였다. 환자는 병상에 누워 야구모자에 부착된 포인터를 이용해 스크린에 글자를 찌르는 방식으로 소통해왔다.

뇌 임플란트는 환자의 말을 조절하는 일련의 전극을 뇌 부위에 이식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단어를 해독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환자 뇌의 전기 활동을 변환하는 동안 제한된 어휘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환자의 뇌가 떠올린 단어들은 컴퓨터 화면에 투사됐다. ‘안녕하세요’라고 입력한 화면을 환자에게 보여주면 몇 초 후 “안녕하세요”라는 문장이 화면에 텍스트로 입력돼 나오는 식이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피질 활동에서 나온 문장을 분당 15.2단어, 중간 단어 오류율 25.6%로 실시간으로 해독했다고 밝혔다. 또 81주간의 연구 기간 동안 피질 신호를 이용해 47.1% 정확도로 단어를 분류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이 환자는 ‘네’‘아니오’‘가족’‘간호사’ 등의 단어를 포함하는 50단어 어휘를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 이 짧은 단어들을 조합해 “아니, 나는 목마르지 않아”와 같은 완전한 문장으로 확장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에드워드 창 교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연구는 뇌-음성 기계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기록할 수 있는 데이터 해상도를 갖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모시즈 박사는 “자연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기술적 이정표이자, 심각한 마비나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됐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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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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